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했다면 학교 신고, 교육청 사안 처리, 경찰 고소를 한꺼번에 시작할 수 있고, 어느 하나가 끝나기를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피해자가 학생이라면 그 사실을 알게 된 교직원은 피해자나 보호자가 원하지 않아도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합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4조 제2항, 이하 아청법).
현실은 거꾸로입니다. 학교는 먼저 알아보겠다며 시간을 끌고, 가해 교사를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것으로 일을 닫으려 합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성범죄 혐의로 수사가 개시된 교직원 655명 가운데 289명(44%)이 직위해제되지 않았습니다(2025년 10월 이투데이 등 보도). 수사를 받는 교직원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학교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 글은 세 절차의 병행표, 교육청의 사안 처리 단계, 교직원의 신고의무, 학교가 사건을 덮을 때 쓰는 말과 그 반박, 처벌과 징계 기준, 교장이 가해자인 사건, 오래된 피해의 시효를 차례로 다룹니다.
교사 성추행 신고, 학교·교육청·경찰 중 어디부터 합니까?
순서를 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 절차는 겨냥하는 것이 다릅니다. 학교 신고는 분리와 공식 기록을, 교육청 절차는 성희롱·성폭력 인정과 징계의 근거를, 경찰 고소는 형사처벌을 만듭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하지 못하므로 같이 갑니다.
학생이 피해자라면 경찰 고소를 뒤로 미루지 마시기 바랍니다. 교육청 절차가 잘 끝나도 그 결론은 징계와 인사 조치에 머뭅니다. 가해자를 아이들 곁에서 일하지 못하게 묶어 두는 취업제한 명령은 형사재판에서만 나옵니다. 학교를 믿기 어렵다면 교육부 누리집의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 직접 접수할 수 있고, 익명 신고도 받습니다.
아래는 세 절차에 징계를 더해 나란히 놓은 표입니다.
| 절차 | 시작하는 곳 | 판단하는 곳 | 피해자가 얻는 것 | 놓치기 쉬운 점 |
|---|---|---|---|---|
| 학교 신고 | 고충상담창구, 담임·관리자 | 학교장(접수·분리·보고까지) | 긴급 분리, 공식 접수 기록 | 학교는 판단 기관이 아님 |
| 교육청 사안 처리 | 학교의 의뢰, 교육청·교육부 신고센터 | 교육(지원)청 조사, 고충심의위원회 | 성희롱·성폭력 인정, 보호조치 권고 | 심의 결과에 불복 절차 없음 |
| 징계 | 감사 부서의 징계의결 요구 | 징계위원회 | 파면·해임 등 교단 배제 | 성 비위는 징계 요구 시효 10년 |
| 경찰 고소 | 경찰서 고소장 접수 | 경찰·검사·법원 | 형사처벌, 취업제한 명령 | 미성년 피해는 성년부터 시효 진행 |
표에서 먼저 볼 칸은 '판단하는 곳'입니다. 학교는 접수와 분리, 보고까지만 맡고 성희롱·성폭력 여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교장이나 교감이 "우리가 보기에는 성희롱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권한 밖의 이야기입니다.
학교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 접수부터 심의까지
교육부는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사안처리 대응 매뉴얼」을 내고 있고, 세부 운영은 시·도교육청마다 다릅니다. 경기도교육청이 2025년 9월 1일 이후 접수 사안부터 적용하는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사안 처리 매뉴얼」을 예로 들면 절차는 네 단계입니다.
1. 접수·상담(학교): 고충상담창구가 신고를 받고 피해자와 피신고인을 긴급 분리합니다. 학생 피해 사안은 인지한 뒤 48시간 안에 교육지원청과 교육청에 발생 사실을 보고합니다.
