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PTSD도 상해입니다, 강제추행치상·강간치상 인정 요건과 진단서 체크표

강제추행치상·강간치상은 PTSD 같은 정신적 상해도 상해로 봅니다. 죄명별 법정형과 정신적 상해가 인정되는 세 가지 요건, 진단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2026.09.04 · 읽는 시간 7분 · 글 법무법인 심앤이 성범죄피해자전담센터 심지연 대표변호사

핵심 요약

  1. 강제추행이 강제추행치상으로 바뀌면 벌금형이 사라지고,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올라갑니다.
  2. 대법원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정신적 기능의 장애도 상해로 보고 있고, 사건 전 진료 이력·발병 시점·치료 경과가 인정의 세 축입니다.
  3. 진단서에 진단명만 적히고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향후 치료 필요성이 빠져 있으면 인과관계 다툼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같은 사건인데 죄명이 하나 바뀌는 것만으로 형의 범위가 통째로 달라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강제추행이 강제추행치상이 되고, 강간이 강간치상이 되고, 준강간이 준강간치상이 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 전환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피해자 측이 상해를 자료로 세워 두었을 때 비로소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죄명을 다시 봅니다.

다친 것이 몸뿐이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은 상해의 범위에 몸의 기능만이 아니라 정신적 기능의 장애까지 포함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98도3732).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이 죄명을 바꾸는 근거가 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진단서를 받아 두고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진단명 한 줄만 적혀 있고 증상이 언제부터였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치료해야 하는지가 비어 있는 진단서가 그렇습니다.

아래에서는 치상 죄명별로 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신적 상해가 인정될 때 무엇이 축이 되는지, 그리고 진단서에 무엇이 적혀 있어야 하는지를 표로 정리했습니다.

치상 죄명별 법정형, 어디가 얼마나 올라가는가

치상은 별도의 죄가 아니라 본죄에 결과가 더해진 형태입니다.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간과 그 미수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면 형법 제301조가 적용됩니다. 미수에 그친 경우도 빠지지 않습니다.

가장 크게 벌어지는 곳은 강제추행입니다. 강제추행에는 벌금형이 있지만, 치상이 되는 순간 벌금형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사라집니다. 즉 벌금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 징역형의 범위 안에서만 형이 정해지는 사건으로 바뀝니다.

죄명근거 조문법정형벌금형
강제추행형법 제298조10년 이하 징역, 1,500만 원 이하 벌금있음
강간형법 제297조3년 이상 유기징역없음
유사강간형법 제297조의22년 이상 유기징역없음
준강간·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본죄와 같은 형본죄와 같음
강제추행치상형법 제301조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없음
강간치상·준강간치상형법 제301조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없음
특수강간 계열 치상성폭력처벌법 제8조 제1항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없음
친족관계 성폭력 계열 치상성폭력처벌법 제8조 제2항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없음

특수강간이나 친족 사이의 성폭력처럼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 상해까지 더해지면 하한이 한 번 더 올라갑니다. 같은 제8조 안에서도 어느 항으로 의율되는지에 따라 하한이 갈립니다. 그래서 자신의 사건이 어느 유형에 놓여 있는지는 성폭행에서 함께 확인하시면 정리가 됩니다.

PTSD가 상해로 인정되는 세 가지 축

정신적 상해는 진단서를 냈다고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인정 여부를 가르는 것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첫째, 사건 이전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전 이력이 없으면 증상의 출발점이 사건이라는 설명이 단순해집니다. 반대로 사건 전에도 치료를 받고 있었다면 인정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고, 사건 이후 증상의 종류나 정도가 달라졌다는 점을 진료기록으로 나누어 보이는 방향으로 다투게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진단서가 발병 시점을 사건 이후로 특정했는지입니다. 증상만 나열된 진단서는 "원래 힘들었던 것 아니냐"는 반론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증상인지가 문서에 적혀 있어야 사건과 상해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집니다.

셋째, 치료가 짧게 끝나지 않았다는 기록입니다. 한두 번의 불쾌감이나 잠깐의 불안으로는 상해로 보기 어렵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실제로 1년 넘게 이어진 진료기록이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인 사건이 있습니다.

