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를 준비하는 자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은 증거가 충분한지가 아닙니다. "고소했다가 제가 무고죄로 처벌받으면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먼저 한 문장으로 답을 드리면, 무고죄는 결과가 나빴던 고소를 처벌하는 조문이 아니라 거짓인 줄 알면서 낸 고소를 처벌하는 조문입니다.
형법 제156조는 두 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조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층위를 한 번만 정해 두고 쓰겠습니다. 조문 문언이 요구하는 것은 목적, 상대방, 허위 신고이고, 여기에 모든 고의범에 요구되는 일반 요건인 고의(형법 제13조)가 더해집니다. 그리고 죄가 언제 완성되는지를 정하는 기수 시점이 별도의 논점으로 따라옵니다. 이 글은 그 요건들과 법정형, 공소시효, 자백했을 때의 감면 규정을 표로 정리하고, 실제로 역고소를 받은 피해자가 어느 지점에서 방어했는지를 사건과 함께 정리한 문서입니다.
형법 제156조의 조문상 요건과 고의
조문을 문언대로 잘라 보면 목적, 상대방, 허위 신고 세 가지가 나옵니다. 제156조 조문에 '고의'라는 단어가 따로 적혀 있지는 않지만, 고의는 형법 제13조에 따라 모든 고의범에 요구되는 일반 요건이고, 대법원은 무고죄에서 그 고의가 신고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한 것을 뜻하며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고죄로 기소하려면 검사가 이 요건들을 각각 증명해야 하고, 법원은 하나라도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를 선고합니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은 허위 신고와 고의입니다. 목적과 상대방은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사실만으로 통상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목적도 완전히 다툴 수 없는 요건은 아닙니다. 금전을 요구한 정황이 전혀 없다면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 외에 다른 의도가 없었다는 점, 즉 정당한 권리 행사였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쓰입니다.
| 요소 | 조문·판례 근거 | 실제로 다투는 지점 | 피해자 쪽 방어 자료 |
|---|---|---|---|
| 목적 | 제156조 문언 | 처벌을 구한 것 자체는 정당한 권리 | 금전 요구가 없었던 기록 |
| 상대방 | 제156조 문언 | 접수 사실은 다툼이 거의 없음 | 해당 없음 |
| 허위 사실 | 제156조 문언 · 2003도5114 | 사실에 반한다는 적극적 증명 여부 | 진료기록, 징계 결과, 최초 진술 |
| 고의 | 형법 제13조(고의범 일반 요건) · 내용은 2003도5114 | 착각·과장과 거짓말의 구분 | 일관된 진술, 사건 직후 메시지 |
| 기수 시점 | 판례 84도2215 | 고소장이 접수된 순간 | 취하해도 성립에 영향 없음 |
'조문·판례 근거' 열을 따로 둔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넷 글에는 '허위임을 알면서'라는 표현이 마치 제156조 법문인 것처럼 인용되곤 하지만, 그 문구는 제156조가 아니라 고의범의 일반 요건(형법 제13조)과 이를 무고죄에 적용한 판례에서 나옵니다. 어느 쪽이든 고의는 검사가 별도로 증명해야 하는 항목이고, 증명되지 않으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구분을 알고 있으면 상대가 조문을 잘못 인용해 압박해 올 때 그 자리에서 짚을 수 있습니다.