2. 조사(교육지원청): 외부 전문가인 피해조사위원이 피해자, 참고인, 피신고인 순서로 조사합니다. 공문 접수일부터 근무일 기준 20일 안에 마치고 1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
3. 심의(교육지원청 고충심의위원회): 성희롱·성폭력 해당 여부와 2차 피해를 판단하고 보호조치를 권고합니다. 인정되면 감사 부서에 감사를 요청합니다.
4. 종결(학교): 발생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재발방지대책을 제출합니다.
학생이 피해자이고 교직원이 가해자인 사안에는 단서가 더 붙습니다. 이 매뉴얼은 그런 사안을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없다고 못 박았고, 피해 학생이 원하지 않아도 발생 사실을 보고하고 사안 처리를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당사자 사이의 조정이나 중재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챙길 권리는 세 가지입니다. 심의위원회에 출석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낼 수 있고, 신뢰관계인이나 법률대리인과 함께 출석할 수 있으며, 심의 결과를 서면으로 통보받습니다. 다만 고충심의위원회의 결정은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다툴 길이 없습니다. 교육청 절차 하나에 전부를 걸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교직원의 신고의무, 피해 학생이 원하지 않아도 신고해야 합니다
아청법 제34조 제2항 요지: 유치원, 학교, 학원·교습소, 어린이집, 의료기관 등의 장과 그 종사자는 직무상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아청법 제67조 제4항). 경기도교육청 매뉴얼은 이 의무를 더 풀어 적었습니다. 교직원뿐 아니라 파견 근로자, 방과후강사, 봉사자도 의무를 지고, 피해자와 보호자가 원하지 않아도 신고해야 하며, 학교전담경찰관에게 상담만 한 것은 신고로 보지 않습니다.
은폐의 대가는 과태료로 끝나지 않습니다.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은 소속 기관의 성 비위를 고의로 은폐하거나 대응하지 않은 교원을 따로 징계하도록 했고, 비위가 무겁고 고의가 있으면 파면입니다. 한편 신고의무자인 교사가 자기가 보호·감독하는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면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아청법 제18조).
이 대목에서 늘 나오는 반론이 이른바 교권 침해와 무고 프레임입니다. 신고부터 하게 하면 억울한 교사가 생긴다는 주장입니다. 법은 교직원에게 진위를 가려 본 뒤에 신고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알게 된 때에 즉시 신고하라고 했습니다.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수사기관과 교육청의 몫이고, 학교가 그 앞에서 문지기 노릇을 하는 것이야말로 법 위반입니다.
학교가 사건을 덮으려 할 때 나오는 말과 법이 정한 것
아래 표는 학교에서 실제로 듣게 되는 말을 법과 매뉴얼이 정한 내용 옆에 놓은 것입니다.
| 학교에서 듣게 되는 말 | 법과 매뉴얼이 정한 것 | 피해자 측이 할 일 |
|---|---|---|
| ”학교에서 먼저 조사해 보겠습니다” | 학생 피해·교직원 가해 사안은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없음 | 접수 일시와 접수자 이름을 적어 둠 |
| ”아이 장래를 생각해 조용히 넘어갑시다” | 피해자·보호자가 원하지 않아도 즉시 수사기관 신고 | 신고했는지를 문자로 물어 답을 남김 |
| ”그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보냈습니다” | 전보는 분리 조치일 뿐 징계가 아님 | 감사·징계 요구 여부를 교육청에 확인 |
| ”사표를 받았으니 끝난 일입니다” | 중징계 사유가 있거나 수사 중이면 퇴직 허용 금지(국·공립,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4) | 교육청에 징계 절차 진행을 요구 |
| ”경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립시다” | 수사 중에도 심의위원회 개최가 원칙, 수사 대상 교원은 직위해제 가능(교육공무원법 제44조의2) | 교육청 절차와 직위해제 여부를 서면으로 질의 |
전보가 해결이 아닌 이유는 조문 하나에 있습니다. 공무원의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여섯 가지이고(국가공무원법 제79조) 전보는 거기에 없습니다. 징계 없이 학교만 옮긴 교사는 깨끗한 기록을 들고 새 학교의 학생들 앞에 섭니다. 덮은 사건은 사라지지 않고 다음 학교로 옮겨 갑니다.