세 축은 각각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라는 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재료입니다. 가해자 측은 대개 상해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상해와 범행 사이의 연결을 끊으려 합니다. 그 지점을 미리 채워 두는 것이 준비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진단서 요건 체크표

받아 둔 진단서를 다시 꺼내 아래 항목이 들어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빠진 항목이 있으면 다음 진료 때 보완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확인 항목왜 필요한가빠지면 생기는 일
진단명상해의 실체를 특정단순 스트레스로 읽힘
최초 내원일대응 시점을 증명기록의 공백
증상 시작 시점사건과 시간을 연결인과관계 다툼
사건 전 진료 이력기왕증 주장 차단원래 있었다는 반론
치료 경과·기간일시적 반응이 아님가벼운 불안으로 축소
향후 치료 소견장기 치료 필요성이미 회복됐다는 평가
발급 기관·의사자료의 신뢰성보완 요구로 지연

특히 세 번째와 여섯 번째 항목이 자주 비어 있습니다. 진단서는 보통 치료를 위한 문서로 작성되기 때문에, 형사절차에서 필요한 시점 정보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요청이 필요합니다. 말로 옮기기 어려우면 위 표의 항목을 그대로 읽어 드려도 됩니다.

의사에게 전할 말 예시: “2025년 ○월 ○일 성폭력 피해를 입은 뒤부터 잠을 자지 못하고, 사건이 있었던 장소 근처를 지나가지 못합니다. 그전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형사절차에 낼 진단서라서 몇 가지가 더 적혀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진단서를 받을 때 의사에게 무엇을 말해야 합니까?

사건 경위와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사실대로 전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진료는 서류를 만드는 자리가 아니라 치료를 받는 자리이고, 진단은 의사의 판단 영역입니다. 그러니 특정 진단명을 적어 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생겼고 일상의 무엇이 불가능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일상의 변화는 증상보다 잘 전달됩니다. 그만둔 일, 옮긴 집, 끊긴 관계, 나가지 못하게 된 장소처럼 사건 전과 후를 나눌 수 있는 항목을 정리해 가시면 진료기록에도 그대로 남습니다. 이 기록은 나중에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 다시 쓰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치료를 중간에 끊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증상이 나아져서 그만두는 것과 절차가 힘들어 그만두는 것은 기록상 구분되지 않습니다. 힘들면 간격을 늘리더라도 진료의 선이 끊기지 않게 유지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몸의 상해와 성병 감염도 치상의 근거가 됩니다

정신적 상해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몸에 남은 흔적을 스스로 가볍게 넘기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항하는 과정에서 맞아 생긴 타박이나 찰과상도 상해입니다. 실제로 추행에 저항하자 명치를 가격당해 생긴 상해가 인정되어 죄명이 무거워진 사건이 있습니다. 다쳤다면 사진을 남기고, 그날 안에 진료를 받아 두시기 바랍니다.

성병 감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 전 검사에서 음성이었는데 사건 후 양성으로 바뀐 대조 자료가 있으면 감염 시점을 좁힐 수 있고, 항체 수치로 감염 초기임을 보여주는 소견이 더해지면 인과관계 설명이 한층 단단해집니다. 외음부 찰과상이나 자궁경부의 상흔 같은 산부인과 기록이 함께 붙어 치상으로 송치된 사건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상해의 자료는 세 갈래로 모입니다. 정신과 진료기록, 외상에 대한 진단서와 사진, 산부인과·감염 검사 결과입니다. 세 가지가 모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있는 것을 시점 순서대로 남겨 두는 것이 요령입니다.

정신적 상해가 인정된 사건 세 건

첫째, 미성년이던 시절 의붓 오빠에게 잠든 사이 추행을 당하고 성인이 된 뒤까지 증상이 이어진 사건입니다. 오래된 사건이라 공소시효가 쟁점이었는데, 상해의 결과가 생긴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를 계산한 법리와 미성년 피해자는 성년이 된 날부터 시효를 세는 특례를 함께 세워 어느 쪽으로 계산해도 남아 있음을 밝혔고, 정신적 고통이 상해로 인정되어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치상으로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둘째, 과제를 하자며 집에 찾아온 10년지기 친구에게 피해를 입고 PTSD 진단을 받은 사건입니다. 가해자가 합의된 관계였다고 부인해 진술의 신빙성이 승부처가 됐고, 약물 복용으로 상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거짓말 탐지기 대신 피해자 진술분석을 요청해 진료기록과 함께 제출한 결과 강간치상으로 기소됐습니다(사건 보기).

