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는 사건이 없다고 판단한 결정이 아니라 수사를 하지 않고 닫은 결정입니다. 그래서 각하 통지를 받았다면 혐의가 부인된 것이 아니라 아직 판단 자체를 받지 못한 것이고, 이의신청과 검찰항고, 새로운 증거를 갖춘 재고소라는 경로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먼저 정리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고소장을 받아 주지 않고 돌려보내던 반려 제도는 이제 없습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16조의2는 고소를 받은 경우 이를 수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 조문은 대통령령 제33808호로 신설돼 2023년 1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접수 창구에서 고소장을 돌려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이 글은 반려가 폐지된 뒤 무엇이 남았는지, 규칙에 적힌 각하 사유는 어디까지인지, 각하 통지를 받은 날부터 어떤 순서로 다투는지, 그리고 다시 고소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고소 각하는 무엇이고 왜 문제입니까?
각하는 불송치와 불기소 결정의 한 종류입니다. 수사준칙 제51조는 사법경찰관의 결정을 법원송치·검찰송치·불송치·수사중지·이송으로 나누고, 불송치 안에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과 함께 각하를 두었습니다. 검사의 결정을 정한 제52조도 불기소 안에 기소유예,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과 함께 각하를 두고 있습니다.
같은 불송치라도 각하는 성격이 다릅니다. 혐의없음은 조사한 결과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지만, 각하는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더 볼 것이 없다고 접는 결정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한 번도 조사받지 않은 채 사건이 끝나는 셈입니다.
그래서 각하가 남용되면 피해 사실 자체가 기록으로 남지 않습니다. 성범죄처럼 목격자도 물증도 드문 사건에서 조사 없이 닫히면, 나중에 같은 가해자가 다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참고할 자료가 아무것도 없게 됩니다. 각하를 그대로 두는 것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소장 반려는 2023년 11월 1일 폐지됐습니다
과거에는 경찰이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반려라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고소인 입장에서는 사건번호조차 생기지 않으니 불복할 결정도 없었고, 접수 단계에서 사건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수사준칙 제16조의2는 이 관행을 정면으로 막았습니다.
조문 요지 —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고소 또는 고발을 받은 경우에는 이를 수리해야 하고, 수사하는 경우에는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합니다.
두 항이 함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앞의 항은 접수를 거절하지 못하게 하고, 뒤의 항은 접수해 놓고 손대지 않는 상황에 기한을 걸었습니다. 3개월은 훈시적인 성격이라 지나도 사건이 자동으로 처리되지는 않지만, 진행을 요구할 때 근거로 들 수 있는 날짜입니다.
다만 접수가 보장됐다고 해서 조사가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반려로 막던 문턱이 각하라는 결정으로 옮겨 갔다는 점을 알고 대비하셔야 합니다. 고소장을 낼 때부터 무엇을 근거로 어떤 혐의를 주장하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찰과 검찰의 각하 사유는 어디까지입니까?
각하 사유는 정해져 있습니다. 경찰은 경찰수사규칙 제108조 제1항 제4호에, 검찰은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5호에 각각 열거돼 있고, 여기에 없는 이유로는 각하할 수 없습니다.
| 각하 사유 | 규칙이 요구하는 요건 | 피해자가 다툴 지점 |
|---|---|---|
| 고소장만으로 혐의없음 등이 명백 | 진술이나 고소장에 따라 명백할 것 | 명백하지 않은데 조사 없이 닫았는지 |
| 같은 사건에 이미 불송치·불기소 | 새 증거가 없어 결론이 같을 것이 명백 | 새로 낸 자료를 검토했는지 |
| 출석요구·자료제출에 불응 | 수사를 개시·진행할 근거가 없을 것 | 연락을 실제로 받은 적이 있는지 |
| 고소권자가 아닌 사람의 고소 | 형사소송법 제223조·제225조부터 제228조 | 대리와 자격을 잘못 본 것은 아닌지 |
| 고소 제한 규정 위반 | 형사소송법 제224조·제232조 제2항·제235조 | 취소한 사실이 없는 고소인지 |
|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음 | 사안의 경중과 관계 등을 고려 | 성범죄를 경미 사건으로 다뤘는지 |
표의 가운데 칸을 읽으시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대부분의 사유에 "명백할 것"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다툴 여지가 있으면 각하가 아니라 조사로 가야 한다는 뜻이고, 그래서 이의신청서의 첫 문장은 대개 무엇이 명백하지 않은지를 짚는 문장이 됩니다.
