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재판에 넘길 수 없는 죄이고, 형법에서는 폭행, 협박, 과실치상, 명예훼손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성범죄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강간과 강제추행을 비롯한 성범죄는 2013년 6월 19일부터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어서, 합의서를 쓰고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와 재판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그런데도 가해자 측은 지금도 "합의만 해 주면 다 끝난다", "고소를 취하해 주면 서로 편해진다"고 말합니다. 앞의 말은 거짓이고, 뒤의 말은 10년도 더 전에 없어진 법에 기댄 압박입니다. 합의로 끝나는 죄와 끝나지 않는 죄를 구분해 두면 이런 말에 흔들릴 이유가 없습니다.
이 글은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의 종류표,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된 연표, 합의가 실제로 갖는 효과, 한 사건에 여러 죄명이 섞였을 때의 처리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반의사불벌죄 종류, 친고죄와 무엇이 다릅니까?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재판에 넘길 수 있는 죄입니다. 고소가 없으면 절차가 시작되지 않고,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0조). 반의사불벌죄는 고소가 없어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거기서 멈추는 죄입니다.
두 부류의 공통점은 피해자의 의사 표시 한 장이 사건을 끝낸다는 점입니다. 고소 취소와 처벌불원은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만 할 수 있고, 한 번 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수사 단계에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재판 단계에서는 공소기각 판결로 끝납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 분류 | 죄명 | 근거 조문 |
|---|---|---|
| 반의사불벌죄 | 폭행·존속폭행 | 형법 제260조 제3항 |
| 반의사불벌죄 | 협박·존속협박 | 형법 제283조 제3항 |
| 반의사불벌죄 | 과실치상 | 형법 제266조 제2항 |
| 반의사불벌죄 | 명예훼손·출판물 명예훼손 | 형법 제312조 제2항 |
| 반의사불벌죄 | 정보통신망 명예훼손 |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 |
| 반의사불벌죄 | 교통사고 업무상과실치상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
| 반의사불벌죄 | 임금체불 |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
| 친고죄 | 모욕·사자명예훼손 | 형법 제312조 제1항 |
| 친고죄 | 비밀침해·업무상비밀누설 | 형법 제318조 |
| 친고죄 | 친족 사이의 절도 등 재산범죄 | 형법 제328조·제344조 |
| 둘 다 아님 |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간 | 형법 제297조~제299조 |
| 둘 다 아님 | 업무상 위력 추행·공중밀집장소 추행·통신매체이용음란 | 성폭력처벌법 제10조·제11조·제13조 |
| 둘 다 아님 | 불법촬영·촬영물 이용 협박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제14조의3 |
| 둘 다 아님 |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제강간 | 아청법, 형법 제305조 |
| 둘 다 아님 | 스토킹범죄 | 스토킹처벌법 제18조 |
위 일곱 줄은 처벌불원서 한 장으로 끝나는 죄, 가운데 세 줄은 고소해야 시작되는 죄, 아래 다섯 줄은 피해자가 어떤 서류를 내든 국가가 끝까지 처벌하는 죄입니다. 교통사고와 임금체불에는 법이 정한 예외가 붙어 있으니 해당 조문을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표에서 놓치기 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폭력이라도 위험한 물건을 쓴 특수폭행, 다치게 한 상해, 특수협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형법 제260조와 제283조의 처벌불원 조항은 단순 폭행과 단순 협박(존속 대상 포함)에만 붙어 있습니다. 죄명이 무엇으로 잡히느냐가 합의의 효력을 정합니다.
성범죄 친고죄 폐지, 2013년 6월 19일에 바뀐 것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질 때 강간과 강제추행은 친고죄였습니다. 옛 형법 제306조가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을 고소가 있어야 재판에 넘길 수 있는 죄로 묶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 조문을 삭제하는 개정법이 2012년 12월 18일 공포돼 2013년 6월 19일 시행됐습니다.
같은 날 성폭력처벌법과 아청법도 바뀌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에서는 업무상 위력 추행, 공중밀집장소 추행, 통신매체이용음란을 친고죄로 두던 조항이 사라졌고, 아청법에서는 반의사불벌죄로 남아 있던 조항이 삭제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형법 제정 이후 60여 년 만의 전면 폐지이며 6개 법률 150여 개 조문이 함께 시행된다고 발표했습니다.
| 시점 | 바뀐 것 | 피해자에게 달라진 점 |
|---|---|---|
| 1953년 형법 제정 | 강간·강제추행 등을 친고죄로 규정(구 제306조) | 고소가 없거나 취소되면 처벌 불가 |
| 폐지 직전 | 성폭력처벌법상 친고죄 3종, 고소기간 1년(구 제15조·제18조) | 1년이 지나면 고소 자체가 불가 |
| 2012년 12월 18일 | 형법(법률 제11574호)·성폭력처벌법·아청법 개정 공포 | 친고죄·반의사불벌 조항 삭제 확정 |
| 2013년 6월 19일 | 개정법 시행, 시행 뒤 범죄부터 적용 | 고소 없이 수사, 합의해도 처벌 |
| 2023년 7월 11일 | 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3항 삭제(법률 제19518호) | 스토킹도 합의와 무관하게 처벌 |
| 2026년 9월 현재 | 교제폭력 법안은 발의만 된 상태 | 폭행·협박은 여전히 반의사불벌죄 |
폐지 이유는 국회가 법에 직접 적어 두었습니다.
