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디시에 도는 성범죄 속설 팩트체크, 합의·무고·무혐의에 대한 오해 10가지

커뮤니티에 도는 성범죄 속설 10가지를 조문과 대법원 판례로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합의하면 끝난다, 무혐의면 무고가 된다, 필름이 끊기면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2026.09.30 · 읽는 시간 7분 · 글 법무법인 심앤이 성범죄피해자전담센터 심지연 대표변호사

핵심 요약

  1. 강간·추행죄는 2013년 6월 19일 이후 저지른 범죄부터 친고죄가 아니어서, 합의하거나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와 재판은 계속되고 처벌불원은 양형에서 참작될 뿐입니다.
  2. 대법원은 성폭행 피해 신고가 불기소나 무죄로 끝났다는 사정만으로 신고 내용을 허위로 단정해 무고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2018도2614).
  3. 술에 취해 기억이 끊겼더라도 판단능력과 대응능력을 잃은 상태였다면 준강간·준강제추행이 성립하고, 대화에 참여한 사람의 녹음은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디시인사이드 같은 커뮤니티에서 성범죄 사건을 검색하면 합의 안 해 주면 흐지부지된다, 무혐의 나오면 무고로 역고소당한다, 필름 끊겼으면 처벌 못 한다는 말이 쏟아집니다. 조문과 대법원 판례로 확인하면 이 말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고, 하나같이 피해자가 먼저 멈추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그 말을 믿으면 무고가 두려워 고소를 접고, 합의를 거절하면 손해라는 말에 헐값에 도장을 찍게 됩니다.

성범죄 속설 팩트체크 10가지 한눈에 보기

표의 사실 칸은 현행 조문과 대법원 판결, 공식 발표를 근거로 했고, 근거 칸의 판결과 조문은 번호별로 이어지는 절에서 판시 취지와 함께 확인합니다.

번호속설사실근거
1합의하거나 고소를 취하하면 사건이 끝난다강간·추행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수사와 재판이 계속된다형법 제306조 삭제(법률 제11574호)
2합의를 안 해 주면 피해자만 손해다처벌 절차는 그대로 가고 배상은 민사로 따로 청구한다민법 제750조·제766조
3공탁금이 걸리면 합의한 것과 같다공탁은 처벌불원이 아니고 법원은 판결 전 피해자 의견을 들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6
4합의금에는 정해진 시세가 있다법이 정한 금액은 없고 사건과 협상에 따라 정해진다법령에 규정 없음
5무혐의나 무죄가 나오면 무고로 처벌된다무고는 허위임을 알고 신고했을 때만 성립한다형법 제156조, 대법원 2018도2614
6성범죄 고소의 상당수가 무고다무고로 고소된 사례 가운데 유죄는 소수다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대검찰청 포럼
7사건 뒤 연락했거나 만났으면 피해 주장이 안 통한다피해자다움을 기준으로 진술을 배척하면 안 된다대법원 2018도7709
8물증이 없으면 무혐의로 끝난다주요 부분이 일관된 피해자 진술은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18도7709
9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면 처벌할 수 없다판단·대응 능력을 잃은 상태였다면 준강간·준강제추행이 성립한다대법원 2018도9781
10몰래 녹음한 파일은 증거가 안 된다대화에 참여한 사람의 녹음은 불법 녹음이 아니다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대법원 2006도4981

성추행 합의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속설 1·2·4

아무것도 멈추지 않습니다. 형법 개정(법률 제11574호)으로 강간·추행죄를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친고죄로 정한 조항이 삭제됐고, 이 개정은 2013년 6월 19일 이후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됩니다. 지금의 성폭력처벌법에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래서 합의가 없어도,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와 재판은 계속됩니다. 합의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형을 줄이는 특별감경인자로 올라 있습니다. 합의는 감형 사유를 넘겨주고 배상을 받는 거래이고, 거래를 할지는 피해자가 정합니다.

거절한다고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닙니다. 형사 합의를 하지 않아도 민사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피해와 가해자를 알게 된 뒤 3년 안에 소송을 내면 됩니다(민법 제766조 제1항). 형사 판결이 인정한 사실은 민사에서도 강한 증거로 쓰입니다.