마지막 줄의 공공의 이익 조항은 검찰사건사무규칙에만 있습니다. 사안이 가볍고 관계가 가까우면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인데, 성범죄에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피해를 사소한 다툼으로 깎아내리는 판단입니다. 아는 사이라는 사정이 처벌 필요성을 줄이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정면으로 다투셔야 합니다.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한 각하는 잘못된 결정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문장이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은 규칙상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사유이지 각하의 사유가 아닙니다. 각하로 갈 수 있는 것은 고소장과 고소인 진술만으로도 혐의없음에 해당함이 명백한 경우뿐입니다.
그래서 각하 결정서를 받으면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결정서가 든 사유가 규칙의 어느 목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둘째, 그 사유가 실제로 명백한 경우인지입니다. 피해자 조사조차 마치지 않았거나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흔적이 없다면 각하 요건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것입니다.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이 가볍게 취급될 때 무엇을 모아야 하는지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 항목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진술과 정황만으로도 조사에 들어갈 근거는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각하 통지를 받으면 며칠 안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각하도 불송치·불기소 결정이므로 불복 경로는 같습니다. 경찰의 불송치에는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른 이의신청이 있고, 검사의 불기소에는 검찰청법 제10조의 항고와 형사소송법 제260조의 재정신청이 있습니다.
| 결정한 기관 | 남은 경로 | 기한 | 내는 곳 |
|---|---|---|---|
| 경찰의 불송치(각하) | 이의신청 | 아래 설명 참조 | 사법경찰관 소속 관서의 장 |
| 검사의 불기소(각하) | 검찰항고 |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 그 검사가 속한 지검·지청 |
| 고등검찰청의 항고기각 | 재정신청 | 통지받은 날부터 10일 | 지방검찰청 검사장·지청장 |
| 항고 후 3개월 무처분 | 재정신청 | 그 사유가 생긴 날부터 10일 | 지방검찰청 검사장·지청장 |
이의신청에는 지금 법정 기한이 없습니다. 2026년 10월 2일 시행 개정 형사소송법이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이라는 기한을 새로 두었고 그날 이후 통지분부터 적용됩니다(개정 내용 정리).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처리 결과와 이유를 신청인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검찰항고의 30일은 놓치기 쉬운 기한입니다. 다만 검찰청법 제10조 제7항 단서는 기간이 지난 뒤 접수된 항고라도 중요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 고소인이 그 사유를 소명하면 기각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기한을 넘겼다고 곧바로 포기하실 일은 아닙니다. 불복 서면을 쓰는 순서와 기록 확보 방법은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단계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각하 뒤 재고소는 언제 가능합니까?
다시 고소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이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할 수 없다고 정하지만, 이 조항은 고소를 스스로 취소한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각하나 불송치·불기소는 취소가 아니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제 관문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5호 다목은 같은 사건에 검사의 불기소결정이 있으면 각하한다고 하면서, 새로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어 그 사유를 소명한 경우는 제외한다고 적었습니다. 경찰수사규칙 제108조 제1항 제4호 나목도 새로운 증거가 없어 결론이 같을 것이 명백한 경우를 각하 사유로 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고소는 같은 고소장을 다시 내는 일이 아니라, 새 증거와 그 증거가 왜 결론을 바꾸는지를 함께 내는 일입니다. 늦게 확보한 녹취록, 다른 피해자의 진술, 병원 기록처럼 앞선 결정 당시 기록에 없던 자료가 그 대상입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하실 것이 있습니다. 성범죄는 2013년 6월 19일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에서 모두 빠져 고소를 취소해도 수사와 재판이 멈추지 않지만(친고죄 폐지 정리), 합의 과정에서 고소취하서를 써 주면 제232조 제2항을 이유로 재고소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취하서에 서명하기 전에 반드시 검토받으시기 바랍니다.
