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강간 변호사가 죄명 경계에서 하는 일, 준강간·유사강간 구분과 형량을 바꾼 의견서

강간·준강간·유사강간은 무엇으로 갈리는지, 강간 변호사가 죄명 경계에서 피해자 의견서로 형량을 바꾼 사례와 판단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2026.09.04 · 읽는 시간 7분 · 글 법무법인 심앤이 성범죄피해자전담센터 심지연 대표변호사

핵심 요약

  1. 송치 죄명 한 줄이 법정형의 하한과 양형기준의 출발점, 민사에서 다툴 손해의 범위까지 좌우합니다.
  2.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은 행위 태양으로, 준강간 계열은 피해자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여부로 갈립니다.
  3. 미수인지 기수인지, 상해가 인정되는지는 수사 중에 다투어지며 피해자 측 의견서로 실제로 바뀝니다.

송치 통지서에는 죄명이 한 줄로 적혀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는 사실만 눈에 들어오고, 그 한 줄이 무엇을 정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한 줄이 가해자에게 적용될 형의 하한을 정하고, 재판부가 들여다보는 양형기준의 출발점이 되며, 나중에 민사로 다툴 때 손해의 범위를 가늠하는 근거가 됩니다.

경찰이 처음 적어 넣은 죄명이 그대로 굳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다시 다투어지고, 실제로 바뀝니다. 다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처음의 판단이 그대로 기소로 이어집니다. 가해자 측은 죄명을 낮추려고 처음부터 서면을 냅니다.

이 글은 강간·준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이 어디에서 갈리는지 기준표로 정리하고, 죄명이 실제로 움직인 사건 세 건을 사실·쟁점·결과 순서로 봅니다.

죄명 한 줄이 정하는 세 가지

첫째는 법정형의 하한입니다. 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유사강간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인데,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벌금형이 선택지에 있는지 없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강제추행으로 남으면 벌금 약식으로 사건이 끝날 여지가 생기고, 유사강간 이상이면 그 길이 막힙니다.

둘째는 양형의 출발점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죄명이 달라지면 재판부가 참고하는 기준의 구간 자체가 이동합니다. 감경 사유를 하나 다투는 것보다 죄명을 한 칸 되돌리는 편이 결과를 크게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는 피해 회복의 범위입니다. 형사에서 인정된 죄명과 사실관계는 민사 손해배상에서 유력한 증거로 쓰입니다. 상해가 인정된 사건과 인정되지 않은 사건은 청구할 수 있는 항목부터 다릅니다.

강간·준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죄명 경계 판단 기준표

죄명은 두 축으로 갈립니다. 가로축은 행위의 태양, 즉 무엇을 했는지입니다. 세로축은 피해자의 상태, 즉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아니면 이미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입니다. 이 두 축을 표로 놓으면 내 사건이 어느 칸에 있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죄명핵심 행위피해자 상태 요건법정형
강간간음폭행·협박이 있었을 것3년 이상 유기징역
유사강간구강·항문 등 신체 내부에 성기를 넣음,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 일부 또는 도구를 넣음폭행·협박이 있었을 것2년 이상 유기징역
강제추행그 밖의 추행폭행·협박이 있었을 것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준강간간음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강간과 같음
준유사강간·준강제추행위 각 행위와 같음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해당 죄와 같음
강간 등 치상위 죄를 범해 상해에 이르게 함상해가 인정될 것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미수(장애미수)착수했으나 결과에 이르지 못함착수 시점이 쟁점형의 감경은 법원의 재량
불능미수결과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했으나 위험성이 있음가해자의 인식이 쟁점처벌되며 감경·면제는 법원의 재량(형법 제27조)

표에서 특히 눈여겨볼 칸은 세 곳입니다. 강제추행과 유사강간을 가르는 것은 힘의 세기가 아니라 신체 내부로 들어가는 행위였는지 여부입니다. 조문은 성기를 넣은 경우만이 아니라 손가락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성기·항문에 넣은 경우도 유사강간으로 적고 있습니다. 즉 손가락을 넣은 사건은 추행이 아니라 유사강간의 칸에 놓입니다. 준강간 계열은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성립하므로, "저항하지 못했으니 강간이 아니다"라는 말은 법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해가 인정되면 죄명은 치상으로 한 칸 올라가면서 법정형이 완전히 다른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강제추행과 유사강간의 경계는 실무에서 진술조서의 문장 하나로 갈립니다. 조사에서 피해 상황을 그대로 말하기가 어려워 "몸을 만졌다"처럼 뭉뚱그려 진술하면, 조서에는 그 표현 그대로 추행으로 남습니다. 넣는 행위가 있었더라도 조서에 그에 해당하는 사실이 적혀 있지 않으면, 수사기관은 기록만 보고 그 밖의 추행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말하기 힘든 부분일수록 무엇을, 신체의 어디에 했는지가 기록에 구체적으로 남아야 합니다. 조사 당시의 표현이 부족했다면 뒤에 의견서로 행위 태양을 특정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진술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말한 사실을 조문이 쓰는 언어로 옮겨 적는 작업입니다. 이 한 번의 정리로 죄명이 강제추행 칸에서 유사강간 칸으로 옮겨 갑니다.

