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력의 공소시효는 이미 상당 부분 없어졌습니다. 아동·청소년기에 당한 친족 성폭력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4항 제3호가 2025년 12월 30일 시행되면서 공소시효가 배제됐고, 13세 미만이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은 그 전부터 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빈칸이 남아 있습니다. 성인이 된 뒤 친족에게 당한 성폭력은 여전히 공소시효 10년입니다. 집안에서 벌어진 일이라 말하지 못하는 조건은 피해자가 스무 살을 넘었다고 사라지지 않는데, 법은 그 지점에서만 시계를 다시 돌립니다.
이 글은 현행 시효를 피해 당시 상황별로 표에 정리하고, DNA 연장 규정과 개정 전 피해에 남은 문제를 짚은 뒤, 증거 소멸과 법적 안정성을 앞세우는 반대론을 반박하고 무엇을 더 고쳐야 하는지로 마무리합니다.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는 지금 어떻게 계산됩니까?
피해 당시 나이와 피해자의 상태에 따라 세 갈래로 갈립니다. 13세 미만이거나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당했다면 시효가 없고, 19세 미만일 때 당한 친족 성폭력도 이제 시효가 없으며, 성인이 된 뒤 당했다면 10년입니다. 친족의 범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4항이 4촌 이내의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정하고, 제5항은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도 포함합니다. 새아버지처럼 법률상 친족이 아닌 경우도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 피해 당시 상황 | 근거 조문 | 공소시효 |
|---|---|---|
| 13세 미만일 때 당한 강간·강제추행 등 |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3항 | 없음 |
| 장애가 있는 사람이 당한 강간·강제추행 등 |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3항 | 없음 |
| 19세 미만일 때 당한 친족 성폭력 | 아청법 제20조 제4항 제3호 | 없음 |
| 미성년일 때 당한 그 밖의 성폭력 |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1항 | 성년이 된 날부터 기산 |
| 성인이 된 뒤 당한 친족관계 강간 |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 | 10년 |
| 성인이 된 뒤 당한 친족관계 강제추행 |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 | 10년 |
마지막 두 줄이 10년으로 같은 이유를 짚어 두겠습니다.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일반 강간·강제추행보다 법정형이 무겁습니다. 그런데 공소시효는 법정형의 장기를 기준으로 하고 유기징역의 장기는 어느 쪽이든 10년을 넘기 때문에,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만든 조문이 시효를 늘리지는 못합니다.
표를 세로로 읽으면 기준이 나이 하나로 모입니다. 같은 가해자, 같은 집, 같은 관계인데 피해를 입은 날 피해자가 열여덟이었는지 스물이었는지에 따라 시효가 있고 없고가 갈립니다.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이 연장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2항은 일정한 성폭력범죄에서 DNA처럼 범행을 입증할 과학적 증거가 확인되면 공소시효를 10년 늘리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성인 피해자의 친족 강간이라면 10년에 10년이 더해져 20년 안에는 기소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조문 요지 — 제21조는 두 갈래로 작동합니다. 미성년 피해는 성년이 된 날부터 시효를 세고, 과학적 증거가 확인된 사건은 시효를 10년 늘립니다.
다만 이 규정에 기대를 거는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친족 성폭력은 집 안에서 반복되고 신고가 수년에서 수십 년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DNA가 남아 있는 경우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법이 마련해 둔 연장 통로가 이 유형에서는 열리지 않는 셈입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시효를 늘리거나 없애는 개정은 개정 당시 아직 시효가 끝나지 않은 사건에만 적용됩니다. 이미 시효가 완성된 사건이 새 법으로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
시효는 피해자가 말할 수 있게 되는 시간과 맞지 않습니다
여섯 살부터 약 7년 동안 열 살 위 친오빠에게 추행과 유사강간을 당한 분이 계셨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자란 뒤 부모에게 털어놓았지만 집안에서 덮이며 신고 없이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20년이 흐른 뒤 상담을 통해 아직 고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을 때, 일부 범죄는 이미 시효 만료가 코앞이었습니다. 심앤이는 진술정리 양식으로 범죄일람표를 만들고 일기장과 학교생활기록부, 지인 진술서를 모아 의견서를 여섯 차례 냈으며, 조사를 계속 미루는 가해자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했습니다. 가해자는 구속됐고 시효가 끝나기 전에 구속 상태로 기소됐습니다(사건 보기).
이 사건이 보여 주는 것은 승소가 아니라 시효라는 제도가 피해자에게 부과한 속도입니다. 20년을 견딘 사람이 마지막에는 몇 달을 다투며 수사를 밀어붙여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무렵부터 새아버지에게 피해를 입은 분의 사건도 같은 구조였습니다. 가해자는 혼자 있는 시간을 골라 범행했고, 놀라 도망치는 피해자를 끌어안으며 비밀로 하자고 말했습니다. 성인이 된 뒤 심리 상담을 받다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고소를 결심하셨습니다. 심앤이는 범죄피해자평가 제도로 정신적 고통을 객관적 지표로 남기고 보완수사 요구에도 자료와 의견서를 즉시 채워 기소를 받아냈습니다. 가해자가 첫 제안의 세 배인 5,500만 원을 마련해 합의했는데도 재판부는 죄질과 중대성이 앞선다며 징역 4년과 취업제한 7년을 선고했습니다(사건 보기).
