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폭력은 성별에 기반해 벌어지는 폭력을 뜻합니다. 개인의 성격이나 우연이 아니라 성별 때문에 표적이 된다는 점을 가리키는 말이고, 우리 법에는 젠더폭력이라는 단어 대신 여성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정의가 들어와 있습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3조 제1호가 그 조문입니다.
이 법이 중요한 이유는 처벌 조항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고, 신고한 뒤에 겪는 일까지 2차 피해라는 이름으로 법에 적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법에 적힌 젠더폭력의 정의, 2차 피해를 세 갈래로 나눈 조항이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확인되는지, 그리고 3년마다 이뤄지는 실태조사의 수치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를 순서대로 다룹니다.
젠더폭력 뜻, 법에는 어떤 말로 적혀 있습니까?
여성폭력이라는 말로 적혀 있습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3조 제1호는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그 안에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이 들어갑니다.
이 법은 법률 제16086호로 2018년 12월 24일 공포돼 2019년 12월 25일 시행됐습니다. 미투 운동 이후 만들어진 법이고, 개별 폭력을 따로따로 다루던 기존 법률들 위에 국가가 여성폭력 전체를 하나의 문제로 다루도록 뼈대를 세운 기본법입니다.
여기서 성별에 기반한다는 표현을 흘려 읽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이 문구는 피해가 우연히 생긴 사고가 아니라 성별 때문에 반복되는 구조의 결과라는 점을 법이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개별 사건을 다투는 형사절차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사실입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무엇을 정해 놓은 법입니까?
처벌이 아니라 국가의 할 일을 정해 놓은 법입니다. 아래 표는 성범죄 피해자에게 실제로 쓰이는 조문만 추린 것입니다.
| 조문 | 정해 놓은 것 | 피해자에게 의미하는 것 |
|---|---|---|
| 제3조 제1호 | 여성폭력의 정의 | 개별 사건이 아니라 유형으로 묶임 |
| 제3조 제3호 | 2차 피해의 정의 | 신고 뒤 겪는 일에도 이름이 붙음 |
| 제12조 | 3년마다 실태조사 | 규모를 숫자로 확인 |
| 제18조 | 2차 피해 방지 대책 | 수사기관 담당자 교육 의무 |
표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칸은 제3조 제3호입니다. 이 조문이 없으면 신고 뒤에 벌어진 일은 그저 인간관계의 문제로 밀려납니다. 이름이 붙어 있어야 회사의 징계위원회에서도, 법원의 위자료 산정에서도 별개의 사유로 다툴 수 있습니다.
제18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2차 피해 방지지침과 업무 관련자 교육 같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수사기관의 장에게는 담당자 교육을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사실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조문입니다.
법이 2차 피해를 세 갈래로 나눈 이유
한 갈래로 적으면 빠져나가는 행동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제3조 제3호는 2차 피해를 가목, 나목, 다목으로 나눠 놓았습니다.
조문 요지 — 가목은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사건처리와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 나목은 집단 따돌림과 폭행·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 다목은 신고 등을 이유로 사용자로부터 받는 파면·해임·해고 등 신분상 불이익과 징계·정직·감봉·강등·승진 제한 같은 인사조치와 경제적·행정적 불이익입니다.
세 갈래를 나란히 놓으면 가해자 측이 쓰는 수법의 지도가 됩니다. 절차 안에서 괴롭히는 방법(가목),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시키는 방법(나목), 밥줄을 끊는 방법(다목)입니다. 특히 다목은 파면부터 승진 제한까지 불이익의 유형을 아홉 가지로 늘어놓아, 해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두었습니다.
아래 세 건은 심앤이가 진행한 사건 중 각각의 갈래에 해당하는 예입니다. 순서대로 읽으시면 조문이 종이 위에서만 작동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 보이실 것입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건
다목의 전형입니다. 회사 대표에게 성희롱과 강제추행 피해를 입은 의뢰인이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신고하면서 노동청 진정과 경찰 고소를 함께 진행한 사건입니다. 형사 고소는 유죄로 확정됐는데도 회사는 보호조치를 하기는커녕, 신고가 허위이거나 과장됐다는 주장과 바깥에 알려 회사 평판을 떨어뜨렸다는 이유를 들어 의뢰인을 해고했습니다.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를 인정하자 회사는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냈습니다. 심앤이는 회사가 내세운 징계사유를 하나씩 반박했습니다. 무단결근이라는 주장에는 강제추행 피해로 급성 스트레스 반응 진료를 받았고 병가가 사후 승인됐다는 점을, 외부 기관 신고를 문제 삼은 주장에는 근로기준법과 성희롱 관련 신고는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나아가 이 소송 자체가 대표의 유죄 확정 뒤 피해자를 압박하려는 보복성 소송이라는 점을 짚어 전부승소하고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습니다(사건 보기).
