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의간음죄에 반대하는 말은 다섯 갈래로 모입니다. 무고가 폭증한다, 입증책임이 피고인에게 넘어간다, 연인과 부부 사이가 범죄가 된다, 동의는 모호해서 재판할 수 없다, 도입한 나라에서 이미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다섯 가지 모두 통계와 조문, 판례 가운데 어느 하나로도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이 법의 뜻과 현행 강간죄와의 차이, 2007년부터 이어진 입법 경과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비동의간음죄 뜻과 쟁점). 이 글은 반대 논거만 떼어 내 하나씩 길게 따지는 글입니다. 실제 논쟁에서 이 주장들은 한 문장이 아니라 그럴듯한 사례와 숫자를 달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다섯 논거의 숨은 전제를 표로 꺼내 놓고, 무고 폭증론부터 해외 실패론까지 차례로 반박한 뒤, 다섯 논거가 공유하는 구조를 마지막에 짚겠습니다.
반대 논거 5가지의 숨은 전제는 무엇입니까
각 논거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전제가 하나씩 깔려 있습니다. 주장 자체를 붙잡고 다투기 전에 그 전제를 꺼내 놓으면 논쟁이 훨씬 짧아집니다. 전제가 사실이 아니면 그 위에 세운 결론도 서 있을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의 셋째 칸이 그 전제이고, 넷째 칸이 전제가 무너지는 지점입니다.
| 논거 | 주장의 형태 | 숨은 전제 | 전제가 무너지는 지점 |
|---|---|---|---|
| 무고 폭증론 | 동의만 다투면 거짓 고소가 쏟아진다 | 지금은 폭행·협박 요건이 허위 고소를 걸러 낸다 | 허위 고소를 거르는 것은 구성요건이 아니라 무고죄와 수사다 |
| 입증책임 전환론 | 남성이 동의를 받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 구성요건이 바뀌면 증명할 사람도 바뀐다 | 증명할 사람은 형사소송법이 따로 정해 두었다 |
| 연인·부부 범죄화론 | 사귀는 사이, 사는 사이가 범죄가 된다 | 관계가 동의를 대신한다 | 부부 사이 강간은 2013년에 이미 인정됐다 |
| 동의 모호론 | 동의 여부는 나중에 판단할 수 없다 | 법원은 사람의 의사를 판단하지 못한다 | 불법촬영·위력간음 재판이 날마다 그것을 판단한다 |
| 해외 실패론 | 도입한 나라에서 이미 실패했다 | 스페인의 무더기 감형은 동의 기준 탓이다 | 감형의 원인은 법정형을 낮춘 데 있었다 |
표를 세로로 읽으면 전제들이 서로 닮았다는 점이 보입니다. 다섯 개의 전제는 모두 지금의 형사재판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만들어졌습니다.
무고 폭증론, 숫자는 정반대를 가리킵니다
성폭력 무고는 폭증한 적이 없습니다. 2017년과 2018년에 검찰 처분을 받은 성폭력범죄 인원 71,740명 가운데 성폭력 무고로 법정에 선 사람은 약 556명이었습니다. 비율로는 0.78%가 상한입니다(대검찰청·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년 7월 발표). 같은 기간 가해자로 지목된 쪽의 고소로 시작된 무고 사건 824명 중 유죄로 끝난 사람은 49명, 5.9%였습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0년 이슈페이퍼).
무고 폭증론의 진짜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전제입니다. 이 주장은 폭행·협박 요건이 지금 허위 고소를 걸러 내는 체처럼 작동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그 요건은 거짓말을 가려내는 장치가 아니라 피해가 강간에 해당하는지를 가르는 문턱입니다. 거짓 신고를 거르는 일은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와 수사기관의 수사가 합니다.
오히려 지금의 요건은 반대 방향으로 오용됩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사정이 곧 신고가 허위라는 근거처럼 쓰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성폭력 고소가 증거불충분으로 끝나면 가해자 측이 그 처분을 들고 무고로 되받는 일이 이어집니다.
