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뿌린다"는 메시지를 받은 밤에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대화방을 나가거나 상대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이 받은 사진과 영상을 지우는 일입니다. 둘 다 이해가 가는 반응이지만, 이후 수사에서 가장 아쉬워지는 선택이 정확히 그 두 가지입니다. 지운 파일은 내 휴대전화에서만 사라지고, 상대의 기기에는 그대로 남기 때문입니다.
협박을 받은 직후는 증거가 가장 많은 시간이면서, 동시에 그 증거가 가장 빨리 줄어드는 시간입니다. 상대가 계정을 지우고, 대화를 회수하고, 파일을 다른 기기로 옮기는 데는 하루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이 글은 무엇을 언제 해야 하는지를 시간 순서로 나눈 표와, 지금 상대가 어떤 죄로 얼마의 형을 받는지를 조문별로 정리한 표 두 개를 축으로 삼았습니다.
협박한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절차가 갈리는 지점도 함께 적었습니다. 익명 계정에서 온 협박, 이른바 몸캠피싱과 전 연인이나 지인이 보낸 협박은 적용되는 조문이 같아도 수사가 시작되는 순서가 다릅니다.
촬영물이용협박죄부터 소지죄까지, 조문별 법정형
유포 협박은 "아직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단계"로 오해받습니다. 법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은 벌금형이 아예 없는 죄이고, 하한이 징역 1년입니다. 촬영물이 끼지 않은 일반 협박죄가 벌금으로 끝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무게가 다릅니다.
| 죄명 | 조문 | 법정형 | 언제 해당하는가 |
|---|---|---|---|
| 촬영물이용협박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 | 징역 1년 이상 | 뿌리겠다고 말한 것만으로 |
| 촬영물이용강요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2항 | 징역 3년 이상 | 돈·만남·추가 촬영을 시킴 |
| 촬영물 반포 등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 |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 원 이하 | 단 한 명에게 보낸 경우 포함 |
| 영리 목적 유포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3항 | 징역 3년 이상 | 돈을 벌 목적으로 인터넷에 |
| 소지·저장·시청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 |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 이하 | 받아서 갖고 있거나 본 사람 |
| 협박 | 형법 제283조 |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 원 이하 | 촬영물이 없는 협박 |
표에서 눈여겨볼 칸은 아래에서 두 번째 줄입니다. 퍼뜨린 사람만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영상을 전달받아 갖고 있거나 재생해 본 사람도 별개의 죄가 됩니다. 지인 단체방으로 퍼진 사건에서 "받기만 했다"는 사람들까지 수사 대상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인이 지웠다고 말하더라도 그 말만 믿기보다, 실제로 지워졌는지 수사기관을 통해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영상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확실하지 않아도 협박은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협박할 때 촬영물을 보여준 적이 없고 곧바로 퍼뜨릴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던 사안에서, 피해자가 겁을 먹을 만한 말이 있었다면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5도7992 판결).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고소해도 되나" 하는 망설임은 접어 두셔도 됩니다.
동의하고 찍은 영상이나 내가 직접 찍어 보낸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준은 찍을 때 동의했는지가 아니라, 퍼뜨린 시점에 그것이 내 뜻에 반했는지입니다. 조문별 성립 요건과 삭제 지원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촬영물 유포·유포협박에 정리돼 있습니다.
협박을 받은 직후 72시간, 시간대별 대응표
아래 표는 협박 메시지를 확인한 시각을 0시로 두고, 구간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나눈 것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보존이 먼저이고, 차단과 삭제는 가장 나중입니다.
| 구간 | 지금 할 일 | 하지 말 것 | 남겨야 할 것 |
|---|---|---|---|
| 0~1시간 | 대화방을 그대로 둔다 | 차단, 대화방 나가기 | 화면 전체 캡처 |
| 1~6시간 | 받은 파일을 원본으로 보관 | 사진·영상 삭제 | 원본 파일, 수신 시각 |
| 6~24시간 | 협박 내용을 시간순 정리 | 송금, 요구 이행 | 계정 아이디, 전화번호 |
| 24~48시간 | 요청 세 줄 붙인 고소장 접수 | 상대에게 고소 사실 알리기 | 접수증, 담당 수사관 |
| 48~72시간 | 영장 신청 진행 확인 | 상대의 연락에 응답 | 추가 협박분, 통화 기록 |
| 72시간 이후 | 삭제·모니터링 지원 신청 | 보전 없이 삭제 요청 | 게시물 주소와 게시 시각 |
첫 24시간은 보존의 시간입니다. 차단을 누르는 순간 대화방이 통째로 사라지는 앱이 있고, 상대가 메시지를 회수하면 내 화면에서도 함께 지워지는 앱이 있습니다. 그래서 차단보다 캡처가 먼저입니다. 캡처는 대화 내용만이 아니라 상대의 프로필, 아이디, 전화번호, 계정 주소가 보이는 화면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받은 사진이나 영상은 캡처가 아니라 파일 자체를 원본 그대로 다른 저장 공간에 옮겨 두십시오. 캡처본은 촬영 시각 같은 정보가 날아갑니다.
