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합의금에는 법으로 정한 기준표가 없습니다. 굳이 기준을 말하자면 두 겹입니다. 아래 겹은 민사소송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위자료와 치료비 같은 실제 손해이고, 그 위에 가해자가 합의로 얻는 감형의 값이 얹힙니다. 성범죄 합의금이 다른 사건보다 높게 정해지는 이유는 이 윗겹이 유독 두껍기 때문입니다.
가해자 측은 형사 합의금은 원래 이 정도라며 숫자를 내밉니다. 그 숫자가 윗겹을 빼고 계산한 금액이라면 감형의 값은 치르지 않겠다는 뜻이고, 두 겹을 나눠 적어 보면 어디가 깎였는지가 드러납니다.
형사 합의금이란, 민사 손해배상과 무엇이 다른가요?
형사 합의금은 형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주는 돈입니다. 법적으로는 범죄라는 불법행위로 생긴 손해를 배상하는 돈이지만(민법 제750조·제751조), 가해자가 이 돈을 내는 진짜 이유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을 받아 형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민사 손해배상액은 법원이 판결로 정하고, 형사 합의금은 협상으로 정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래서 형사 합의금에는 상한이 없습니다. 민사 판결의 위자료는 비슷한 사건의 판결례를 크게 벗어나기 어렵지만, 합의금은 가해자가 감형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느냐에 따라 그 선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수사 단계의 형사조정에서 오가는 금액도 같은 구조로 정해지고, 조정 자리에서 무엇을 챙길지는 형사조정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형사 합의금 기준, 금액을 이루는 네 가지
형사 합의금을 쪼개 보면 네 가지가 쌓여 있습니다. 협상에서 가해자 측은 이 가운데 하나씩을 지우려 들고, 피해자 쪽은 칸마다 근거 자료를 채워 두어야 합니다.
| 구성 | 무엇으로 정해지나 | 채워 둘 자료 | 가해자 측이 지우려는 말 |
|---|---|---|---|
| 위자료의 바닥 | 같은 죄명 민사 판결에서 인정된 위자료 | 비슷한 사건의 판결, 진단서, 상담 기록 | 민사로 가도 얼마 못 받는다 |
| 실제 손해 | 치료비, 심리상담비, 일을 못 한 손해, 변호사 비용 | 영수증, 진료 내역, 선임 계약서 | 치료는 본인 사정이다 |
| 감형의 값 | 처벌불원이 바꾸는 형의 폭 | 죄명과 법정형, 전과, 사건 단계 | 합의 안 해도 집행유예 나온다 |
| 가해자가 잃을 것 | 신상정보 등록, 이수명령, 직업상 불이익 | 직업과 자격 확인 자료 | 돈이 없다 |
표의 첫 두 줄은 민사로 가도 받을 수 있는 몫이고, 아래 두 줄이 형사 합의에만 붙는 몫입니다. 네 번째 줄은 가해자가 신상정보 등록 대상인지, 유죄가 되면 직업이나 자격에 불이익이 생기는지를 확인해 두면 금액의 근거가 됩니다.
표의 첫 줄을 협상 근거로 채워 둔 사건에서 가해자의 첫 제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면, 칸마다 자료를 모아 두는 이유가 드러납니다.
상황처음 보는 인스타그램 익명 계정에서 피해자의 이름을 부른 성희롱 DM이 계속 왔고, 신고 뒤 IP 추적으로 가해자가 검거됐습니다. 가해자는 수사 단계 내내 혐의를 부인하고 사과도 하지 않다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300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대응심앤이는 증거가 충분해 재판에서는 가해자가 인정할 것으로 보고 형사재판 뒤 낼 민사 소장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같은 유형 성범죄의 최근 민사 판결이 인정한 위자료 수준과 이 사건의 사정을 근거로 내세우고, 민사소송 준비가 끝나 있다는 점을 가해자 측에 알렸습니다.
결과선고 전 합의금 1,000만 원, 범행 인정 문장과 연락·접근 금지, 비밀유지, 소제기금지, 어길 때의 위약벌 조항
사건 전문 보기 →익명 계정 성희롱의 증거 정리는 SNS·오픈채팅 성희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합의금이 다른 사건보다 높게 정해지는 이유
같은 형사 합의라도 교통사고나 단순 폭행과 성범죄는 세 군데에서 출발선이 다릅니다.
첫째, 처벌불원서가 하는 일이 다릅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사건은 신호위반·도주 같은 예외가 아니면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때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순 폭행도 같습니다(형법 제260조 제3항). 사건이 끝나니 협상도 치료비와 위자료 계산에 가까워집니다. 성범죄는 합의해도 재판이 이어지지만, 처벌불원이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사정이 됩니다.
둘째, 걸려 있는 형과 부수처분이 무겁습니다. 강간은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정해져 있고(형법 제297조),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과 수강·이수명령이 원칙적으로 따라붙습니다(성폭력처벌법 제16조·제42조). 성범죄 양형기준도 처벌불원을 형량을 낮추는 특별감경인자로, 집행유예를 정할 때는 긍정적인 주요참작사유로 둡니다. 가해자가 합의로 지키려는 것이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셋째, 돈의 출처가 다릅니다. 교통사고에는 운전자보험 특약으로 보험사가 형사합의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있지만(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정을 다룬 머니투데이 2026년 5월 14일 보도), 성범죄는 고의로 저지른 범죄라 보험자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상법 제659조 제1항). 성범죄 합의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해자 본인이 마련해야 하는 돈입니다.