직속 상사에게 여러 차례 추행을 당한 직원의 사건이 그렇습니다. 피해자가 회사에 알려 가해자가 사내 징계를 받았고 강제추행으로 고소까지 했지만, 수사기관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했습니다. 그러자 가해자는 여섯 달 뒤 피해자를 무고로 맞고소했습니다. 징계 수위가 생각보다 낮게 나오자 허위 사실로 고소한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심앤이는 원사건의 고소장과 의견서, 증거자료를 전부 열람해 신고에 근거가 있었다는 점부터 자료로 냈습니다. 증거불충분은 입증이 모자랐다는 뜻이지 신고가 지어낸 이야기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 사내 징계가 객관적 자료와 피해자 진술을 근거로 내려졌다는 점, 피해자가 공황장애와 불면증으로 치료받아 왔다는 점을 의견서로 정리했습니다. 무고 혐의는 혐의없음 불송치로 끝났습니다(사건 보기).
남발되는 것은 허위 고소가 아니라 가해자의 역고소입니다. 역고소를 당했을 때의 순서는 무고죄 방어에 정리돼 있습니다.
입증책임 전환론, 증명할 사람은 그대로 검사입니다
구성요건이 바뀌어도 증명할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는 형법이 정하고,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는 형사소송법이 정합니다. 두 법은 서로 다른 조문이고, 강간죄의 요건을 고치는 일은 뒤쪽 조문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조문 요지 —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범죄의 성립 요건이 되면, 그 사실을 이 정도로 증명해야 하는 쪽은 검사입니다. 피고인이 동의를 받았음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유죄가 되지 않습니다. 증명이 모자라면 지금과 똑같이 무죄가 선고됩니다.
확인할 자료는 이미 법정에 있습니다. 준강간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폭행·협박 없이도 성립하는 죄인데, 이 재판에서 피고인이 무죄를 스스로 증명해 온 것이 아닙니다. 심신상실이나 위력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면 검사가 지는 구조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를 덧붙이겠습니다. 동의를 증명하라는 요구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은 앞으로가 아니라 지금의 조사실입니다. 다만 그 요구를 받는 사람이 피고인이 아니라 피해자일 뿐입니다. 왜 더 저항하지 않았는지, 왜 소리치지 않았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피해자였습니다.
연인·부부 범죄화론, 이미 범죄인 것을 새 범죄라 부릅니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강요된 성관계는 지금도 범죄입니다. 대법원은 2013년 5월 16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혼인이 유지되고 있는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2도14788). 새로 범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범죄인 행위를 처음부터 범죄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주장이 힘을 갖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관계가 있으면 동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통념이 수사와 재판에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심앤이가 진행한 사건에서도 그 통념은 피해자를 향한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소개팅으로 만나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두 사람이 크게 다투고 별거하던 중이었습니다. 가해자는 혼자 잠들어 있던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하의를 벗기고 성관계를 시도했고, 피해자가 밀치고 도망치자 붙잡아 침대로 끌고 왔습니다. 피해자는 하의를 입지 못한 채 복도로 달아나 마침 찾아온 친구에게 발견됐습니다. 가해자는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할 수도 있지 유난이라고 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고소가 늦었다는 점, 사실혼을 정리하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도운 일이 이른바 피해자다움에 어긋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심앤이는 복도 CCTV를 확보해 달아난 시각을 짚고, 2차 가해 정황과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다섯 차례 의견서로 정리했습니다. 법원은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으로 강간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했고, 가해자의 항소는 기각돼 징역 2년 ·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습니다(사건 보기).
관계는 동의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어디까지 증거가 되는지는 성폭행에서 죄명별로 볼 수 있습니다.
동의 모호론, 법원은 이미 의사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사람의 의사를 판단하는 일을 매일 하고 있습니다. 불법촬영 재판은 촬영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는지를 심리하고(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위력에 의한 간음 재판은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됐는지를 따집니다. 동의라는 요소만 유독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법리가 아니라 핑계입니다.
입법 기술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우리와 법체계가 가까운 일본은 2023년 7월 강제성교등죄를 부동의성교등죄로 바꾸면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형성하거나 표명하거나 관철하기 어려운 상태 여덟 가지를 조문에 적어 두었습니다. 모호함이 문제라면 조문으로 좁히면 됩니다.
