📝 칼럼

해외 비동의 강간죄 입법 연표, 영국·캐나다·독일·스웨덴·일본이 바꾼 조문

캐나다 1992년, 영국 2003년, 독일 2016년, 스웨덴 2018년, 스페인 2022년, 일본 2023년까지 동의를 기준으로 바뀐 강간죄 조문을 연표로 정리하고 한국이 멈춰 선 지점을 짚었습니다.

2026.09.19 · 읽는 시간 9분 · 글 법무법인 심앤이 성범죄피해자전담센터 심지연 대표변호사

핵심 요약

  1. 캐나다는 1992년 형법에 동의의 정의를 넣었고 영국은 2003년 성범죄법에서 동의를 선택할 자유와 능력이 있는 상태의 합의로 규정했습니다.
  2. 독일 2016년 11월, 스웨덴 2018년 7월, 스페인 2022년 10월, 일본 2023년 7월에 강간죄의 기준이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바뀌었습니다.
  3.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과 2024년 두 차례 한국 형법 제297조를 동의 부재 중심으로 고치라고 권고했지만 조문은 그대로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아니라 동의를 기준으로 강간을 정의한 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캐나다는 1992년에 형법에 동의의 정의를 직접 써 넣었고, 영국은 2003년 성범죄법에서 동의를 선택할 자유와 능력을 가진 상태의 합의로 규정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집계로 유럽에서 동의에 기반한 강간죄를 둔 나라는 2018년 8개국에서 지금 19개국으로 늘었습니다.

한국 형법 제297조는 그 사이에 한 글자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간음한 경우만 강간입니다. 이 죄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는 앞선 글에 정리돼 있습니다(비동의간음죄 뜻과 쟁점).

이 글은 나라별로 언제 무엇을 어떻게 고쳤는지를 조문 단위로 펼친 것입니다. 연표와 조문 요지, 국제기구가 한국에 낸 권고, 법을 바꾼 뒤 실제로 달라진 수치, 같은 시기 한국 법정에서 벌어진 일을 순서대로 보시겠습니다.

해외 비동의 강간죄 입법 연표, 어느 나라가 언제 바꿨습니까?

조문까지 확인되는 나라만 모아 시간 순서로 놓았습니다. 마지막 줄이 한국입니다.

나라바뀐 시점법과 조문법이 묻는 것
캐나다1992년(2018년 보완)형법 제273.1조그 성행위에 대한 자발적 합의가 있었는가
영국(잉글랜드·웨일스)2003년 제정, 2004년 5월 시행성범죄법 제1조·제74조선택할 자유와 능력을 가지고 합의했는가
독일2016년 11월형법 제177조인식할 수 있는 의사에 반했는가
스웨덴2018년 7월 1일형법 강간 규정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인가
스페인2022년 10월 7일조직법 10/2022, 형법 제178조의사가 행위로 분명히 표시됐는가
일본2023년 7월 13일형법, 부동의성교등죄거절할 의사를 만들거나 밝히거나 관철하기 어려운 상태였는가
대한민국바뀐 적 없음형법 제297조반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었는가

표의 넷째 칸만 세로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다른 나라의 법정은 두 사람 사이에 무엇이 오갔는지를 묻습니다. 한국 법정만 가해자가 얼마나 세게 힘을 썼는지를 묻고, 그 답을 피해자가 제출하게 합니다. 같은 사실관계가 국경을 넘으면 범죄가 되고 여기서는 무죄가 되는 이유가 이 한 칸의 차이입니다.

둘째 칸도 보십시오. 이 표에서 가장 늦게 움직인 나라가 일본이고, 그 일본도 2023년입니다. 한국은 이 표에 들어갈 날짜 자체가 없습니다. 비교 대상이 없어서 못 고치는 것이 아니라, 고칠 생각이 없어서 안 고친 것입니다.

영국과 캐나다는 동의를 어떻게 정의했습니까?

두 나라는 동의라는 말을 법에 그대로 적었습니다. 영국 성범죄법 제74조의 정의는 한 문장입니다.

조문 요지 — 어떤 사람이 선택에 의해 합의하고, 그 선택을 할 자유와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동의한 것으로 본다(영국 성범죄법 2003 제74조).

같은 법 제1조는 강간을 세 가지 요건으로 구성합니다. 상대방의 신체를 성기로 삽입했을 것,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았을 것, 그리고 행위자가 상대방이 동의한다고 합리적으로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1조 제2항은 그 믿음이 합리적이었는지를 동의를 확인하기 위해 행위자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까지 포함해 모든 사정을 보고 판단한다고 정했습니다.

이 한 줄이 재판의 질문을 통째로 바꿉니다. 영국 법정에서 다투는 것은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지가 아니라 가해자가 동의를 확인하려고 무엇을 했는지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이 곧 유죄의 근거가 됩니다.

캐나다 형법 제273.1조는 동의를 문제가 된 성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자발적 합의라고 정의합니다. 2018년 개정으로 한 항이 더해졌습니다.

조문 요지 — 동의는 문제가 된 성행위가 이루어지는 그 시점에 존재해야 한다(캐나다 형법 제273.1조 제1.1항).