두 사건 모두 고소를 결심하게 만든 계기는 새로운 증거가 아니라 시효가 끝나 간다는 통보였습니다. 준비가 끝나서 온 것이 아니라 시간이 끝나 가서 온 것입니다. 오래된 사건에서 무엇을 복원할 수 있는지는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시효가 지나면 정말 끝입니까?
형사가 닫혀도 민사는 따로 열려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3항은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20일 신설된 조항입니다.
다섯 살 무렵 열두 살 사촌에게 반복해 추행당한 분의 사건이 그 경로를 보여 줍니다. 가해자가 범행 당시 미성년이어서 형사 처벌이 불가능했고 시간도 이미 17년이 지난 상태였습니다. 심앤이는 유년시절 일기장과 피해를 털어놓은 문자, 피해 장소를 그린 그림을 정황증거로 정리하고 가해자에게 범행을 따져 물은 통화를 녹취록으로 만들었으며, 본인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직접 증거인 사건이라 당사자본인신문을 신청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도록 대비했습니다. 일기장이 조작됐다는 피고 주장에는 글씨체가 달라진 이유까지 짚어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불법행위를 인정해 위자료 1,000만 원과 사건 발생일부터의 지연이자를 명했습니다(사건 보기).
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형사가 닫힌 사건에서도 가해자의 행위가 법적으로 인정됐다는 점입니다. 민사로 가는 경로와 준비물은 민사 손해배상에 정리돼 있습니다.
증거가 사라진다는 반대론, 오래된 사건은 정말 입증이 안 됩니까?
입증됩니다. 위 세 사건에서 유죄와 책임을 끌어낸 재료는 DNA가 아니라 일기장, 학교생활기록부, 상담 기록, 피해를 털어놓은 문자, 그리고 일관된 진술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물증이 사라진다는 말은 맞지만, 물증이 없으면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무고가 늘어난다는 우려도 같은 자리에서 반박됩니다. 오래된 사건일수록 피해자는 더 많은 것을 감당합니다. 기억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고, 어린 시절 기록을 다시 꺼내고, 가족과 등지는 위험을 안고 법정에 섭니다. 이 비용을 치르면서 없는 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할 이유는 없습니다.
가족이 무너진다는 주장은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가족을 무너뜨린 것은 고소가 아니라 범행이고, 신고를 막아 온 것도 가족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친족 성폭력이 늦게 드러나는 구조와 대응 순서는 가족·친척에 의한 성폭력에 정리돼 있습니다.
법적 안정성이라는 말이 누구를 지키고 있습니까?
가해자를 지키고 있습니다. 공소시효의 명분은 시간이 지나면 처벌 필요성이 줄고 법률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친족 성폭력에서는 그 시간이 피해자가 침묵을 강요당한 시간과 정확히 겹칩니다. 말하지 못하게 만든 조건이 곧 처벌을 면하게 하는 조건이 되는 구조입니다.
우리 법은 이미 이 논리에 예외를 여러 개 두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3항은 13세 미만과 장애가 있는 피해자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에 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제4항은 강간 등 살인에 시효를 두지 않습니다. 아청법도 2025년 12월 30일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친족 성폭력을 배제 목록에 넣었습니다.
| 지금도 남아 있는 빈칸 | 현재 상태 | 고쳐야 할 방향 |
|---|---|---|
| 성인이 된 뒤 당한 친족 성폭력 | 공소시효 10년 | 나이와 무관하게 배제 |
| 개정 전에 이미 시효가 완성된 피해 | 형사 불가 | 민사 경로와 기록 보존 지원 |
| 친족관계 조문의 법정형 가중 | 시효에는 반영되지 않음 | 가중된 죄질을 시효에도 반영 |
표의 첫 줄이 이 글의 요구입니다. 열여덟에 당하면 시효가 없고 스물에 당하면 10년인 기준에는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무엇을 고쳐야 합니까?
방법은 이미 법 안에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3항의 배제 목록에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을 넣거나, 아청법 제20조 제4항이 아동·청소년으로 한정한 부분을 피해자 나이와 무관하게 넓히면 됩니다. 새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배제 규정의 대상을 친족 성폭력 전체로 넓히자는 요구입니다.
그때까지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내 사건의 시효가 남아 있는지를 피해 당시 나이와 죄명, 개정 이력 순서로 확인하는 것, 그리고 시효가 남아 있다면 기소로 시효가 멈출 때까지 수사를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형사가 닫혔다면 민법 제766조 제3항을 확인해 민사 경로가 남아 있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가족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 말하지 못했던 시간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시간이 가해자의 이익으로 계산되는 제도가 잘못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