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피해로 변호사를 찾아보는 분들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것은 비용이나 경력이 아닙니다. 선임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입니다. 고소장을 대신 써 준다는 설명은 어디서나 보이는데, 그 뒤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측 대리인이 개입하는 지점은 고소장을 낼 때, 첫 경찰조사를 받을 때, 송치되기 전 경찰 단계, 송치 통지를 받은 직후, 처분이 나온 뒤 다섯 곳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각 지점마다 그 자리에서 결정되는 것이 다르고, 지나가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도 다릅니다. 이 글은 고소대리 업무의 일반적인 범위표가 아니라, 강제추행 사건에 한정해 피해자 측을 대리했던 사건 세 건을 단계, 그 단계에서 한 일, 그 단계의 결과 세 축으로 다시 정리한 기록입니다. 처분 결과는 처분서에 적힌 표현을 그대로 옮겼고, 중간 단계의 칸에는 그 단계에서 확보된 것을 적었습니다.
강제추행 사건의 다섯 국면, 결정되는 것이 각각 다릅니다
강제추행은 대개 둘만 있는 공간에서 벌어져 CCTV나 물증이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건의 무게를 정하는 것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그것을 받쳐 주는 간접증거입니다. 어느 국면에서 무엇이 정해지는지 알고 있으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집니다.
| 단계 | 이 단계에서 정해지는 것 | 피해자 측이 할 수 있는 일 | 놓치면 생기는 일 |
|---|---|---|---|
| 고소장 접수 | 수사 방향과 첫 죄명 | 행위·날짜·증거를 항목으로 특정 | 사건이 축소된 채 출발 |
| 첫 경찰조사 | 진술의 신빙성 | 진술 정리와 변호사 입회 | 뒤에 바로잡기 어려움 |
| 송치 전 경찰단계 | 송치 여부와 송치 죄명 | 기록 확보 후 의견서 제출 | 불송치 또는 죄명 하향 |
| 송치 직후 검찰 | 약식기소인지 정식기소인지 | 구공판 의견서와 엄벌탄원서 | 벌금형으로 종결 |
| 처분 이후 | 불복 여부와 역고소 대응 | 이의신청·항고·재정신청 | 기한이 지나 불복 불가 |
10월 2일부터 고소장은 경찰서에 냅니다. 수사관이 사건을 처음 만나는 통로가 고소장이라, 여기서 잡힌 방향이 뒤 단계까지 그대로 흘러갑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심했어야 강제추행이 된다고 오해해 스스로 사건을 줄여 적는 분들이 많은데, 기습적인 접촉은 그 행위 자체가 폭행으로 평가됩니다. 성립 기준은 성추행에 따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단계별로 무엇을 했고 어떻게 끝났는지, 사건 세 건
아래 표는 세 사건에서 어느 국면에 어떤 개입이 있었고,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한 줄씩 정리한 것입니다.
| 단계 | 사건 | 변호사가 한 일 | 그 단계의 결과 |
|---|---|---|---|
| 고소 준비 | 직장 상사 강제추행 | 사후 메시지·통화 녹음 확보, 유리한 대목 발췌 | 간접증거로 진술 보강 |
| 첫 경찰조사 | 직장 상사 강제추행 | 기억이 또렷한 부분 중심으로 진술 설계 | 진술 신빙성 인정 |
| 수사기관 의견서 | 직장 상사 강제추행 | 가해자 내용증명 주장을 반박한 의견서 | 불구속구공판 |
| 송치 직후 | 헌팅 후 모텔 강제추행 | 검사실에 구공판 의견서 예고 후 제출 | 불구속 구공판 |
| 처분 이후 | 증거불충분 불기소된 사건 | 검찰항고와 재정신청으로 불복 | 기각, 뒤이어 무고 맞고소 |
| 역고소 조사 | 같은 사건의 무고 맞고소 | 원사건 기록 열람, 고의 없음 소명, 입회 | 불송치(혐의 없음) |
세 사건 모두 진술과 그 진술을 받쳐 주는 자료를 어떻게 세우느냐가 쟁점이었던 사건입니다. 그런데도 결과가 갈린 이유는 각 국면에서 상대가 무엇을 노리는지를 먼저 읽고 그 지점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한 건씩 풀어 보겠습니다.
