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성추행 사건에서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죄명입니다. 가해자가 직속 상관이면 군인등강제추행과 업무상 위력 추행이 문제 되고, 가해자가 부하 병사이면 피해자가 그 사람의 상관이라는 이유로 군형법 제64조 상관모욕이 적용됩니다. 계급이 높은 쪽이 피해자여도 사건이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반 모욕죄가 아닌 별개의 죄명이 붙습니다.
죄명이 갈리면 증명해야 할 것도 달라집니다. 위력 추행은 지위를 이용해 겁을 주었다는 사정을, 상관모욕은 그 발언이 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사정을 따로 밝혀야 합니다. 이 구분을 놓친 채 고소장을 내면 사건이 사적인 다툼으로 정리돼 버립니다.
이 글은 가해자의 지위별로 죄명이 어떻게 갈리는지, 위력과 공연성을 무엇으로 입증하는지, 불송치 결정을 어떤 순서로 반박하는지, 형사에서 축소된 사건을 민사에서 어떻게 다시 다투는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여군 성추행, 가해자가 상관인지 부하인지에 따라 죄명이 갈립니다
아래 표는 가해자의 지위와 행위를 기준으로 실제 문제 되는 죄명과, 그 죄명에서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지점을 묶은 것입니다. 형의 무게가 아니라 입증의 초점을 기준으로 읽으시면 고소장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가 보입니다.
| 가해자의 지위 | 문제 되는 행위 | 적용되는 죄명 | 입증의 초점 |
|---|---|---|---|
| 직속 상관 | 업무를 가장한 신체 접촉 | 군인등강제추행, 업무상 위력 추행 | 지위로 겁을 준 사정 |
| 상급 계급자 | 회식·훈련 중 추행 | 군인등강제추행 | 거부 의사와 반복 여부 |
| 동료·후임 | 신체 접촉 | 군인등강제추행 | 접촉 부위와 횟수 |
| 부하 병사 | 상관인 여군을 겨냥한 성적 비하 발언 | 상관모욕 | 발언이 퍼진 정황 |
| 부하 병사 | 발언에 더해 신체 접촉까지 | 상관모욕과 군인등강제추행 | 위의 두 가지 모두 |
표를 세로로 읽으면 죄명은 다섯 줄이지만, 가로로 읽으면 확인하는 것은 결국 두 가지입니다. 가해자가 위에 있었다면 그 지위가 피해자를 어떻게 묶어 두었는가이고, 가해자가 아래에 있었다면 그 말이 부대 안에서 어디까지 퍼졌는가입니다.
군형법은 군인이 저지른 죄에 적용되고, 상관은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명령복종 관계가 없어도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는 상관에 준합니다(군형법 제2조 제1호). 여군 간부와 일반 병사 사이에 직접적인 지휘 관계가 없어도 상관모욕이 문제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관이 가해자일 때, 위력은 무엇으로 입증하나요?
인사권이 언급된 말과, 평가·보직 일정과 겹친 접촉을 함께 내놓아야 합니다. 업무상 위력 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의 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 상하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위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지위를 이용해 겁을 주었다는 사정을 따로 증명해야 하는 유형이라 일상적 접촉을 가장한 추행일수록 형사에서 축소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남길 자료의 중심이 접촉 자체가 아니라 거역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옮겨 갑니다. 인사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말한 대화, 근무평정이나 수상 심사 시기와 겹친 호출, 문제를 제기했을 때 돌아온 반응이 모두 위력의 자료입니다.
군 밖의 사건이지만 같은 구조가 드러난 예가 있습니다. 회사 대표의 수행 비서가 회식 도중 업무 이야기를 하자며 따로 불려 나가 허벅지와 허리를 만지는 추행을 당한 사건입니다. 가해자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거짓말탐지기 검사도 무산됐지만, 일정과 업무를 관리하는 비서라는 수직적 관계, 사건 직후 동료에게 피해를 알린 정황, 인사담당자 면담 녹취와 진료 기록을 보강증거로 붙여 업무상 위력 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위력의 법리는 군과 민간이 같습니다. 인사권을 쥔 사람이 저지른 추행을 어떻게 다투는지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 유형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상관모욕죄란 무엇이고 여군에게 왜 적용되나요?