담임 교사가 전시회에 가기 전에 밥을 먹자며 학생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술을 권하고 팔 안쪽을 주무른 사건이 있습니다. 학생이 항의하자 교사는 다른 학생들도 집에 놀러 온다며 되레 당당했습니다. 피해자가 기억을 지우려 애쓴 몇 해 동안 교사는 학교에 남아 승진했고, 그 소식을 들은 피해자는 성인이 되어 고소를 결심했습니다. 물증은 없었으나 학교 인권회에 신고한 내역과 당시 친구·가족에게 보낸 문자, 심리상담 자료가 진술을 받쳐 위계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사건 보기).
이 사건에서 학교 인권회 신고 내역은 형사 절차의 증거가 됐습니다. 학교 안에 남긴 기록은 그 절차가 흐지부지되더라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위 매뉴얼은 학교의 관련 문서를 10년간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학교 성희롱 처벌과 교사 징계 기준
처벌은 행위에 따라 죄명이 갈립니다. 학생의 몸에 손을 댔다면 아동·청소년 강제추행으로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아청법 제7조 제3항), 폭행이나 협박 없이 교사라는 지위로 눌렀다면 위계·위력 추행으로 같은 형을 받습니다(같은 조 제5항). 신체 접촉이 없는 성희롱 발언과 메시지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의 성적 학대행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합니다. 죄명별 형량과 의제강간 연령 기준은 미성년자 성범죄 피해에 조문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징계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의 별표가 기준입니다. 별표는 비위의 정도와 고의·과실에 따라 네 칸으로 나뉘는데, 아래에는 양 끝 칸만 옮겼습니다.
| 비위 유형 | 비위가 심하고 고의인 경우 | 비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
|---|---|---|
| 성희롱 | 파면 | 감봉·견책 |
| 미성년자·장애인에 대한 성희롱 | 파면 | 강등·정직 |
| 성폭력 | 파면 | 해임 |
| 미성년자·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 파면 | 파면·해임 |
|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힌 경우 | 파면 | 감봉·견책 |
|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 경우 | 파면 | 감봉·견책 |
| 성 비위를 고의로 은폐·미대응 | 파면 | 감봉·견책 |
넷째 줄이 핵심입니다. 학생을 상대로 한 성폭력은 가장 가볍게 평가돼도 파면 아니면 해임이고, 학생에 대한 성희롱도 가장 가벼운 칸이 강등과 정직입니다. 성 비위는 표창이나 공적을 이유로 징계를 깎을 수 없고 은폐와 2차 피해도 마찬가지입니다(같은 규칙 제4조 제2항).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이 별표가 준용되며(사립학교 교원 징계규칙 제2조), 교육청은 학교법인의 징계가 가볍다고 보면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사립학교법 제66조의2).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로 파면·해임되거나 형이 확정된 사람은 교육공무원으로 다시 임용될 수 없습니다(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 "선생님 인생을 망칠 셈이냐"는 말을 듣더라도 흔들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교단에서 내려오게 만든 것은 신고가 아니라 그 교사의 행위입니다.
학교 성희롱 사례, 담임 교사의 상담이 그루밍이었던 사건
고등학교 담임 교사가 방과 후 상담과 학업 지도를 구실로 제자를 빈 교실이나 교무실로 불러 신체 접촉을 늘려 가다 성관계에 이르고, 졸업 뒤에도 죄책감을 건드리는 말로 관계를 붙잡은 사건입니다. 심앤이가 미성년자 위력간음 고소와 민사 청구를 함께 준비하며 대리인 선임 사실을 알리자, 가해자는 교직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의식해 범행을 인정했고 합의금 7,000만 원을 한 번에 지급했습니다. 합의서에는 접근금지와 통신제한, 어기면 돈을 더 물어내는 위약벌 조항이 들어갔습니다(사건 보기).