첫 경찰조사, 말이 기록으로 굳는 자리
이직을 주선해 준 직장 상사가 회식 후 집 안까지 따라 들어와 추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밀실에서 벌어져 물증이 없었고, 가해자는 사과를 요구받자 변호사를 선임해 오히려 내용증명을 보내왔습니다. 대리인이 한 일은 사건 직후 남은 흔적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가해자에게 따져 물은 메시지, 약혼자에게 곧바로 피해를 알린 통화 녹음을 확보해 유리한 대목만 발췌해 고소장에 붙였습니다.
조사 준비는 기억을 늘리는 작업이 아니라 선명한 부분을 골라 세우는 작업입니다. 흐릿한 대목까지 억지로 채우면 한 군데가 흔들릴 때 진술 전체가 함께 흔들립니다. 가해자는 술자리 내내 손을 잡고 있었다며 호감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결혼을 약속한 상대가 있었고 열 살 이상 나이 차가 났다는 사정을 짚어 그 주장의 개연성부터 무너뜨렸습니다. 결과는 불구속구공판, 즉 벌금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 정식 재판으로 넘어간 것입니다(사건 보기).
이렇게 적습니다: “가해자가 제 허리와 엉덩이에 손을 대고 여러 차례 쓸어내렸고, 저는 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몸을 밀어냈습니다.”
이렇게 적지 않습니다: “분위기가 좀 이상했던 것 같고, 아마 그 뒤에 만진 것 같습니다.” 확신 없는 추측 표현은 문장 하나가 아니라 조서 전체의 무게를 깎습니다.
시점도 중요해졌습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집니다. 개정으로 달라지는 절차 전반은 따로 정리한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조사가 끝나면 정보공개청구로 내 진술조서부터 받아 두시기 바랍니다. 경찰의 두 번째 조사나 법정의 증인신문은 한참 뒤에 잡히는데, 그때 기억이 아니라 조서에 적힌 표현대로 말해야 일관성이 지켜집니다.
송치 통지를 받은 날, 처분 전 며칠이 갈림길입니다
번호를 주고받아 알게 된 남성과 술을 마신 뒤 모텔에서 추행을 당한 사건입니다.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손목을 붙잡혀 제압당했고, 벗어나려던 순간 한 번 더 추행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에서 송치 결정이 나온 시점에 사건은 약식기소로 벌금형에 그칠 수 있는 자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대리인은 송치 결정이 나온 직후 담당 검사실에 먼저 연락했습니다. 정식 재판을 구하는 의견서를 낼 테니 그 서면을 읽은 뒤에 처분해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처분이 내려진 다음에 서면이 도착하면 늦기 때문입니다. 이어 가해자가 사과한 대화를 하나씩 번호를 붙여 정리했고, 손목에 멍이 든 사진과 정신과 진료기록, 입퇴원 확인서를 함께 냈습니다. 피해자 본인은 엄벌탄원서를 썼습니다. 검사는 곧 기소를 결정했고 사건은 불구속 구공판으로 정식 재판에 넘어갔습니다(사건 보기).
이 국면에서 피해자가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이 시간입니다. 송치 통지는 사건이 잘 풀렸다는 신호이지 끝났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벌금형과 정식재판은 전과의 무게와 취업제한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이고, 그 차이를 가르는 서면이 며칠 사이에 도착하느냐로 갈립니다. 검찰 단계에서 서면을 넣는 방법과 순서는 수사절차(경찰·검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불기소로 끝났거나, 역고소를 당했다면
세 번째 사건은 직속 상사에게 반복적으로 추행을 당해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된 경우입니다. 사내 징계까지 있었는데도 형사에서는 입증에 이르지 못했고, 검찰항고와 재정신청까지 갔다가 기각됐습니다. 그리고 여섯 달쯤 뒤,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로 맞고소했습니다.