개정이유 요지: 친고죄 때문에 성범죄 처벌이 합당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생기므로 친고죄 조항을 삭제한다(성폭력처벌법 전부개정법률 제11556호 개정이유, 법제처 제공).
강제추행도 이때 함께 친고죄에서 빠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목격자의 신고나 현행범 체포만으로 절차가 시작되고,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도 멈추지 않습니다. 어떤 접촉이 추행으로 인정되는지는 성추행에 사건 유형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친고죄 시절, 합의는 어떻게 피해자를 압박하는 도구였습니까?
고소 취소 한 장이면 사건이 없어지는 구조에서 가해자에게 가장 싼 출구는 변호가 아니라 피해자를 찾아가는 일이었습니다. 가족과 직장 상사와 공통 지인이 동원됐고, 집 앞에서 기다리는 일이 사과라는 이름으로 벌어졌습니다. 고소기간이 1년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시간도 가해자 편이었습니다.
당시 친고죄를 옹호하던 논리는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지켜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벌어진 일은 정반대였습니다. 국가가 져야 할 처벌의 책임을 피해자 한 사람에게 떠넘겼고, 가해자는 그 한 사람만 무너뜨리면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개정이유에 합의 종용과 2차 피해가 명시된 것은 입법자가 이 구조를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친고죄 폐지가 피해자의 뜻을 무시한다는 반론도 틀렸습니다. 지금도 신고할지, 합의할지, 처벌불원서를 쓸지는 전부 피해자가 정합니다. 달라진 것은 하나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압박해서 얻어 낼 수 있는 것이 사건 종결에서 감형 가능성으로 줄었습니다.
합의해도 처벌되는 이유, 합의는 양형 요소일 뿐입니다
성범죄에서 합의가 놓이는 자리는 유무죄가 아니라 형량입니다.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2025년 7월 1일 시행)은 처벌불원을 특별감경인자로, 상당한 피해 회복을 일반감경인자로 둡니다. 형을 깎는 사정이 될 뿐 죄를 없애는 사정이 아닙니다.
| 피해자가 내는 문서 | 성범죄에서의 효과 | 반의사불벌죄·친고죄에서의 효과 |
|---|---|---|
| 합의서(합의금 수령) | 피해 회복으로 양형에 반영 | 그 자체로는 절차가 끝나지 않음 |
| 처벌불원서 | 특별감경인자, 수사·재판은 계속 | 공소권 없음 또는 공소기각 |
| 고소취하서 | 수사·재판은 계속 | 사건 종결, 다시 고소할 수 없음 |
표에서 보듯 합의금을 받는 일과 처벌불원서를 써 주는 일은 별개입니다.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넣을지는 피해자가 정합니다. 그 문장이 들어가면 감경 폭이 커지므로, 가해자 측이 가장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도 금액이 아니라 그 한 줄입니다.
압박에 밀려 쓴 처벌불원서는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양형기준은 처벌불원을 피해자가 그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알고 받아들인 경우로 한정하고, 가해자 측의 사실상 강요나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는 제외합니다. 그런 경위가 있었다면 재판부에 서면으로 알리시면 됩니다.
가해자 측 연락에 쓸 수 있는 문장: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제가 합의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은 계속됩니다. 합의할지는 조건을 보고 제가 정하겠습니다.”
합의서 조항과 금액 기준은 합의금·합의대행에, 어느 단계에서 합의하는 것이 유리한지는 (합의 시점 4단계 정리)에 있습니다.
합의 뒤에도 수사와 재판이 이어진 사건 세 건
첫째는 소규모 회사 대표가 외근 때마다 직원을 추행하고, 임신 사실을 알린 뒤에도 멈추지 않은 사건입니다. 고소 뒤 가해자가 고소 취하와 합의를 요청하자 혐의 인정과 보상이 먼저라고 통보했고, 합의금 2,500만 원에 비밀유지와 접근금지 조항을 넣어 합의했습니다. 고소취하서까지 제출됐지만 수사관은 죄질이 중대하다며 수사를 계속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사건 보기). 업무상 위력 추행은 2013년 전까지 친고죄였으므로, 옛 법이었다면 그 서류 한 장으로 끝났을 사건입니다.