표의 마지막 줄은 방향을 반대로 읽는 항목입니다. 대법원은 허위 내용이 담긴 고소장이 수사기관에 제출된 때 이미 죄가 완성되고, 그 뒤에 고소장을 돌려받았더라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84도2215 판결). 허위 사실로 역고소를 해 온 쪽이 뒤늦게 고소를 취하하며 발을 빼더라도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법정형과 공소시효 10년, 자백했을 때의 감면
| 항목 | 내용 | 근거 |
|---|---|---|
| 법정형 |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 원 이하 | 형법 제156조 |
| 공소시효 | 10년 | 법정형의 장기가 10년 |
| 시효 기산점 | 허위 고소장이 접수된 때 | 접수 시점에 기수 |
| 자백·자수 |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 | 형법 제157조 |
| 감면 시한 | 재판·징계처분 확정 전 | 형법 제157조 |
| 과실범 처벌 | 규정 없음 | 진실로 믿었다면 불성립 |
법정형만 떼어 놓고 보면 가볍지 않습니다. 다만 이 형은 검사가 허위성과 고의를 빠짐없이 증명해 낸 사건에만 붙는 형입니다. 조문에 벌금형이 함께 규정돼 있어 사안에 따라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형의 무게가 아니라 그 앞 단계입니다. 성립 자체가 되지 않으면 형량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공소시효는 법정형의 장기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무고죄는 장기가 10년이므로 시효도 10년입니다. 세는 시작점은 판결이 확정된 날이 아니라 허위 고소장이 수사기관에 도달한 날입니다. 앞의 기수 법리와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표의 자백·자수 행과 과실범 처벌 행은 피해자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자백 감면은 거짓으로 신고한 사람이 스스로 밝혔을 때 형을 덜어 주는 규정이라, 사실대로 고소한 피해자가 쓸 일이 없는 조항입니다. 반면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은 그대로 방어 논리가 됩니다. 잘못 기억했거나 법적 평가를 오해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조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혐의와 무죄는 왜 무고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까?
두 처분은 신고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못 박은 결론이 아니라, 유죄로 삼기에는 증거가 부족했다는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두 결론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무고죄에서 말하는 허위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인정되는 것이고, 신고한 내용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3도5114 판결). 정리하면 입증에 실패한 것과 거짓말을 한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원사건이 증거불충분으로 끝났다는 사실은 무고의 증거가 아니라, 다투어야 할 출발점일 뿐입니다.
상대방이 내세우는 논리: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됐으니 처음부터 지어낸 고소다.”
조문과 판례가 실제로 요구하는 것: 신고 내용이 사실에 반한다는 점을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증명할 것.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과 검사가 혐의가 있다고 보아 사건을 법정까지 끌고 갔다는 경과는, 거꾸로 신고에 근거가 있었다는 사정으로 활용됩니다. 유죄 판결에 이를 만큼의 증거가 없었다는 판단과, 없는 일을 꾸며 냈다는 판단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습니다.
성범죄 고소인 가운데 무고로 기소되는 사람은 얼마나 됩니까?
1%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에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두 해 동안 성폭력 사건 고소인은 71,740명이었고 이 가운데 무고로 기소된 사람은 556명이었습니다. 비율로는 0.78%입니다.
숫자를 다르게 환산하면 감이 더 잡힙니다. 고소인 1만 명 가운데 78명입니다. 성범죄 고소의 상당수가 지어낸 것이라는 식으로 인터넷에 도는 말과는 자릿수 자체가 다릅니다. 그런 글에 붙는 비율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수치이고, 실제 통계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 수치는 고소를 망설이는 분들께 두 가지를 알려 줍니다. 첫째, 무고로 기소되는 일 자체가 통계적으로 드문 사건입니다. 둘째, 그럼에도 역고소장을 받는 일은 그보다 훨씬 자주 일어납니다. 고소가 접수되는 것과 기소되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겁을 낼 대상은 처벌이 아니라 절차이고, 절차는 준비로 감당할 수 있습니다.
역고소장을 받으면 무엇부터 해야 합니까?
상대가 낸 고소장의 내용을 확보하는 일이 첫 순서입니다. 무엇을 문제 삼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어떤 해명도 초점이 맞지 않습니다.
1. 정보공개청구와 열람·등사로 상대의 고소장과 원사건 기록을 확보합니다. 원사건의 고소장, 진술조서, 판결문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2. 조사 날짜를 잡기 전에 의견서를 냅니다. 무고죄의 요건이 왜 채워지지 않는지를 조사 전에 정리해 전달하는 단계입니다.
3. 진술을 시간 순서로 정리합니다. 피해 경위, 고소에 이르게 된 사정, 신고가 늦어졌다면 그 이유까지 함께 정리합니다.
4. 조사 뒤에는 조서를 읽고 취지와 다르게 적힌 부분을 그 자리에서 바로잡습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집니다. 조사 전에 서면을 내는 두 번째 순서의 무게가 그만큼 커진다고 보시면 됩니다(개정 내용 정리).