셋째, 직장 상사가 부른 술자리에서 정신을 잃은 사이 피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이미 준강간으로 기소된 상태였지만 1년 넘게 이어진 진료기록과 발병 시점이 명시된 PTSD 진단서로 죄명을 다투는 의견서를 내 공소장이 준강간치상으로 변경됐고,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습니다(사건 보기).

세 사건의 공통점은 진단서 한 장이 아니라 최초 진료일부터 이어진 기록의 선이 죄명을 옮겼다는 점입니다.

치상 주장에서 자주 놓치는 것들

가장 흔한 것은 진단서를 받아만 두고 수사기관에 내지 않는 경우입니다. 기록에 편철되지 않은 자료는 없는 자료와 같습니다. 진단서와 진료기록은 사본을 만들어 의견서와 함께 제출하고, 무엇을 냈는지 목록으로 남겨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죄명이 이미 정해졌다고 포기하는 것도 이릅니다. 수사기관이 붙인 죄명은 절차가 끝날 때까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기소된 뒤에도 공소장 변경을 통해 다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기소 이후 기일이 어떤 순서로 이어지고 어느 단계에서 서면을 낼 수 있는지는 재판절차(법원)에 정리돼 있습니다. 위 세 번째 사건이 그렇게 바뀐 경우입니다.

시점도 중요합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집니다. 검사 단계에서 상해를 다시 설명할 자리가 줄어드는 만큼, 진단 자료와 인과관계에 관한 설명은 경찰조사 전에 정리돼 있어야 합니다. 진단서가 아직 없다면 조사 일정을 잡기 전에 진료부터 받아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절차가 어떻게 바뀌는지 전체 그림은 개정 내용 정리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해의 정도를 스스로 낮춰 말하는 습관입니다. 조사에서 "그렇게 심하진 않았다"고 답하면 그 문장이 기록에 남습니다. 아팠던 만큼, 지금 못 하고 있는 만큼 그대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PTSD 진단이 사건보다 한참 늦었는데 치상을 주장할 수 있나요?

진단이 늦었다는 사실 자체가 결격 사유는 아닙니다. 외상 반응은 시간이 지난 뒤에 나타나기도 하고, 피해 당시 나이가 어렸거나 가해자가 친족 또는 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에는 반응이 더 늦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판례도 있습니다. 다만 늦어진 경위를 설명하는 몫은 남습니다. 증상을 자각하게 된 계기, 주변에 처음 말한 시점, 진료를 결심한 이유를 진술과 기록으로 함께 내는 것이 좋습니다.

공소시효와도 맞물립니다. 치상죄의 시효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시점부터 진행한다는 법리가 있고, 미성년일 때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성년에 도달한 날부터 세는 특례가 따로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사건이라도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보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났다고 단정하기 전에 진단서상의 날짜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래된 피해를 뒤늦게 고소할 때의 시효 계산과 입증 방법은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에 정리돼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 피해로 받은 PTSD 진단도 상해로 인정되나요?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상해의 범위에 몸의 기능만이 아니라 정신적 기능의 장애까지 포함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98도3732). 다만 진단서를 냈다고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고, 사건 전 진료 이력과 발병 시점, 치료 경과라는 세 축이 인과관계를 채워야 합니다.
Q. 정신과 진단서에 무엇이 적혀 있어야 하나요?
진단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최초 내원일, 증상이 시작된 시점, 사건 전 진료 이력, 치료 경과와 기간, 향후 치료 소견까지 들어가야 "원래 힘들었던 것 아니냐"는 반론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빠진 항목이 있으면 다음 진료 때 형사절차에 낼 서류라는 점을 밝히고 보완을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Q. 강제추행이 강제추행치상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벌금형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집니다.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형법 제301조가 적용되는 치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어서 징역형의 범위 안에서만 형이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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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아요.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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