불송치와 불기소를 뒤집은 사건 두 건
첫째, 동네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평소 주량을 훨씬 넘겨 기억을 잃은 피해자가 이물감에 정신을 차려 보니 지인이 몸 위에 올라타 있던 사건입니다. 가해자는 곧바로 사과하며 300만 원을 보냈는데도, 경찰은 제출된 증거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고 심신상실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습니다.
심앤이는 결정서를 받아 사유를 확인한 뒤,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가 아니어도 저항할 수 없었다면 항거불능이 인정된다는 법리를 들고 음주량과 평소 주량, 사건 직후 반응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사과 영상의 촬영 메타데이터와 통화 녹취록을 더해 이의신청했고, 검사는 준강간 혐의를 인정해 불구속 구공판으로 기소했습니다(사건 보기).
둘째, 퇴사 회식 뒤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직장 상사에게 추행당한 사건입니다. 이미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상태에서 심앤이를 찾아오셨고, 남은 기한은 30일뿐이었습니다.
심앤이는 불기소 결정서에서 검찰이 문제 삼은 지점, 즉 피해자의 행동이 호감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진료확인서와 상담 소견서로 사건 직후의 상태를 뒷받침한 항고이유서를 기한 안에 냈고, 고등검찰청은 재기수사명령을 내렸습니다. 두 차례 검찰조사와 법정 증인신문을 거쳐 가해자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이 선고됐습니다(사건 보기).
두 사건 모두 뒤늦게 결정적인 물증이 나타난 경우가 아닙니다. 이미 기록에 있던 자료를 다시 배치하고, 결정서가 어떤 법리를 잘못 적용했는지를 짚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의 쟁점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수사관이 사건을 가볍게 볼 때
각하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사가 시작 단계에서 멈추는 일이 있습니다. 같은 동아리 부원에게 생일 술자리 뒤 택시를 기다리다 허리를 잡아당겨지고 엉덩이를 붙잡힌 피해자가 혼자 고소했는데, 담당 수사관이 사건을 친구 사이의 장난 정도로 본 사건이 그랬습니다. 시간이 지나 거리 CCTV도 남아 있지 않았고, 가해자는 취해서 기억나지 않고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앤이는 먼저 수사기록을 정보공개로 청구해 고소장과 피해자 진술조서를 받아 본 뒤, 65페이지짜리 변호사 의견서를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예고 없는 접촉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는 기습추행이라는 법리, 사건 직후 가해자가 스스로 사과한 정황, 목격자 진술이 피해자 진술과 맞는다는 점을 정리했고, 가해자가 계산을 직접 처리할 만큼 정신이 명료했다는 사실로 기억이 없다는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경찰은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사건 보기).
이 사건이 보여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판단을 바꾼 것은 새 증거가 아니라 기록을 읽는 방식이었습니다. 수사 초기에 사건이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고 느껴지면 정보공개청구로 기록부터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절차와 서식은 수사절차(경찰·검찰)에 정리돼 있습니다.
각하 통지는 사건의 끝이 아니라 절차가 한 칸 옮겨 갔다는 표시입니다. 결정서를 받으면 사유가 규칙의 어느 목인지 확인하고, 그 요건이 실제로 갖춰졌는지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그 한 문장이 다음 서면의 첫 줄이 되고, 조사 한 번 받지 않은 가해자를 다시 수사 대상으로 되돌려 놓는 출발점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