교사의 호의가 어떻게 통제로 바뀌는지는 그루밍·가스라이팅에 단계별로 나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해자를 움직인 것은 형사처벌만이 아니었습니다. 교단으로 돌아올 수 없게 만드는 징계와 결격 규정이 협상에서 피해자 쪽의 힘이 됐습니다.
교장이 교사를 성추행·성희롱했다면 어디에 신고합니까?
학교 안 절차의 총책임자는 학교장입니다. 그가 가해자라면 학교 창구에 신고하는 것은 가해자에게 사건을 맡기는 일이 됩니다. 이때는 학교를 건너뛰고 교육지원청이나 교육청, 교육부 신고센터에 직접 접수하고, 추행이 있었다면 경찰 고소를 함께 진행합니다. 교직원 사이의 사건에는 학생 사건과 같은 수사기관 신고의무가 학교에 없으므로, 형사 절차는 피해 교사가 직접 고소해야 열린다고 보셔야 합니다.
교장이 처음 만난 날부터 교사의 어깨를 끌어안고 허벅지를 건드리는 접촉을 되풀이하자, 피해 교사는 소속 교육청 심의위원회에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했습니다. 교장은 교직원들에게 사건을 퍼뜨리며 허위 신고라는 진술서를 요구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공식 기념사진에 찍힌 접촉 장면과 유포 사실을 적은 동료 교사들의 탄원서를 냈습니다. 위원회는 성희롱과 2차 피해를 모두 인정했고 교장의 인사이동을 통한 분리와 접촉·보복 금지, 그리고 자체감사처분심의회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가 결정됐습니다(사건 보기).
초등학교 교장이 출장지에서 기간제 교사의 팔을 가슴 쪽에 닿도록 끌어당기고 손을 억지로 잡은 사건은 형사재판으로 갔습니다. 교장은 법정에서 격려였다며 고의를 부인했지만, 피해자 측은 사건 당일 입었던 옷에 추행 부위를 표시해 격려로 볼 수 없는 부위임을 보였고 CCTV에도 팔을 끌어당겨 안는 장면이 남아 있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갓 부임한 기간제 교사가 교장을 무고할 이유가 없다고 보아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했습니다(사건 보기).
두 피해자는 인사와 평가를 쥔 사람을 상대로 싸웠습니다. 죄명은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기본이고, 폭행·협박이 뚜렷하지 않으면 성폭력처벌법 제10조의 위력 추행(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검토합니다. 분리한다며 피해 교사를 내보내는 것도 위법입니다.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전보는 금지돼 있습니다(성폭력방지법 제5조의4 제2항). 신고 뒤의 불이익에 맞서는 방법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오래전 학교에서 겪은 일, 지금도 고소하고 징계를 요구할 수 있습니까?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공소시효는 성년이 된 날에야 흐르기 시작합니다(아청법 제20조 제1항). 아동·청소년 강제추행과 위계·위력 추행의 시효는 10년이어서, 고등학생 때 겪은 피해라면 대체로 스물아홉 살 무렵까지 고소할 수 있습니다. 13세 미만일 때 당한 강제추행 등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같은 조 제3항).
징계 시효도 짧지 않습니다.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의결 요구는 사유가 생긴 날부터 10년까지 할 수 있고(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 제1항), 사립학교 교원도 같습니다(사립학교법 제66조의4). 졸업한 뒤라도 그 교사가 아직 교단에 있다면 교육청 신고로 징계 절차를 열 수 있습니다. 시효 계산과 오래된 사건의 증거 정리는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에서 순서대로 짚어 볼 수 있습니다.
학교가 조용히 끝내자고 할 때 그 조용함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가해 교사와 학교뿐입니다. 신고는 학교에, 판단은 교육청에, 처벌은 법원에 맡기되 세 절차를 같이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알렸는지 적어 둔 기록이 세 절차 모두에서 먼저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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