부하 병사가 상관인 여군을 성적으로 비하하면 일반 모욕죄가 아니라 군형법 제64조 상관모욕이 됩니다. 조문은 두 항으로 나뉩니다.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문서나 도화를 공시하거나 연설 등 공연한 방법으로 모욕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입니다.
조문 요지 — 군형법 제64조는 면전 모욕과 공연한 방법에 의한 모욕을 나누어 규정하고, 어느 항에도 벌금형이 없습니다.
여군에게 이 죄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벌금형이 없어 약식명령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둘째, 부대 안 성희롱은 흔히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벌어지는데, 그 상황이 바로 제2항이 겨냥하는 공연한 방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벌금형이 없다는 사정이 거꾸로 쓰이는 일이 있습니다. 형이 무거우니 성립 요건을 좁게 봐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는 형의 무게와 범죄의 성립을 뒤섞은 것입니다. 불송치 결정서에 그런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 자체가 반박의 출발점입니다.
'사적인 뒷담화'라는 불송치 이유를 뒤집은 순서
결정서를 먼저 손에 넣고, 경찰이 든 이유를 하나씩 끊어 반박하는 순서입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결과가 바뀌지 않습니다. 순서는 정보공개청구로 불송치 결정서 확보, 이유별 쟁점 정리, 쟁점마다 사실과 판례를 붙인 이의신청서 작성입니다.
대위인 여군 간부가 일반 병사에게 당한 사건이 그 예입니다. 가해자는 부대 여군들의 신체에 순위를 매기며 성희롱을 반복했고 피해자를 겨냥해 성적 비하 발언까지 했습니다. 부대는 성희롱으로 인정해 징계했는데도 수사관은 병사들끼리의 뒷담화로 보고 불송치했습니다. 심앤이가 진행한 사건입니다.
반박은 세 갈래였습니다. 흡연장이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병사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곳이고 발언이 이미 부대에 퍼져 징계위원회까지 열렸다는 점, 같은 병사들조차 자리를 피할 정도로 반복된 발언이어서 사적 대화로 볼 수 없다는 점, 상관모욕의 공연성을 일반 모욕죄보다 좁게 볼 근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재수사를 마친 담당 수사관이 판단을 뒤집어 상관모욕 혐의를 인정하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사건 보기).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결정서 없이 감정만으로 쓴 신청서와, 이유별로 끊어 반박한 신청서는 검찰에서 다르게 읽힙니다. 이의신청의 기한과 서면 구성은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되면 이의신청에 3개월의 기한이 생기니 통지를 받은 날부터 시간을 세셔야 합니다(개정 내용 정리).
여군 성추행 고소 전에 남겨 두어야 할 자료
자료는 죄명별로 다르게 모읍니다. 아래 표는 위력 추행과 상관모욕에서 각각 무엇이 결정적인지를 갈라 놓은 것입니다.
| 자료 | 위력 추행에서 쓰이는 방식 | 상관모욕에서 쓰이는 방식 |
|---|---|---|
| 인사권·평가를 언급한 대화 | 위력 행사의 직접 증거 | 해당 없음 |
| 발언을 들은 사람의 진술 | 접촉을 목격한 정황 | 공연성의 핵심 자료 |
| 부대 징계위원회 서류 | 신고 시점의 기록 | 발언이 퍼진 사실의 증거 |
| 성고충상담관 상담 기록 | 당시 호소한 내용 | 당시 호소한 내용 |
| 정신과 진료 기록 | 피해 정도와 위자료 근거 | 피해 정도와 위자료 근거 |
| 근무평정·보직 자료 | 접촉 시기와의 겹침 | 해당 없음 |
표에서 두 죄명이 만나는 칸은 상담 기록과 진료 기록입니다. 이 두 가지는 신고를 결심하기 전부터 쌓이는 자료여서, 고소 시점이 늦어졌을 때 그 지연을 설명해 주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부대에 남는 서류는 전출이나 전역 뒤에 받기 어려워집니다. 징계위원회 서류, 상담 신청서, 군 병원 진료 기록은 부대에 있는 동안 사본으로 확보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형사에서 2건만 인정됐는데 민사에서 뒤집을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형사에서 인정된 범위가 곧 민사 배상액의 상한은 아닙니다. 형사판결이 왜 사건의 전모를 담지 못했는지를 밝히고 2차 가해까지 더해 주장하면 위자료가 달라집니다.