절차 자체가 2차 피해가 된 사건
가목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입는 피해를 말합니다. 불법촬영 가해자를 고소해 1심에서 실형을 받아냈지만, 가해자가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는 바람에 피해자가 항소심에도 증인으로 나가 피해를 다시 진술해야 했던 사건이 있습니다. 2심에서야 범행을 인정하고 합의를 요청해 왔고, 피해자는 더 얽히고 싶지 않아 합의했으며 가해자는 감형돼 풀려났습니다.
자유의 몸이 되자 가해자는 앙심을 품고 의뢰인을 모해위증죄로 걸었습니다. 심앤이는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고소장을 검토한 뒤, 조사를 받기 전에 그 죄명이 성립할 수 없는 이유를 따진 의견서를 먼저 제출했습니다. 여기에 앞선 촬영 사건의 증인신문 조서를 첨부해, 당시 법정에서 재판장이 가해자 변호인의 무리한 신문을 제지할 정도였다는 사정을 짚었습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게 된 의뢰인 곁에는 변호사 두 명이 함께 입회했고, 결국 모해위증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았습니다(사건 보기). 역고소를 당했을 때의 대응 순서는 무고죄 방어에 정리돼 있습니다.
소문과 회유가 별도 처분 사유가 된 사건
나목에 해당하는 예입니다. 새로 부임한 교장이 교사인 의뢰인에게 어깨를 잡고 끌어안거나 허벅지를 만지는 접촉을 반복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 사건에서, 의뢰인이 교육청 심의위원회에 신고하자 가해자는 반성하기는커녕 교직원들에게 사건 내용을 퍼뜨리고 허위 신고라는 진술서를 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심앤이는 학교 공식 기념사진에 찍힌 신체 접촉 장면을 증거로 내는 한편, 신고 이후의 유포와 회유를 별개의 처분 사유로 세우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동료 교사들에게 유포 사실을 탄원서로 작성해 달라고 요청해 자료를 모았고, 심의위원회에 함께 출석해 최종 진술까지 했습니다. 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과 2차 피해를 모두 인정해 가해자를 다른 곳으로 인사이동시켜 피해자와 떼어 놓고, 접촉과 보복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결정했습니다(사건 보기). 직장에서 벌어진 사건의 신고 경로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여성폭력 실태조사가 보여 주는 것
제12조는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하고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쓰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온 숫자가 아래 표입니다.
| 조사 | 지표 | 수치 |
|---|---|---|
|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 평생 한 번이라도 피해 경험 | 36.1% |
|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 성적 폭력 피해 경험 | 19.5% |
|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 2차 피해 중 피해에 대한 사소화 | 40.3% |
|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 경찰에 신고한 비율 | 1.8% |
|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 여성 신고율과 남성 신고율 | 2.4%와 0.7% |
앞의 세 줄은 여성가족부의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뒤의 두 줄은 성평등가족부가 2026년 6월 발표한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에서 나온 수치입니다. 위에서 세 번째 줄을 특히 보시기 바랍니다. 2차 피해를 겪었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이 별일 아니라는 취급, 즉 피해에 대한 사소화였고 그 비율이 40.3%였습니다.
마지막 두 줄은 이 법이 왜 필요한지를 한눈에 보여 줍니다. 세 명 중 한 명이 겪은 일인데 신고까지 간 사건은 100건 중 2건이 채 되지 않습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개인의 선택으로 돌릴 수 없는 수치입니다.
젠더폭력이라는 말이 과장이라는 주장에 답합니다
젠더폭력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은 대체로 세 갈래입니다. 폭력에 성별이 어디 있느냐, 남성 피해자를 배제한다, 통계가 부풀려졌다는 것입니다. 세 가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첫째, 성별에 기반한다는 말은 가해자의 성별이 아니라 표적이 되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술을 마셨는데 누가 노려지는지, 헤어지자는 말에 누구의 목숨이 위험해지는지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둘째, 남성 피해자를 배제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습니다. 지원 창구는 성별로 문을 닫지 않고, 2024년 여성긴급전화 1366의 남성 상담은 18,362건으로 전체의 6.3%였습니다.
셋째, 통계가 부풀려졌다는 주장은 방향이 반대로 뒤집혀 있습니다. 신고율이 1.8%라는 것은 드러난 사건이 실제의 극히 일부라는 뜻입니다. 공식 통계는 과장된 숫자가 아니라 실제보다 한참 작게 잡힌 숫자입니다. 과장이라는 비난은 신고하지 못한 사람들을 한 번 더 지우는 말입니다.
법에 정의가 적혀 있다는 것은 다툴 언어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신고한 뒤에 겪은 일을 참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조사실에서 받은 부적절한 질문, 회사에서 받은 인사조치, 주변에 퍼진 소문은 모두 날짜와 함께 기록해 두시면 됩니다. 그 기록이 별개의 사유로 다퉈지는 순간, 2차 피해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위가 됩니다. 신고 뒤에 이어지는 행동에 붙는 죄명과 대응 순서는 2차 가해·보복범죄 대응에 정리돼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