자주 나오는 실수도 정해져 있습니다. 원사건 기록을 보지 않은 채 기억만으로 답하는 것, 불리해 보이는 부분을 감추려다 진술이 앞뒤로 어긋나는 것, 기억나지 않는 대목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기억이 흐린 부분을 그대로 말하는 태도는 불리한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신빙성의 근거로 읽힙니다.
역고소를 막아낸 사건 세 건
아래 세 건은 원사건의 유형도, 원사건의 결과도 서로 다른 역고소 방어 기록입니다. 유형이 달라도 방어의 축은 같았다는 점을 보시면 됩니다.
첫째, 직속 상사에게 반복적으로 추행을 당해 고소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되자, 상대가 무고로 맞고소한 사건입니다. 쟁점은 증거불충분이라는 처분이 신고의 허위를 뜻하는지였고, 원사건 기록 전체를 열람해 무고의 동기와 고의가 없었음을 자료로 제출해 불송치(혐의 없음)로 끝냈습니다(사건 보기).
둘째, 회식 자리에서 상사에게 추행을 당한 사건입니다. 무고 혐의가 한 차례 불송치된 뒤 상대가 이의신청을 해 수사가 다시 열렸는데, 보완수사가 내려진 이유가 무고 혐의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원사건 판단이 일부 빠졌기 때문임을 확인하고 소명해 최종적으로 혐의 없음 불기소를 받았습니다(사건 보기).
앞의 두 건은 원사건이 모두 강제추행(형법 제298조)이었습니다. 폭행·협박이 어느 정도여야 성립하는지, 기습적인 추행은 어떻게 평가되는지 같은 원사건 쪽 쟁점은 성추행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두 건 모두 상사가 가해자였던 사건이라, 회사 안에서 벌어진 피해를 형사와 사내 절차로 함께 다루는 방법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서 이어서 보시면 됩니다.
셋째는 원사건의 죄명 자체가 다른 사건입니다. 대학 동아리에서 술에 취해 잠든 사이 피해를 입은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 사건으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유형입니다. 1심 벌금형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자 상대가 무고로 고소해 왔고, 정보공개청구로 수사·재판 기록을 확보한 뒤 조사 전 의견서로 무고할 동기도 금전적 이익도 없었음을 정리해 불송치를 받았습니다(사건 보기).
세 사건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원사건의 죄명이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으로 갈렸고 결과도 불기소, 불기소, 무죄로 달랐는데, 무고 쪽 결론은 셋 다 같았습니다. 불리해 보이는 원사건 처분이 무고 성립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먼저 꺼내 놓았기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면 어떻게 됩니까?
사건이 한 번 더 열릴 수 있지만, 판단 기준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같은 법리와 같은 자료로 다시 대응하면 되고, 앞의 두 번째 사건이 그 경로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절차에는 한 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2026년 10월 2일 이후에 불송치 통지를 받은 사건에 한해 통지일을 기준으로 3개월 안에 이의신청서를 내야 합니다(개정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그전까지는 기한 자체가 없었으므로 통지받은 날짜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정 내용 전반은 개정 내용 정리에서 따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의신청이나 보완수사 통지를 받았다고 해서 혐의가 인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통지 문구만 보고 결론을 앞질러 짐작하기보다, 어떤 사유로 사건이 다시 열렸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사유를 알면 대응할 지점도 정해집니다. 불송치나 불기소 통지를 받았을 때 이의신청과 항고로 다투는 순서는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정리돼 있습니다.
결국 지켜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조문과 통계를 다 걷어 내고 남는 것은 단순합니다. 신고가 실제 피해에서 나왔음을 보여 주는 기록을 지우지 않는 것, 최초 고소장부터 조사 진술까지 어긋나지 않게 유지하는 것, 금전 요구로 읽힐 만한 대화를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역고소가 오든 오지 않든 그대로 남아 원사건의 신빙성도 함께 받쳐 줍니다.
무고죄는 피해자를 겨냥해 만들어진 조문이 아닙니다. 거짓 신고로 수사와 재판을 움직이려 한 행위를 처벌하려고 둔 조항이고, 그 요건은 위에서 본 것처럼 촘촘합니다. 역고소를 받은 뒤의 대응 순서와 죄명별 방어 방법은 무고죄 방어에서 이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