24시간부터 48시간까지는 접수의 시간입니다. 고소장은 경찰서에 내되, 뒤에서 설명하는 요청 세 줄을 처음부터 같은 서면에 붙여 냅니다. 접수를 먼저 하고 강제수사 요청을 며칠 뒤에 따로 하면, 그 사이에 상대가 고소 사실을 먼저 알게 됩니다. 그 순간이 파일이 다른 기기로 옮겨지는 순간입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는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지므로, 그날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 미리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바뀌는 부분 전체는 개정 내용 정리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접수 이후 조사와 송치가 어떤 순서로 이어지는지는 수사절차(경찰·검찰)에 정리돼 있습니다.
48시간부터 72시간까지는 그 요청이 실제로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접수가 끝났다고 강제수사가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담당 수사관에게 영장 신청이 들어갔는지, 대상에 클라우드와 외장 저장장치까지 포함됐는지를 물어 두십시오. 요청이 서면에 남아 있지 않거나 대상이 휴대전화 한 대로 좁혀지면, 상대가 스스로 내미는 물건만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미리 정리된 기기 하나만 넘어옵니다.
이 구간에 상대가 연락해 오더라도 답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말이 오가는 동안 파일이 옮겨지고, 나눈 대화가 나중에 다르게 인용되기 때문입니다. 합의에 응할지 말지는 온전히 피해자가 고르는 문제이며, 고르는 시점이 증거가 확보된 다음이어도 늦지 않습니다. 합의 금액의 기준과 각서에 담아야 할 조항은 합의금·합의대행에서 다룹니다. 그 사이에 새로 온 협박은 날짜와 내용을 특정해 그때그때 추가로 제출하십시오.
72시간이 지난 뒤에는 삭제와 차단을 병행합니다. 삭제와 재유포 감시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무료로 지원하고, 전화번호는 02-735-8994입니다. 해외 사이트도 상당 부분 삭제됩니다. 다만 게시물을 발견했다면 지우기 전에 주소와 게시 시각, 화면을 먼저 남겨 두어야 합니다. 게시물이 사라지면 처벌의 근거도 함께 사라집니다.
고소장에 함께 적는 세 줄, 통지 전 조사·저장매체 특정·포렌식
유포 협박 사건의 고소장은 피해 사실만 적어서는 부족합니다. 상대가 고소당한 사실을 아는 순간이 곧 증거가 사라지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관계 아래에 요청 사항 세 줄을 따로 붙입니다. 아래는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게 쓴 예문입니다.
첫째. “피고소인에게 고소 접수 사실이 통지되기 전에 고소인 조사를 먼저 진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피고소인이 소유·사용하는 휴대전화, 컴퓨터, 태블릿, 외장 저장장치 및 클라우드 계정 전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압수한 저장매체에 대하여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하여, 삭제된 촬영물의 복원 여부를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세 줄이 각각 막는 위험이 다릅니다. 첫째 줄은 상대가 미리 알고 파일을 옮기는 것을 막습니다. 둘째 줄은 압수 대상이 휴대전화 한 대로 좁아지는 것을 막습니다. 요즘 촬영물은 클라우드와 외장 저장장치에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대상을 넓게 적어 두지 않으면 남은 파일을 놓칩니다. 셋째 줄은 상대가 압수 직전에 지운 파일까지 되살릴 길을 열어 둡니다.
압수수색과 포렌식에는 처벌과 별개의 의미가 하나 더 있습니다. 내 영상이 어디까지 갔는지 확인하는 절차라는 점입니다. 밖으로 나간 기록이 없다는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잠을 잤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반대로 피해자도 몰랐던 촬영물이 추가로 나와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모르는 채로 버티는 것보다 낫습니다.
협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 잠정조치를 함께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접근과 연락을 막는 조치라,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안전을 확보하는 수단이 됩니다. 반복된 협박은 그 자체가 죄질을 무겁게 만드는 사정이므로, 고소한 뒤에 도착한 메시지도 하나도 버리지 말고 모아 두십시오.
몸캠피싱과 전 연인 협박은 절차가 어떻게 다릅니까?
적용되는 조문은 같지만 수사가 출발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상대가 누구인지 아는 사건은 압수수색으로 시작하고, 상대를 모르는 사건은 사람을 특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준비할 자료도, 걸리는 시간도 달라집니다.
전 연인이나 지인이 보낸 협박은 상대의 이름과 주소가 확인되므로, 고소장 접수 직후 기기와 클라우드 압수수색으로 곧장 이어집니다. 여기서 관건은 속도입니다. 상대가 고소 사실을 먼저 알면 파일이 다른 기기로 옮겨지거나 지워집니다. 관계가 있었던 만큼 "얘기해서 지우게 하자"는 주변의 조언을 듣기 쉬운데, 그 대화가 오히려 시간을 벌어 줍니다.