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여성 간부가, 같은 부서에서 자신을 지휘하던 40대 남성 간부에게 당한 사건이 그렇습니다. 가해자는 예전에 있던 여군을 성적으로 깎아내리는 말을 일삼으면서 허리를 감싸거나 뺨과 머리를 쓰다듬는 접촉을 수십 차례 되풀이했고, 근무평정과 포상 권한이 자기 손에 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약 3개월을 견디다 상급 부대에 신고했지만 형사에서는 2건만 추행으로 인정돼 벌금 400만 원에 그쳤습니다.
민사에서는 피해를 되풀이해 설명하는 대신 형사판결의 부당함을 정면으로 다퉜습니다. 인사권을 드러내 보인 위력 행사, 업무 중의 자연스러운 접촉인 척 이뤄진 수법이었으므로 전체가 추행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점, 수사 중 부대원에게 연락해 유리한 진술을 요구한 2차 가해, 재판에서 피해자를 탓한 태도를 입증했습니다. 그 결과 형사 결과대로였다면 500만 원 수준에 그쳤을 사건에서 위자료 1,500만 원이 인용됐고, 집행 절차 없이 한 번에 지급받았습니다(사건 보기).
형사에서 축소된 사건을 민사에서 다시 세우는 방법은 민사 손해배상에 정리돼 있습니다. 민사상 위자료는 손해와 가해자를 알게 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으니, 형사 결과를 기다리다 시기를 넘기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여군이라 예민하다'는 말에 답합니다
가해자 측과 일부 부대에서 반복되는 말이 있습니다. 여군이라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친해지려던 것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이 무슨 피해냐는 말입니다. 세 가지 모두 법리로 답이 됩니다.
첫째, 추행의 성립은 피해자의 성격이 아니라 행위의 태양으로 판단합니다.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반복됐다면 그 반복 자체가 고의의 근거입니다. 둘째, 친밀감의 표시라는 해명은 인사권을 쥔 사람이 할 수 없는 말입니다. 거절하면 불이익이 따를 관계에서 이뤄진 접촉은 동의가 아니라 거절할 수 없었던 상태입니다.
셋째, 계급이 높다는 사정은 피해를 줄이지 않습니다. 부대 안 소문이 지휘 관계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가 커지는 쪽이고, 법은 그런 상황에 상관모욕이라는 별도의 죄명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고를 망설이게 만드는 것은 피해자의 예민함이 아니라 조직의 반응입니다.
부대가 소문을 단속하는 대신 피해자를 관리 대상으로 다루면 그 자체가 2차 가해입니다. 그 대응 기록도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민사에서 위자료를 올리는 사정으로 쓰입니다.
정리하면
여군 성추행 사건은 가해자가 위에 있느냐 아래에 있느냐에 따라 준비할 자료가 달라집니다. 상관이 가해자라면 인사권과 평가에 관한 기록을, 부하 병사가 가해자라면 발언을 들은 사람과 그 말이 퍼진 경로를 먼저 챙기시면 됩니다.
부대의 징계는 형사절차와 별개이고, 징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발언이 퍼졌다는 증거가 됩니다.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고 끝난 것도 아닙니다. 결정서를 확보해 이유별로 반박하면 뒤집히는 사건이 있습니다. 군에서 신고 경로가 어떻게 나뉘고 부대 조사가 부실할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군인 성범죄·군인등강제추행에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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