합의금 시세라는 것도 없습니다. 법은 합의금 액수를 정하지 않고, 금액은 죄명과 피해 정도, 재판 단계, 가해자가 받을 형의 무게를 놓고 협상으로 정해집니다. 합의서에 무엇을 넣고 금액을 어떻게 가늠하는지는 합의금·합의대행에서 이어집니다.

공탁금이 걸리면 합의한 것과 같나요? 속설 3

같지 않습니다. 형사공탁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법원 공탁소에 돈을 맡기는 것이고,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할 수 있습니다(공탁법 제5조의2).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가 담기지 않으므로 합의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법도 이 차이를 반영합니다. 피고인이 피해 회복에 필요한 돈을 공탁하면 법원은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6).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과 엄벌을 원한다는 의견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히는 것이 공탁 감형을 막는 길입니다.

공탁이 두 번 들어와도 피해자가 받지 않으면 합의가 되지 않습니다. 잇따른 공탁에도 합의를 거절하고 엄벌 의견을 낸 사건입니다.

촬영물유포디지털성범죄형사고소
이별 후 나체사진을 유포한 전남자친구, 합의 거절하고 추가 공탁도 방어하여 징역 1년 구속 이끌어낸 사건

상황헤어지고 1년이 지나, 성인 사이트에 자기 나체 사진과 성관계 영상이 게시된 것을 지인에게서 전해 들었습니다. 전 남자친구는 수사 단계에서 동의를 받고 올렸을 뿐이라고 부인했고,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받고도 구속되지 않은 채 항소한 뒤 1심의 2,000만 원에 이어 항소심에서 1,000만 원을 더 공탁하며 합의를 요구했습니다.

대응심앤이는 피해자의 뜻에 따라 합의를 거절하고,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공탁계에 알렸습니다. 선고 직전에는 돈을 맡긴 것만으로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의견서와 피해자가 직접 쓴 엄벌탄원서를 냈습니다.

결과항소 기각으로 징역 1년 유지, 항소심 선고 당일 법정구속

사건 전문 보기 →

무혐의 나오면 무고죄가 되나요? 속설 5·6

되지 않습니다. 무고죄가 되려면 신고한 내용이 거짓이어야 하고, 신고한 사람이 그 사실을 알면서 상대를 처벌받게 하려 했어야 합니다(형법 제156조). 증거가 모자라 불기소나 무죄로 끝났다는 것은 범죄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뜻이지, 신고가 거짓이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판시 취지 — 수사나 재판에서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결과만 보고 피해 신고 자체를 거짓으로 몰아서는 안 되고, 피해자가 당시 처했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짜 피해자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잣대로 그 설명을 물리쳐서도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2019년 7월 대법원 2018도2614 판결).

이 판결은 강제추행 피해를 신고했다가 무고로 기소돼 하급심에서 유죄를 받은 사람의 사건을 대법원이 파기해 돌려보낸 것입니다. 무고 공포를 퍼뜨리는 쪽은 이 판결을 말하지 않습니다.

무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가 곧바로 피해자를 무고로 역고소한 경우입니다.

무고죄방어명예훼손방어협박방어
유사강간 피해자, 무고죄 등 역고소당해 무혐의로 방어한 사건

상황술집 사장의 소개로 처음 만난 남성이 모텔에서 술을 더 마시자며 수십 분을 조르다 함께 간 피해자에게 유사강간을 저질렀습니다. 형사재판은 피해자 진술 외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끝났고, 가해자는 피해자를 무고·폭행·협박·강요미수·명예훼손 다섯 가지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대응심앤이는 정보공개청구로 가해자의 고소장을 받아, 저항하며 밀친 행동이 폭행·협박으로, 녹음 파일 삭제를 막은 행동이 강요로, 피해 신고가 무고로, 술집 사장에게 도움을 청한 말이 명예훼손으로 둔갑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조사 전에 의견서를 내 원사건의 무죄는 증거가 모자란 데 따른 판단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과다섯 혐의 모두 한 달 만에 불송치(혐의없음)

사건 전문 보기 →

무고가 흔하다는 말도 수치와 맞지 않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0년 이슈페이퍼를 보면,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 측이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한 824명 가운데 유죄가 나온 사람은 49명(5.9%)뿐이었습니다. 발생부터 기소까지의 통계는 출처와 함께 따로 정리했습니다(성폭력 통계 총람). 역고소를 당했을 때 조사 전에 준비할 것은 무고죄 방어에 있습니다.