익명 계정에서 온 협박은 순서가 반대입니다. 계정 아이디, 상대가 쓴 전화번호, 송금을 요구한 계좌번호, 눌러 본 링크 주소가 사람을 찾아내는 재료가 됩니다. 이 자료를 지우면 특정이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익명이라는 말이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상대가 내 신상을 지나치게 잘 알고 있다면, 아는 사람일 가능성을 수사기관에 함께 말씀드리는 편이 낫습니다.
몸캠피싱에서 특히 자주 듣는 말이 "해외에 있는 사람이라 어차피 못 잡는다"는 체념입니다. 그러나 해외 번호와 익명 계정 뒤에 숨어 있어도 특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계정, 번호, 계좌, 링크는 모두 사람을 좁혀 가는 출발점이고, 그래서 그 자료를 지우지 않는 일이 곧 수사의 성패가 됩니다.
한 번 요구에 응하면 요구는 줄지 않고 늘어난다는 점도 같이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돈을 보내면 그 사실 자체가 다음 요구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보낸 뒤라도 송금 기록은 지우지 마십시오. 상대를 찾는 단서이자 피해액을 확인하는 자료입니다.
협박에 이미 응했다면 고소할 수 없나요?
고소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응한 기록이 상대의 죄를 무겁게 만드는 증거가 됩니다. 협박으로 만남이나 금전, 추가 촬영을 하게 만들었다면 협박이 아니라 강요가 되고, 강요는 하한이 징역 3년입니다. 협박에 못 이겨 요구를 이행한 사실 자체가, 의무 없는 일을 강요당했다는 정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송금 내역, 어쩔 수 없이 보낸 사진, 나가서 만난 날의 기록을 지우지 말아야 합니다. 부끄러워서 지우고 싶은 자료일수록 증거로서의 값이 큽니다.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면 수사와 재판이 길어져도 진술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유포가 무서워 관계를 억지로 이어간 기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헤어지자고 해 놓고 왜 계속 만났느냐"는 질문은 조사와 법정에서 반복되는데, 그 기간의 대화가 남아 있으면 그 자체가 답이 됩니다. 비위를 맞추던 통화, 마지못해 보낸 답장이 협박의 존재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증거가 이미 지워진 뒤라면
대화방을 이미 나갔거나, 무서워서 사진부터 지웠거나, 상대가 메시지를 회수한 다음에 이 글을 읽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 경우에도 사건이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대화가 상대의 기기에도 남아 있고, 지워진 파일이 포렌식으로 되살아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내 쪽에서 지금 남길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협박을 받은 날 지인에게 털어놓은 대화, 병원이나 상담 기록, 은행 이체 내역, 그날의 검색 기록처럼 피해를 알린 시점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물증이 남지 않았을 때 진술을 무엇으로 받치는지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서 다룹니다.
자주 하는 실수를 하나만 덧붙입니다. 상대에게 "지웠는지 확인하려고" 연락하는 일입니다. 지웠다는 답을 받아도 확인이 되지 않고, 그 연락이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삭제 여부는 수사기관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협박 단계에서 실제로 어떻게 끝났는지, 세 사건
첫째, 이별을 통보하자 전 연인이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을 보내며 나체 사진을 요구한 사건입니다. 남은 촬영물이 더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쟁점이었고, 잠정조치로 접근을 막은 뒤 압수수색과 포렌식을 요청했습니다. 포렌식으로 추가 촬영물이 없다는 점까지 확인됐고, 불법 촬영과 지속된 협박으로 성적 수치심을 준 사실이 인정되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둘째, 같은 직장에서 만나 교제하다 헤어진 상대가 사진을 빌미로 협박하고 직장 커뮤니티에 암시하는 글까지 올린 사건입니다. 증거 인멸 우려가 컸기에 통지 전 조사와 전 기기·클라우드 압수영장을 요청했고, 끝까지 부인한 상대에게 1심에서 징역 10개월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구속된 뒤에야 합의를 요청해 와, 접근금지 범위와 비밀유지 조항을 담아 2,000만 원에 합의했습니다. 최종 판결은 징역 10개월 · 집행유예 2년, 그리고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이었습니다(사건 보기).
셋째, 정체를 숨긴 계정에서 약 1년 동안 사진을 뿌리겠다는 협박이 이어진 사건입니다. 상대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난관이었는데, 신상을 지나치게 잘 아는 정황에서 지인일 가능성을 좁혀 수사에 협조했고 포렌식으로 휴대전화에서 촬영물을 확보했습니다. 여러 계정에서 온 협박이 모두 한 사람의 소행으로 밝혀졌고, 상대는 피해자의 동창이었습니다(사건 보기).
세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협박 메시지와 촬영물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는 점, 그리고 어느 사건도 진술만으로 끝내지 않고 압수수색과 포렌식으로 기기 자체를 열어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남겨 둔 자료가 기기 단위의 확인으로 이어질 때 결과가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