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유예는 가해자의 혐의가 인정되는데도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한 처분입니다. 죄가 없다는 결론이 아니라, 죄는 있지만 이번에는 기소하지 않겠다는 결론입니다.
이 처분의 효력은 두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재판을 거치지 않으니 가해자에게 전과와 신상정보 등록이 생기지 않고, 반대로 확정판결이 아니니 공소시효 안에서는 사건을 다시 열어 기소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이 처분을 받아들일지, 다툴지는 이 두 효력을 함께 놓고 정해야 합니다.
기소유예 뜻, 무혐의와 무엇이 다른가요?
정반대입니다. 혐의없음은 범죄가 성립하지 않거나 증거가 모자란다는 판단이고, 기소유예는 피의사실이 인정되지만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해 소추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입니다(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법적 근거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한 형사소송법 제247조입니다.
형법 제51조가 참작하라고 정한 것은 범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입니다. 앞의 셋은 대부분 사건이 일어난 순간 이미 정해져 있고, 처분 전까지 가해자가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칸은 범행 후의 정황입니다. 반성문과 합의 제안, 봉사활동 확인서가 모두 이 칸을 채우려고 들어옵니다.
"한 번의 실수이니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은 가해자 쪽에서 나오는 논리입니다. 성범죄에서 그 기회의 대가는 같은 직장과 학교, 같은 동네에서 가해자를 다시 마주쳐야 하는 피해자가 치릅니다. 기소유예가 나왔다면 누구의 사정이 기록에 더 많이 적혔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기소유예·혐의없음·벌금·집행유예, 효력 비교표
아래 표는 통지서에 적힐 수 있는 처분 네 가지가 가해자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비교합니다. 앞의 둘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이고, 뒤의 둘은 법원의 유죄 판결입니다.
| 처분 | 범죄 인정 | 전과(범죄경력자료) | 신상정보 등록·취업제한 | 다시 다툴 수 있나 |
|---|---|---|---|---|
| 기소유예 | 인정 | 남지 않음, 수사경력자료에만 | 없음 | 공소시효 안에서 재기·기소 가능 |
| 혐의없음 | 인정 안 함 | 남지 않음, 수사경력자료에만 | 없음 | 새 증거가 있으면 재기 가능 |
| 벌금 | 유죄 확정 | 남음 | 등록 대상(일부 죄 제외), 취업제한 명령 가능 | 확정되면 같은 사건 재처벌 불가 |
| 집행유예 | 유죄 확정 | 남음 | 등록 대상, 취업제한 명령 가능 | 확정되면 같은 사건 재처벌 불가 |
표의 셋째 칸이 기소유예의 가장 큰 효력입니다. 범죄경력자료는 벌금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에 남고(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기소유예는 불기소처분 기록인 수사경력자료에만 남습니다(같은 조 제6호). 신상정보 등록은 성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람에게만 해당하고(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 취업제한 명령도 형을 선고할 때 함께 내려지므로(아청법 제56조 제1항), 기소유예로는 둘 다 생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마지막 칸은 기소유예가 판결보다 약한 지점입니다. 기소유예에는 확정판결 같은 효력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검사가 기소유예한 사건을 나중에 재기해 기소해도 기소의 효력에 영향이 없고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도2686 판결). 기록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는 기소유예 기간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성범죄에서 기소유예가 나오는 경우
대검찰청이 2026년 8월 31일 제정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관한 지침'은 기소유예를 판단할 때 볼 요소를 네 묶음으로 적었습니다. 범행의 동기와 계획성, 피의자의 처벌 전력과 동종 전력, 처벌에 대한 피해자의 의사, 그리고 자백·반성과 피해 회복·합의 여부입니다(제3조 제1항).
이 사이트에 공개된 심앤이 진행 사건 가운데 가해자가 기소유예를 받은 아홉 건은 모두 합의금이 지급된 사건이었고, 그중 세 건은 형사조정을 거쳤습니다. 피해자의 의사와 피해 회복이 판단 요소로 적혀 있는 만큼, 합의가 성립하면 가해자는 곧바로 기소유예를 구합니다. 그래서 합의에 응할지,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넣을지는 피해자가 처분의 결과까지 보고 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합의금을 받았으면 처벌은 포기한 것"이라는 말도 따라붙습니다. 합의금은 이미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이고, 처벌불원 문구를 합의서에 넣을지는 금액과 별개로 피해자가 정하는 조건입니다. 처벌불원 문구 없이 합의서를 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같은 지침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도 기소유예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적혀 있습니다. 신체나 자유에 대한 침해가 경미해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구형할 사안 등입니다(제3조 제2항). 가해자 측이 성범죄를 이 '경미 사안'에 끼워 넣으려 하면, 접촉이 짧았다는 주장에 맞서 사건 뒤 피해자의 치료와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록으로 내세요.