미수와 기수는 무엇으로 갈립니까?

간음죄에서 미수와 기수를 가르는 것은 결과의 발생 여부이고, 실무에서는 삽입 사실이 인정되는지로 다투어집니다. 수사기관이 미수로 판단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DNA 미검출입니다. 그러나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삽입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접촉이 짧게 끝났거나 사정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시료가 남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만취해 의식을 잃은 사이 벌어진 사건이 DNA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준강간미수로 송치된 일이 있습니다. 이때 시료가 남지 않는 경우에 관한 설명, 미검출 상태에서도 진술의 신빙성으로 유죄를 인정한 법원 판단, 사건 당일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은 기록을 함께 묶어 의견서를 두 차례 냈고 준강간 기수로 변경 기소되었습니다. 부작용이 있는 약을 확신 없이 복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정황으로 작동했습니다.

반대로 미수라는 이름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기숙사에서 잠을 청했다가 인기척에 눈을 떴지만, 두려움에 몸이 굳어 계속 자는 것처럼 있을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사건이 있습니다. 쟁점은 피해자가 실제로 깨어 있었다는 사정이 준강간 성립을 막는지였는데, 준강간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실제 의식보다 가해자가 잠든 상태로 알고 범행했는지입니다. 이런 사건이 앞의 표에서 불능미수 칸에 놓입니다. 노린 상태가 실제로는 없었더라도 위험성이 인정되면 그대로 처벌되고, 형을 깎거나 면제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법원이 정하는 문제입니다. 이름에 미수가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복도 CCTV에 남은 체류 정황과 범행 후 흔적을 치우고 나간 행동으로 고의를 입증했고, 감경 없는 엄벌을 요청하는 의견서까지 더해 준강간미수로 징역 3년 법정구속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사건 보기).

'추행'으로 낮추자는 제안을 받았다면

수사 도중에 죄명을 낮추자는 제안이나 압박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벌이 가벼운 쪽으로 정리하면 빨리 끝난다는 말이 함께 따라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서면 앞의 표에서 죄명이 두세 칸 아래로 내려갑니다.

기준은 명확합니다. 잠든 사람의 옷을 벗기고 몸을 만지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미 간음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이 세워 둔 법리입니다. 준강간미수로 송치된 사건이 보완수사 국면에서 준강제추행으로 낮추자는 요구를 받았을 때, 이 법리와 음주량·행위의 형태를 종합한 고의 인정 논리를 담은 의견서로 원래의 죄명을 지켜낸 사례가 있습니다.

의견서에 들어가야 할 문장의 예: “피의자는 피해자의 하의를 벗기고 신체를 만진 단계에서 이미 간음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므로, 이를 준강제추행으로 의율하는 것은 실행의 착수 시점에 관한 법리에 반합니다.”

상해가 인정되면 죄명이 치상으로 올라갑니다

치상은 죄명 경계에서 가장 크게 움직이는 칸입니다. 상해로 인정되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몸에 남은 멍이나 상흔뿐 아니라 정신적 기능의 장애도 상해에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이 상해로 인정되어 죄명이 올라간 사건이 실제로 있습니다.

학교 동기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이 그렇습니다. 가해자가 평소 주량을 훨씬 넘는 술을 계속 권해 정신을 잃게 한 뒤 간음한 사안이었습니다. 쟁점은 항거불능 상태의 간음을 넘어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상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였습니다. 사건 전날 사진과 대비해 하체의 뚜렷한 멍을 입증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과 이어지는 치료 기록으로 정신적 상해를 뒷받침했으며, 마신 술의 양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산해 심신상실 상태를 객관화했습니다. 결과는 준강간치상죄로 검찰 송치였습니다(사건 보기).