성범죄 합의금은 돈을 노린 것이라는 말은 순서를 뒤집은 말입니다. 합의가 필요한 쪽은 감형을 원하는 가해자이고, 첫 금액을 먼저 내미는 쪽도 가해자입니다. 피해자가 그 금액을 올리는 것은 가해자가 원하는 감형에 제값을 매기는 일입니다. 협상을 누가 어떤 순서로 이끄는지는 합의금·합의대행에서 다룹니다.
형사 합의금과 민사 손해배상, 받은 뒤 민사를 내면 공제되나요?
합의서에 부제소 문구가 없으면 민사를 따로 낼 수 있지만, 이미 받은 합의금은 공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와 함께 받은 돈은, 위자료 명목임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면 손해배상금 가운데 재산상 손해의 일부로 지급된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46894 판결).
그래서 민사를 남겨 둔 합의라면 합의서에 두 가지를 적어야 합니다. 이 돈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라는 명목, 그리고 민사상 청구권이 유지된다는 문장입니다. 교통사고 쪽에서 쓰는 '형사합의금 불공제'라는 말도 이 공제 문제를 가리킵니다.
명목과 청구권을 적는 문장의 예: “위 합의금 ○○○만 원은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 가운데 ○○(예: 위자료 일부)에 대한 것이며, 그 밖의 손해에 관한 피해자의 민사상 청구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명목을 무엇으로 적느냐에 따라 뒤에 민사에서 남는 몫이 달라지므로, 민사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면 어느 항목을 남길지부터 정한 뒤 문장을 고르세요. 민사로 무엇을 얼마나 더 청구할 수 있는지는 민사 손해배상에 정리돼 있습니다.
형사 합의금 세금, 떼거나 신고해야 하나요?
떼지도 않고 신고할 것도 없습니다. 소득세법이 배상금을 기타소득으로 보는 경우는 계약을 어기거나 해지해서 받는 돈뿐이고(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0호), 범죄 피해를 메우는 형사 합의금은 여기에 들지 않습니다.
세금을 떼고 주겠다는 말은 그만큼 합의금을 깎자는 말입니다. 손해와 상관없이 사례로 건넨 돈은 사례금으로 과세될 수 있으므로(같은 항 제17호), 앞에서 본 명목 문장에 '범죄 피해의 배상'이라고 적어 두면 이 문제도 함께 정리됩니다. 국세청 해석과 세금계산서 요구에 대한 답은 (합의금 세금 정리)에 모아 두었습니다.
형사 합의금 공탁, 합의 대신 공탁이 들어왔다면
공탁금은 합의금이 아닙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법원에 맡기는 돈이어서(공탁법 제5조의2), 받지 않는 한 합의도 처벌불원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2025년 1월 17일 이후 들어온 형사공탁이라면, 가해자가 도로 찾아갈 수 있는 경우도 피해자의 회수 동의나 수령 거절 통고, 무죄 확정, 불기소(기소유예 제외)로 좁혀져 있습니다(공탁법 제9조의2).
선고 하루 전 기습 공탁이 들어온 뒤에도 항소심에서 협상을 이어 간 사건은 공탁금과 합의금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 줍니다.
상황개인 PT 회원의 집에 운동기구 사용법을 알려 주겠다며 찾아간 헬스 트레이너가 옷을 벗으라고 요구하고 음부를 만지는 등 추행했습니다. 범행을 부인하던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선고 하루 전에 한 형사공탁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항소했습니다.
대응심앤이는 항소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합의할 뜻이 없고 배상은 민사로 받겠다는 점을 밝히며 기습 공탁을 양형에 반영하지 말아 달라고 직접 진술하고, 위자료 민사소송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돌아선 가해자가 공탁금을 포함한 민형사 통합 1,500만 원을 제시하자 그 금액으로는 합의할 이유가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결과제시액의 두 배인 민형사 통합 합의금 3,000만 원(비밀유지·접근금지·통신제한 조항), 항소심 징역 10월 · 집행유예 2년
사건 전문 보기 →공탁이 들어왔다는 것은 가해자가 감형을 원한다는 신호이고, 협상은 그 뒤에도 이어집니다. 공탁금을 받는 절차와 받기 전에 판단할 것은 (공탁금 수령 방법)에 정리했습니다.
형사 합의금 보험·현금, 받는 방법에서 조심할 것
성범죄 합의금은 보험으로 처리할 길이 없으니, 남는 문제는 가해자 쪽 돈을 기록이 남게 받는 것입니다. 현금으로 받는 것 자체가 금지되지는 않지만, 합의가 끝난 뒤 가해자가 돈을 준 경위를 뒤집는 일이 있어 권하지 않습니다.
성추행 합의로 기소유예를 받은 가해자가 감금과 협박 때문에 돈을 줬다며 피해자를 역으로 고소하자, 심앤이는 맞고소로 무고 등 네 혐의를 모두 송치시켰습니다(사건 보기).
합의금은 합의서에 적은 계좌로 받고, 입금 내역과 합의서를 함께 보관해 두면 '협박당해 돈을 줬다'는 주장이 나와도 반박할 자료가 됩니다. 합의를 변호사가 대신 맡으면 법무법인 계좌로 받아 피해자의 계좌와 인적사항이 가해자에게 드러나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가해자 측 숫자를 듣기 전에 표의 네 칸에 넣을 자료부터 모으세요. 같은 유형 사건의 민사 판결,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 변호사 선임 계약서, 가해자의 직업과 자격을 확인할 자료가 그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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