우리 법정에서도 관계가 동의를 대신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이미 내려지고 있습니다. 오랜 연인 사이였던 피해자가 가해자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 잠든 사건이 그렇습니다. 다음 날 가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낯선 앱 알림을 보고 확인했더니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이 저장돼 있었고, 만취해 잠든 사이에 동의 없는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가해자는 촬영은 인정하면서 준강간은 부인했습니다.
심앤이는 고소 사실을 가해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압수영장과 포렌식을 먼저 요청해 원본 영상을 확보했고, 오랜 연인이라는 사정만으로 잠든 상태의 성관계에 묵시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유사 판례와 함께 의견서로 냈습니다. 가해자는 준강간과 카메라등이용촬영으로 불구속 구공판 기소됐습니다(사건 보기). 잠들거나 취한 상태의 사건을 어떻게 입증하는지는 준강간·준강제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해외 실패론, 스페인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해외 실패론이 드는 사례는 거의 언제나 스페인 한 나라입니다. 2022년 10월 동의 기준을 형법에 넣은 뒤 성범죄자가 무더기로 풀려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관계는 맞습니다. 다만 원인이 다릅니다.
| 나라 | 시기 | 반대론이 말하는 것 | 확인된 사실 |
|---|---|---|---|
| 스페인 | 2022년 10월 시행 | 동의 기준 때문에 성범죄자가 풀려났다 | 104명 석방·978명 감형, 원인은 죄를 통합하며 법정형을 낮춘 것(서울신문 2023. 4. 17. 보도) |
| 스페인 | 2023년 4월 29일 개정 시행 | 결국 법을 되돌렸다 | 형량만 되돌리고 동의 기준은 그대로 유지 |
| 스웨덴 | 2018년 7월 시행 | 재판이 불가능해진다 | 강간 기소 236건(2017년)에서 455건(2020년)으로 증가 |
| 일본 | 2023년 7월 시행 | 기준이 모호해 혼란이 온다 | 동의 의사를 형성·표명·관철하기 어려운 상태 8가지를 조문에 명시 |
첫 두 줄을 이어서 보시기 바랍니다. 스페인의 감형은 새 법이 성적 학대와 성폭행을 하나의 죄로 합치면서 형의 하한과 상한을 함께 낮췄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새 법을 소급 적용하는 원칙이 겹쳐 생긴 일입니다. 스페인 의회는 2023년 4월 형량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그때도 동의를 중심에 둔 기준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셋째 줄은 반대론의 예측과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스웨덴 범죄예방위원회가 2025년에 낸 평가 보고서를 보면 강간 기소는 2017년 236건에서 2020년 455건으로 늘었고, 2019년 이후로는 해마다 300건 안팎의 유죄판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평가가 기록한 변화는 처벌되지 않던 피해가 법정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허위 고소가 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섯 논거의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다섯 논거는 모두 피해자를 의심의 자리에 세워 둡니다. 무고 폭증론은 신고를 거짓으로, 입증책임 전환론은 고소를 억울한 낙인으로, 연인·부부 범죄화론은 피해를 변심으로, 동의 모호론은 거부를 애매한 몸짓으로, 해외 실패론은 입법 자체를 무모한 실험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이 논거들은 서로 어긋나면서도 나란히 쓰입니다. 입증이 어려워 무죄가 나온다는 말과 유죄가 쏟아진다는 말이 같은 입에서 나옵니다. 앞뒤가 맞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이 주장들의 목적은 논증이 아니라 입법을 미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론이 실제로 지키는 것은 무죄추정도 남성의 권리도 아닙니다. 동의를 확인하지 않고도 처벌받지 않을 여지입니다. 상대가 싫다고 말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기준이 왜 억울한 일이 되는지, 그 답은 반대론 어디에도 없습니다.
법이 바뀌기 전까지 피해자가 할 일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거부한 사실과 저항하지 못한 이유를 사실로 적어 두고, 현행법 안에서 가장 넓은 길을 찾아 고소하는 것입니다. 거부했는데도 강행된 성관계는 법이 뭐라고 부르든 성폭력입니다. 반대 논거를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말들이 조사실과 법정에서 어떤 질문으로 되돌아오는지 알고 계시면, 그 질문에 해명이 아니라 사실로 답하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