조건부 기소유예 목록에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사범 교육'이 올라 있다는 점도 짚어 둡니다(같은 지침 제4조 제1항 제8호). 법률은 이를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라 부르고 있고(아청법 제2조 제5호), 촬영된 아이의 피해는 영상이 남아 있는 한 끝나지 않으므로 교육 몇 시간을 조건으로 기소를 미룰 사안이 아닙니다.
기소유예 처분 전에 피해자가 해야 할 일
같은 지침은 처분 전 피해자 의사 확인을 검사의 의무로 적어 두었습니다.
지침 요지 — 검사는 피해자가 있는 사건의 경우 처분 전에 처벌 희망 여부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합니다. 수사 과정에서 이미 의사가 명확히 확인됐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는 예외입니다(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관한 지침 제2조 제2항).
예외 조항이 피해자에게 주는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연락처를 최신으로 유지하고, 처벌을 원한다는 뜻은 말이 아니라 서면으로 남기세요. 처벌 의사를 담는 서면의 양식과 예문은 엄벌탄원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분 전이 더 중요해진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지침은 경미 사안으로 판단해 기소유예한 사건에 고소인이 항고하면,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각하도록 정했습니다(제9조 제2항). 경미 사안이라는 판단이 한번 내려지면 항고로 뒤집기 어려우므로, 의견서는 처분 전에 들어가야 합니다.
의견서의 틀은 앞에서 본 지침 제3조 제1항의 판단 요소를 따르면 됩니다. 범행의 동기와 계획성에는 가해자가 사건 전에 접근한 경위를, 피해자의 의사에는 처벌을 원한다는 문장을, 반성과 피해 회복에는 사과를 받은 적이 있는지와 지금 받는 치료를 적습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이런 사정이 처분을 가르는 방식은 성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합의 뒤 기소유예가 나온 사건, 피해자가 지킨 것
기소유예로 끝난 사건이라도 피해자가 무엇을 받아 냈는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가해자가 범행 일부를 부인하던 사건에서 심앤이가 합의의 조건을 정한 경우입니다.
상황학창 시절부터 가족끼리도 알고 지낸 친구가 피해자의 집에서 술자리를 가진 뒤, 잠이 든 피해자에게 유사강간을 저질렀습니다. 조사에서 가해자는 손가락 삽입만 인정하고 나머지 행위는 부인했고, 사건 뒤에도 SNS 활동을 이어 가며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대응심앤이는 피해자 몸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남성 DNA가 검출된 결과를 신속히 확인해 부인을 무너뜨렸습니다. 가해자가 500만 원을 내밀며 진술 번복과 탄원서를 요구하자 그 조건으로는 합의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결과합의금 8,000만 원과 비밀유지·접근금지·통신제한 조항, 가해자 기소유예
사건 전문 보기 →모든 혐의를 인정받는 것을 합의의 전제로 삼아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동아리 선배가 잠든 피해자를 추행하며 촬영한 사건에서 심앤이는 가해자가 혐의를 전부 인정한 뒤에야 합의에 응해 2,000만 원이던 제안을 5,000만 원으로 올려 받아 냈고, 처분은 기소유예였습니다(사건 보기).
학원 원장에게 추행당한 사건에서 심앤이는 같은 반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형사조정에서 1,000만 원을 받아 냈고, 처분은 기소유예로 끝났습니다(사건 보기).
기소유예 통지를 받았다면 확인할 것
통지를 받은 날 처분 이유부터 확보하세요. 고소인은 청구하면 검사에게서 불기소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받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59조). 이유서에 적힌 참작 사정이 실제와 다르다면 그 문장이 다툴 대상입니다. 항고와 재정신청의 기한과 순서, 민사 손해배상과의 병행은 강제추행 기소유예 통지 대응 절차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통지서에 '교육이수조건부'처럼 조건이 붙어 있다면 그 조건과 이행 기한도 함께 확인하세요.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사건이 재기될 수 있어 피해자도 조건의 내용을 알아 둘 필요가 있고, 조건별 이행 기간은 앞에서 안내한 기소유예 기간 편에 있습니다.
기한이 지났다고 모든 길이 닫히지는 않습니다. 같은 사건을 다시 고소하면 원칙적으로 각하되지만, 새로 중요한 증거가 발견돼 그 사유를 소명하면 예외입니다(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5호 다목). 불기소 뒤 이어지는 절차 전반은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있습니다.
항고 기한은 통지받은 날부터 30일이므로, 이유서를 받는 대로 항고할지를 정해 기한을 넘기지 마세요. 합의로 정리하기로 했다면 서명 전에 합의서에 접근금지와 비밀유지 조항이 들어갔는지 확인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