같은 조 제2항은 동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열거합니다. 본인이 아닌 사람이 대신 합의를 표시한 경우, 피해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그 밖의 이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 행위자가 신뢰나 권력 또는 권위를 남용한 경우, 피해자가 말이나 행동으로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경우, 시작한 뒤 동의를 철회한 경우입니다. 과거의 관계나 앞선 합의가 그날의 동의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독일·스웨덴·스페인이 고친 조문은 무엇입니까?

세 나라는 2010년대 이후에 움직였고, 고친 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독일은 2016년 11월부터 인식할 수 있는 의사에 반해 성적 행위를 하면 처벌합니다. 피해자가 싫다는 뜻을 알아볼 수 있게 드러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저항했는지는 요건이 아닙니다.

스웨덴은 2018년 7월 1일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상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를 심하게 부주의하게 오판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과실강간죄를 만들었습니다. 동의를 확인하지 않은 것 자체에 형사책임을 지운 입법입니다.

스페인은 2022년 10월 7일 시행된 조직법 10/2022로 형법 제178조에 동의의 정의를 넣었습니다. 사안의 정황에 비추어 그 사람의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는 행위로 자유롭게 표시된 경우에만 동의가 있다고 봅니다. 침묵이나 가만히 있음은 동의가 아니라는 뜻이 조문에 박힌 것입니다.

일본 부동의성교등죄, 법체계가 가까운 나라의 선택

일본은 2023년 7월 13일부터 강제성교등죄를 부동의성교등죄로 바꿨습니다. 죄명에서 강제라는 말이 빠지고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들어간 것입니다.

일본 개정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갔습니다.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만들기도, 밖으로 밝히기도, 끝까지 관철하기도 어려운 상태를 여덟 가지로 조문에 나열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그런 상태에서 이뤄진 성행위라면 처벌한다는 뜻입니다. 법이 현실의 피해 장면을 조문 안으로 끌고 들어온 것입니다.

일본의 개정이 한국에 특히 뼈아픈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형법은 일본 형법과 뿌리가 같고, 최협의의 폭행·협박을 요구하는 해석도 같은 계통에서 왔습니다. 법체계가 다르다는 변명, 문화가 다르다는 변명, 대륙법 국가에서는 어렵다는 변명이 2023년 7월에 한꺼번에 무너졌습니다. 같은 뿌리의 법을 가진 이웃 나라가 먼저 바꿨습니다.

국제기준은 한국에 무엇을 요구했습니까?

한국이 받은 것은 참고 사항이 아니라 명시적인 권고입니다. 아래 표는 조약과 권고의 시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시점문서내용
2011년 5월 11일유럽평의회 이스탄불협약 서명 개방제36조, 동의 없는 성적 행위의 범죄화 요구
2014년 8월 1일이스탄불협약 발효당사국은 강압이 아니라 동의를 기준으로
2018년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8차 최종견해형법 제297조를 동의 부재 중심으로 개정할 것
2024년 6월같은 위원회 제9차 최종견해같은 권고 반복, 2년 내 서면 보고 대상 지정
2026년 4월 28일유럽의회 결의동의를 기준으로 한 공통 정의 촉구, 찬성 447표

표의 셋째 줄과 넷째 줄 사이가 6년입니다. 그 6년 동안 한국 국회가 이 권고를 반영해 통과시킨 법은 없습니다. 2024년 권고는 2년 안에 이행 상황을 서면으로 보고해야 하는 항목으로 지정됐는데, 보고 기한이 다가오도록 22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조차 없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흐름은 유럽의회 결의입니다. 2026년 4월 28일 유럽의회는 찬성 447표, 반대 160표, 기권 43표로 유럽연합 전체에 적용될 강간의 공통 정의를 동의 기준으로 세우라고 촉구했습니다.

결의 요지 — 침묵, 저항하지 않은 것, 아니라고 말하지 않은 것, 과거의 동의나 과거의 성적 행동, 현재나 과거의 관계는 동의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유럽의회 2026년 4월 28일 결의).

이 결의는 그 자체로 구속력이 있는 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개별 국가가 아니라 유럽 전체가 기준을 하나로 맞추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입니다.

법을 바꾼 나라에서 실제로 달라진 것

가장 자주 인용되는 수치는 스웨덴입니다. 스웨덴 범죄예방위원회가 2025년에 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강간 기소는 2017년 236건에서 2020년 455건으로 늘었습니다. 없던 범죄가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었는데 법정에 오지 못하던 피해가 그제야 재판에 오른 것입니다.

법을 바꾸는 나라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집계로 유럽에서 동의에 기반한 강간죄를 둔 나라는 2018년 8개국에서 19개국이 됐고, 그 사이 덴마크는 2020년, 그리스는 2019년, 네덜란드는 2024년에 합류했습니다.