여기서 방어의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증거불충분은 신고 내용이 허위라는 판단이 아니라 입증에 이르지 못했다는 판단이라는 점입니다. 무고가 성립하려면 신고가 허위라는 사실과 처벌받게 할 목적이 함께 인정되어야 합니다. 대리인은 원사건의 고소장·의견서·이의신청서·증거자료를 모두 열람해 신고 당시 근거가 있었음을 자료로 제출했고, 예상 질문을 정리해 피의자 조사에 동행했습니다. 결과는 가해자가 낸 무고 사건에 대한 불송치(혐의 없음) 처분이었습니다(사건 보기). 무고로 역고소를 당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하고 어떤 자료로 방어하는지는 무고죄 방어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고소한 사건이 불송치로 끝났다면, 피해자가 챙겨야 할 것은 기한입니다. 불송치 통지를 받았다면 10월 2일 이후에는 통지받은 날을 기준으로 3개월이 이의신청 기한입니다. 검사의 불기소에 불복할 때는 불기소 처분을 한 지방공소청·지청에 항고장을 내면 관할 광역공소청장이 판단하고, 항고 30일·재정신청 10일이라는 기간은 지금과 같습니다.
단계와 무관하게 찾아오는 합의 제안, 무엇부터 확인할까요
수사가 시작되면 가해자 측은 거의 예외 없이 합의를 시도합니다. 이때 먼저 확인할 것은 금액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할 의사가 있는지, 아니면 끝까지 부인하면서 돈으로 사건만 덮으려는지에 따라 응답이 달라져야 합니다. 위 사건들처럼 단계표를 따라가는 흐름과 달리, 합의 제안은 어느 국면에서든 갑자기 들어오는 변수라 따로 떼어 두었습니다.
자백도 사과도 없이 위로금 명목으로 돈을 건네려는 제안은 받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피해자가 돈을 받은 사실이 수사기관에 알려지면, 사건의 초점이 가해 행위에서 금전 문제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는지, 금액만 정하고 처벌은 그대로 구하는지를 문서에 분명히 구분해 적어야 합니다.
합의 제안을 받았을 때 금액보다 먼저 물을 문장: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하실 의사가 있으신가요? 그 내용을 서면으로 남겨 주실 수 있나요?”
가해자 측 변호사가 직접 연락해 오면 대응을 대리인에게 넘기는 편이 낫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오간 말이 나중에 진술의 일관성을 공격하는 재료로 쓰이는 일이 있고, 연락 자체가 2차 피해가 되기도 합니다. 합의가 되지 않아 가해자가 공탁을 걸어 두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피해 회복 노력이 있었다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수령 의사가 없다는 점을 서면으로 밝히는 것이 안전합니다.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을까요?
고소장을 내기 전, 늦어도 첫 경찰조사 전입니다. 앞의 표에서 보셨듯 고소장에서 수사 방향이 잡히고 첫 조사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정해지는데, 이 두 가지는 뒤에 뒤집기가 가장 어려운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조사를 다 받고 난 뒤에 선임하면 이미 굳은 기록 위에서 싸움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미 조사를 마친 뒤라도 늦은 것은 아닙니다. 진술조서를 확보해 기존 진술을 확인하고, 송치 전에는 의견서로 수사관의 판단을 교정할 수 있으며, 송치 뒤에는 처분 전에 검사에게 서면을 넣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각 국면에는 기한이 있어서, 지금이 어느 단계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국선 피해자 변호사만 두어도 될까요?
첫 조사에 동행을 받는 데까지는 국선 지원으로 충분합니다. 성범죄 피해를 입은 분에게는 국선 변호사가 비용 부담 없이 지원되고, 이는 부탁해서 얻는 도움이 아니라 법이 정해 둔 권리입니다. 담당 수사관에게 연락이 오면 그때 선임을 요청하고, 첫 조사에 반드시 동행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경찰서에서 먼저 안내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직접 챙겨야 합니다.
차이는 역할의 범위에서 드러납니다. 진술 설계, 증거 확보, 국면마다 다시 쓰는 의견서처럼 사건을 앞에서 끌어야 하는 역할까지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국선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할 때는 막연히 의견서를 부탁하기보다 법률적인 부분을 콕 집어 요청하는 편이 낫습니다. 유사한 판례를 내 사건에 연결해 달라거나, 조사에서 나온 특정 질문의 취지를 설명해 달라는 식입니다. 반대로 엄벌탄원서처럼 피해자 본인의 말이 그대로 힘이 되는 글은 직접 쓰는 편이 낫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