사건 뒤에 연락했거나 물증이 없으면 무혐의인가요? 속설 7·8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된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드러나지 않으면 그 신빙성을 가볍게 물리치지 말라고 판시했습니다(2018년 10월 대법원 2018도7709 판결).

같은 판결은 피해자가 사건에 대처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성격도, 가해자와의 관계도, 놓인 처지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건 뒤 연락을 주고받았다거나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을 밀어내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물증이 없으면 끝이라는 말도 과장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강간 사건에서도, 가해자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모순된다면 그 사정이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같은 판결). 기습적으로 몸을 만지는 추행은 힘의 세기와 관계없이 강제추행이 된다는 것도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18도2614).

지금 손에 있는 자료 가운데 무엇을 먼저 남길지는 증거가 없는 경우를 보시면 됩니다.

준강간 필름 끊기면 처벌 못 하나요? 속설 9

처벌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술이나 약물로 정신을 잃은 경우는 물론, 의식이 조금 남아 있었더라도 술 때문에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거나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 없었다면 준강간·준강제추행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2021년 2월 대법원 2018도9781 판결).

이 판결은 기억만 끊기는 블랙아웃과 의식을 잃는 패싱아웃을 구별하면서도, 피해자가 스스로 걷거나 이름을 말할 수 있었다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심신상실이 아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의했을 가능성을 합리적 의심의 근거로 삼아서도 안 됩니다.

만취한 피해자를 차로 데려가 간음한 남성이 기억하지 못할 뿐 합의였다고 맞섰지만, 심앤이는 위드마크 공식과 CCTV로 1심 실형을 받아 냈고, 항소심에서 5,500만 원에 합의한 뒤에도 징역 3년 · 집행유예 4년과 취업제한 5년이 선고됐습니다(사건 보기). 술자리 성폭력에서 심신상실을 따지는 기준은 준강간·준강제추행에 더 자세히 있습니다.

몰래 녹음한 파일은 증거가 안 되나요? 속설 10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 한 녹음이라면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막는 것은 자기가 끼지 않은 남들끼리의 비공개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엿듣는 일이고(제3조 제1항), 대법원은 세 사람이 나눈 대화를 그중 한 사람이 녹음한 경우도 녹음한 사람에게는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6도4981 판결).

가해자와 직접 통화하거나 만나 따질 기회가 있다면, 나중에 말을 바꾸기 쉬운 사과나 인정의 말이 남도록 그 대화를 녹음해 두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성추행 합의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멈추지 않습니다. 2013년 6월 19일 이후 범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합의나 고소 취하가 처벌의 조건이 아니고,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서 감경 사유로 참작될 뿐입니다. 합의하지 않아도 민사로 위자료를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성범죄 무고죄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0년 이슈페이퍼 기준으로, 가해자 측 고소로 시작된 성폭력 무고 사건 824명 가운데 유죄는 49명, 5.9%에 머물렀습니다. 무고는 허위임을 알고 신고한 경우에만 성립하므로(형법 제156조), 증거가 모자라 끝난 사건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Q. 무혐의 나오면 무고로 역고소당하나요?
고소를 당할 수는 있어도 무혐의라는 이유만으로 무고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피해 신고를 거짓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2018도2614).
Q. 가해자가 공탁하면 감형되나요?
공탁은 합의가 아니어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담기지 않습니다. 공탁이 있으면 법원은 선고에 앞서 피해자 쪽 의견을 반드시 듣게 돼 있으니(형사소송법 제294조의6),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과 엄벌 의견을 분명히 밝히세요.
Q. 준강간 필름 끊기면 처벌 못 하나요?
처벌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의식이 조금 남아 있었더라도 술 때문에 제대로 판단하거나 맞설 수 없는 상태였다면 준강간·준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봤고,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동의 가능성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2018도9781).
Q. 몰래 녹음한 것도 성범죄 증거가 되나요?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 녹음한 것이라면 증거가 됩니다. 법이 막는 것은 자기가 끼지 않은 남들끼리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일이고, 대법원은 대화 참여자의 녹음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2006도4981).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아요.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내 사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글은 일반론이에요. 내 사건의 답은 상담에서 찾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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