프랑스는 2025년 10월에 움직였습니다. 국민의회가 10월 23일, 상원이 10월 29일 동의에 기반한 강간 정의를 형법에 넣는 법을 가결했습니다(국제앰네스티 발표). 2026년 현재, 이 흐름에서 이름이 빠진 선진국을 찾는 편이 더 어렵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법이 바뀌지 않는 동안 한국 피해자들은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폭행과 협박이라는 말로 번역해 증명해야 했습니다. 심앤이가 진행한 사건 두 건이 그 번역 작업이 무엇인지 보여 줍니다.

첫째는 사실혼 관계였던 배우자에게 당한 사건입니다. 크게 다투고 별거하던 중 가해자가 집에 찾아와 잠든 피해자의 하의를 벗기고 성관계를 시도했고, 피해자가 밀치며 거부하고 밖으로 도망치자 붙잡아 침대로 끌고 갔습니다. 가해자는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며 2심까지 혐의를 부인했고, 수사기관은 고소가 늦었다는 점과 피해자답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심앤이는 하의를 벗은 채 복도로 뛰쳐나가는 장면이 담긴 CCTV를 서둘러 확보해 시간 순서를 짚었고, 다섯 차례 의견서로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이 시작된 이상 강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다퉜습니다. 법원은 사실혼 배우자 사이의 강간미수를 유죄로 인정했고 징역 2년 ·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습니다(사건 보기). 관계는 동의를 대신하지 않는다는 캐나다 조문의 내용을, 우리는 의견서 다섯 장으로 세워야 했습니다.

둘째는 직장 동료에게 사무실에서 당한 사건입니다. 1심은 가해자가 낸 녹음파일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심앤이는 항소심에서 그 파일이 같은 조건의 재현 실험과 용량이 크게 다르고 생성일과 수정일 표시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편집된 것임을 다퉜고, 피해자의 해리성 기억장애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기록으로 진술이 흔들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항소심은 녹음파일의 증명력을 배척하고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으며, 이어진 민사에서 위자료 등 5,550만 원이 인용됐습니다(사건 보기).

두 사건 모두 이겼습니다. 그러나 이기는 데 든 시간과 비용은 전부 법의 공백이 피해자에게 떠넘긴 몫이었습니다.

해외 입법이 지금 한국 피해자에게 갖는 의미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해외 기준은 쓸모가 있습니다. 조사와 재판에서 다투는 지점이 결국 같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동의를 확인하려고 무엇을 했는지, 거절의 뜻이 어떻게 드러났는지, 그 표시를 알아볼 수 있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면 현행법의 폭행·협박 판단에서도 그대로 재료가 됩니다.

죄명별로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는 성폭행에, 술이나 수면으로 저항할 수 없었던 사건의 입증은 준강간·준강제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손에 남은 자료가 적다고 느끼신다면 증거가 없는 경우에서 항목별 목록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국 국회가 이 법을 어떻게 다뤄 왔는지는 따로 정리했습니다(비동의간음죄 입법 경과 연표). 캐나다가 1992년에 한 일을 한국은 2026년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늦은 것은 피해자의 신고가 아니라 국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해외 비동의 강간죄는 어느 나라가 도입했습니까?
조문까지 확인되는 곳만 꼽아도 캐나다 1992년, 영국 2003년, 독일 2016년, 스웨덴 2018년, 스페인 2022년, 일본 2023년입니다. 국제앰네스티 집계로 유럽에서 동의에 기반한 강간죄를 둔 나라는 2018년 8개국에서 19개국으로 늘었고, 프랑스도 2025년 10월 의회에서 가결했습니다.
Q. 영국 강간죄는 동의를 어떻게 정의합니까?
성범죄법 2003 제74조는 선택에 의해 합의하고 그 선택을 할 자유와 능력을 가진 경우를 동의로 규정합니다. 같은 법 제1조는 상대가 동의하지 않았고 행위자가 동의한다고 합리적으로 믿지 않았을 것을 요건으로 두며, 그 믿음이 합리적인지는 동의를 확인하려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까지 보고 판단합니다.
Q. 일본 부동의성교죄는 무엇입니까?
2023년 7월 13일부터 시행된 일본의 개정 형법으로, 강제성교등죄가 부동의성교등죄로 바뀌었습니다. 거절할 의사를 만들거나 밝히거나 관철하기 어려운 상태 여덟 가지를 조문에 나열해,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그런 상태에서 이뤄진 성행위를 처벌합니다. 한국 형법과 뿌리가 같은 나라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Q. 유엔은 한국에 무엇을 권고했습니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제8차 최종견해에서 형법 제297조를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부재를 중심으로 개정하라고 권고했고, 2024년 6월 제9차 최종견해에서 같은 권고를 반복하면서 2년 안에 이행 상황을 서면으로 보고할 항목으로 지정했습니다. 그 사이 한국의 조문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Q. 법을 바꾼 나라에서는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스웨덴 범죄예방위원회의 2025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강간 기소는 2017년 236건에서 2020년 455건으로 늘었습니다. 새로운 범죄가 생긴 것이 아니라 폭행·협박 요건에 걸려 법정에 오지 못하던 피해가 재판을 받게 된 결과입니다.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아요.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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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일반론이에요. 내 사건의 답은 상담에서 찾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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