둘째는 오픈채팅으로 만난 가해자에게 모텔에서 12시간 가까이 감금된 채 강간상해 피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가해자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증인신문 뒤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받았습니다. 그제야 3,000만 원에서 시작된 합의 제안이 1억 5,000만 원까지 올라갔고, 항소심에서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취업제한 7년이 선고됐습니다(사건 보기).
셋째는 회사 워크숍에서 잠든 사이 준유사강간 피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가해자가 경찰에서 자백하고 합의했지만 사건은 그대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그런데 검찰 단계에서 가해자가 진술을 뒤집었고 불기소 처분이 나왔습니다. 초범이고 합의했다는 양형 사정만으로 불기소한 것은 잘못이라고 항고해 고등검찰청의 재기수사명령을 받아냈습니다(사건 보기).
세 사건이 보여 주는 것은 같습니다. 합의는 수사를 멈추는 사유도, 기소하지 않을 사유도 아닙니다. 합의서에는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한다는 전제를 분명히 적어 두어야 나중에 진술을 뒤집지 못합니다.
한 사건에 반의사불벌죄가 섞여 있으면 어떻게 됩니까?
성범죄 사건에는 폭행, 협박, 명예훼손, 모욕이 함께 붙는 일이 많습니다. 이때 처벌불원서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죄명에만 사건을 끝내는 효력이 있습니다. 교제폭력 사건을 예로 들면 단순 폭행과 단순 협박은 처벌불원서로 끝나지만, 상해와 특수폭행, 불법촬영, 스토킹은 그대로 남습니다.
전 연인의 휴대전화에서 몰래 찍힌 사진을 발견해 이별을 통보하자, 자살하겠다는 메시지와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 스토킹이 이어진 사건이 있습니다. 잠정조치를 먼저 확보하고 수십 회의 행위를 범죄일람표로 특정했고, 가해자가 혐의를 모두 인정해 촬영물 미소지와 접근금지 조항을 넣어 1,000만 원에 합의했습니다. 합의 뒤 선고된 형은 징역 1년 · 집행유예 2년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입니다(사건 보기).
스토킹범죄는 처음에 반의사불벌죄였습니다. 가해자가 합의를 받아 내려고 피해자에게 다시 접근하는, 법이 스토킹을 부추기는 모순이 생겼고 2023년 7월 11일 그 조항이 삭제됐습니다. 다만 시행 전에 저지른 스토킹에는 옛 규정이 적용됩니다(부칙 제7조). 접근금지를 비롯한 보호조치는 스토킹·데이트폭력에 정리돼 있습니다.
교제폭력은 아직 그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습니다. 별도 처벌법이 없어 폭행죄와 협박죄로 처리되고, 두 죄가 반의사불벌죄라서 합의해 주면 끝이라는 말이 실제로 작동합니다. 국회에 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지만 2026년 9월 현재 법제화되지 않았고(뉴시스 2026년 9월 16일 보도), 발의안에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경향신문 2024년 9월 6일 보도).
당사자끼리 풀 기회를 남겨 두어야 한다는 것이 입법 반대 논리입니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에서 나오는 처벌불원은 화해가 아니라 보복에 대한 공포의 결과라는 사실이 스토킹에서 이미 확인됐습니다. 성범죄가 2013년에, 스토킹이 2023년에 지나온 길을 교제폭력만 가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말로 하는 성적 괴롭힘도 죄명에 따라 갈립니다. 성적인 메시지를 직접 보낸 행위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친고죄가 아니지만, 단체방이나 게시판에서 성적으로 모욕한 행위가 모욕죄로 처리되면 지금도 친고죄여서 가해자를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
2013년 6월 19일 전에 벌어진 피해는 어떻게 됩니까?
개정 형법은 시행 뒤 처음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됩니다(부칙 제2조). 그 전에 벌어진 강간과 강제추행에는 옛 친고죄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곧바로 포기하실 일은 아닙니다. 폐지 직전의 성폭력처벌법에서 친고죄는 세 가지뿐이었고, 친족 성폭력과 13세 미만 대상 범죄, 특수강간, 상해가 따른 범죄는 그때도 고소 없이 처벌할 수 있었습니다.
미성년자였을 때 입은 피해라면 공소시효가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하는 특례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범행 시점과 죄명을 넣어 계산하는 방법은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에 단계별로 나와 있습니다.
합의 제안을 받으셨다면 순서는 간단합니다. 내 사건에 적힌 죄명을 전부 확인하고, 그중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가 있는지 가려내고, 합의금과 처벌불원을 한 묶음으로 넘기지 않는 것입니다. 성범죄에서 합의는 피해자가 조건을 정하는 선택지이지, 가해자가 사건을 지우는 수단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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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