정리하면 죄명을 올리는 근거는 진료 기록입니다. 술·약물 때문에 기억이 끊긴 상태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의 입증 방법은 준강간·준강제추행에 더 자세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몸의 흔적은 날짜가 확인되는 사진으로 즉시 남기고, 정신과 진료는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는 복원하기 어려운 자료들입니다.

가해자가 무고를 주장하면 죄명 다툼은 어떻게 됩니까?

가해자가 무고를 주장해도 죄명 다툼의 구조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무고 주장은 대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려는 시도이므로, 진술이 일관되고 객관적 자료와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을 서면으로 정리하면 그대로 무너집니다. 진술에 거짓이 없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실제로 무고로 맞고소한 경우의 대응은 무고죄 방어에 따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깝게 지내 온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시다가 의식을 잃었고, 그 사이에 간음이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가해자는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합의금을 노린 거짓 고소라고 몰아갔습니다. 쟁점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였습니다. 사건 뒤 오간 대화에서 가해자가 술집을 나올 때 피해자를 "들고 나왔다"는 취지로 말한 기록이 남아 있었고, 그 한마디가 심신상실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자의로는 관계를 맺기 어려운 지병의 진료 확인서를 더한 의견서로 준강간죄 송치를 받아냈습니다(사건 보기).

의견서는 언제 내는 것이 좋을까요?

경찰 단계에서는 피의자 조사가 끝난 뒤가 효과적입니다. 가해자는 첫 조사에서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는데, 어떤 주장을 하는지 확인한 다음 그 지점을 겨냥해 반박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담당 수사관에게 물으면 가해자 주장의 대강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송치 통지를 받았다면 그날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검사가 처분을 정하기 전에 서면이 먼저 들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각 단계에서 피해자가 챙겨야 할 일은 수사절차(경찰·검찰)에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시점 하나를 더해야 합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집니다. 보완수사요구 국면에서 2차 조사가 열릴 수는 있지만 그 기회를 전제로 미루지 말고, 죄명에 관한 주장은 첫 조사에서 기록에 남겨 두어야 합니다. 개정 내용 전반은 개정 내용 정리에서 따로 다루고 있습니다.

죄명 변경을 요청할 때 놓치기 쉬운 지점

흔한 상황잘못된 대응필요한 대응
송치 죄명이 낮게 잡힘수사관에게 항의만 함정보공개청구로 판단 근거 확보
미수로 송치됨DNA 미검출을 그대로 수긍삽입을 뒷받침하는 정황 제출
추행으로 낮추자는 제안빨리 끝내려 동의실행의 착수 법리로 반박
상해가 빠져 있음진단서를 한참 뒤에 제출사건 직후 진료 기록 확보
근거 없이 상향만 요구감정적으로 죄명만 주장실익과 불기소 위험 함께 검토
송치 후 아무 서면도 안 냄결과만 기다림처분 전에 의견서 제출

마지막 줄에 관해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죄명 변경 요청은 언제나 유리하기만 한 절차가 아닙니다. 근거 없이 무거운 죄명을 밀어붙이면 오히려 혐의 전체가 인정되지 않을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어느 칸을 다툴지, 어느 칸은 지킬지를 먼저 계산한 다음 움직이는 것이 순서입니다.

죄명이 이상하게 적혀 있다고 느꼈다면, 먼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정보공개청구로 수사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판단의 근거를 알아야 어느 사실이 빠졌고 어느 법리가 잘못 적용되었는지 짚을 수 있고, 그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 서면이라야 죄명 한 줄을 실제로 움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손가락을 넣은 행위도 강제추행인가요?
아니요, 유사강간에 해당합니다. 조문은 성기를 넣은 경우만이 아니라 손가락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성기·항문에 넣은 경우도 유사강간으로 적고 있고, 법정형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 벌금형이 없습니다. 조서에 "몸을 만졌다"처럼 뭉뚱그려 적히면 추행으로 남으므로, 무엇을 신체의 어디에 했는지가 기록에 구체적으로 남아야 합니다.
Q. 저항하지 못했으면 강간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서 벌어진 간음은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준강간으로 성립하고, 법정형은 강간과 같습니다. 잠든 사이나 만취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이 여기에 놓입니다.
Q. 송치 죄명이 실제보다 가볍게 적혔는데 바꿀 수 있나요?
다툴 수 있습니다. 먼저 정보공개청구로 수사기록을 확보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확인하고, 빠진 사실과 잘못 적용된 법리를 짚은 의견서를 처분 전에 내는 것이 순서입니다. 다만 근거 없이 무거운 죄명만 밀어붙이면 혐의 전체가 인정되지 않을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어느 칸을 다툴지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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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아요.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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