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나 점장에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면 경찰 고소를 먼저 두는 편이 대체로 유리합니다. 가게 안에 신고할 창구가 있다면 순서를 고민할 이유가 있지만, 가해자가 곧 사장인 상황에서는 신고를 받아 조사할 사람이 가해자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알바라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성희롱을 다루는 남녀고용평등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됩니다(제3조 제1항). 근로기준법이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4명 이하 사업장에는 일부 규정만 적용되는 것(제11조)과 달리, 직원이 몇 명인 가게인지는 성희롱 규정의 적용을 가르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가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죄명, 사장·점장 사건에서 경찰과 본사와 노동청을 어떤 순서로 쓰는지, 그만둔 뒤에도 신고할 수 있는지, 19세 미만 알바생일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실제 사건과 함께 정리했습니다.
가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죄명이 달라집니다
같은 가게에서 벌어진 같은 행위라도 가해자의 지위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갈립니다. 여기서 핵심은 지위입니다. 급여와 근무표, 계속 일할 수 있는지를 쥔 사람이 저지른 행위는 더 무겁게 평가됩니다.
| 가해자 | 붙는 죄명 | 법정형 | 이때 결정적인 것 |
|---|---|---|---|
| 사장·점장 |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 근무표·급여를 쥔 지위 |
| 사장·점장(폭행·협박 동반) |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 기습성과 거부 의사 |
| 같이 일하는 알바생 |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 그만하라고 말한 기록 |
| 손님 | 강제추행 또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 | 촬영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 매장 영상과 목격자 |
| 사장·점장(피해자가 19세 미만)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 행위에 따라 가중 | 행위 당시 나이 |
표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칸은 첫 줄입니다. 위력은 폭행이나 협박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채용과 급여,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사람의 지위 자체가 거절을 어렵게 만드는 힘으로 평가됩니다.
가해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밝힐 방법이 없으니 이 항변은 언뜻 안전해 보입니다. 그러나 판단의 축은 가해자의 속마음이 아니라 행위의 외형과 경위이고, 거부 의사를 밝힌 뒤에도 접촉이 이어졌다면 그 반복 자체가 고의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사장이 가해자면 신고할 곳이 사라집니다
직장 내 성희롱 절차는 회사가 신고를 받아 조사하고 가해자를 분리하는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알바 일터는 사장이 곧 인사권자이자 조사자이고, 많은 경우 유일한 관리자입니다. 신고 창구에 가해자가 앉아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순서를 뒤집는 편이 낫습니다. 경찰 고소로 사실관계를 먼저 고정해 두고, 본사나 가맹본부·노동청 절차를 뒤에 붙이는 방식입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가게를 그만두라는 압박이나 근무표에서 빼는 식의 보복이 그 자체로 새로운 문제가 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협상에서 밀리는 구도가 줄어듭니다.
노동청 진정은 사업주의 조치 의무 위반과 불이익 조치를 다투는 절차입니다. 다만 프랜차이즈 지점처럼 위에 본사가 있는 구조라면 본사의 진상조사와 징계 절차를 먼저 움직이는 쪽이 빠를 때가 있습니다. 진정서에 무엇을 적는지와 신고 뒤 불이익 조치의 범위는 (직장 내 성희롱 처벌과 노동청 진정서 작성)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점장 사건에서 본사를 지렛대로 쓴 방법
증거가 카카오톡 한 줄뿐이던 사건이 본사 절차 덕분에 뒤집힌 예가 있습니다. 알바 일터의 위계가 그대로 약점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유명 프랜차이즈 지점의 파견직 근로자로 임신 8개월째였고, 가해자는 그 지점의 점장이었습니다. 배가 불러오자 둘만 있는 시간을 노려 성적인 발언을 시작했고, 이어 임신한 배를 누르고 어깨를 주무르고 자기 몸을 밀착시키는 추행이 약 3개월 반복됐습니다. 기분이 나쁘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본사에 신고했더니 본사는 점장에게 아무 징계도 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대기발령을 냈습니다.
심앤이는 형사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순서를 바꿨습니다. 본사에 공문을 보내 징계위원회를 요구하면서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겠다고 압박했고, 자리를 지켜야 했던 가해자는 본사 진상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그 조사자료를 붙여 고소하자 가해자는 모든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검찰 형사조정에서 가해자가 무자력을 이유로 1,000만 원을 고집했지만, 임신 중이던 피해자가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와 음담패설까지 함께 있었다는 사정을 조정위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요구 금액 2,000만 원과 사과문·재발방지 조건을 관철했고 가해자는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를 받았습니다(사건 보기).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가해자라면 어떻게 하나요?
죄명은 일반 강제추행이지만 입증은 더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또래 사이라 장난으로 넘겨지기 쉽고, 매장 영상이 없으면 말이 엇갈린 채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한 번 종결됐다가 되살아난 사건이 있습니다.
함께 아르바이트하던 동갑내기 가해자가 어깨나 팔을 툭툭 건드리는 행동을 반복하다가,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의 지퍼를 갑자기 내리고 손목을 강하게 붙잡아 끌고 다니는 데까지 갔습니다. 그만해 달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접촉은 이어졌고, 사장에게 알렸지만 아무 조치도 없어 결국 그만두고 신고했습니다. 가해자가 접촉 자체를 전면 부인하자 경찰은 영상 같은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검찰이 기록을 검토하다 보완수사를 요청하면서 사건이 되살아났습니다. 심앤이는 정보공개청구로 고소장과 진술조서를 확보해 부족한 부분을 짚고, 피해 직후마다 지인들에게 보낸 카카오톡이 구체적이라는 점과 퇴사 직전 확보한 녹음에서 가해자가 전면 부인을 접고 접촉 사실과 거부 의사를 들은 기억을 인정한 점을 정리했습니다. 가해자가 대질조사를 거부한 정황까지 더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벌금 700만 원의 구약식 처분이 내려졌습니다(사건 보기). 불송치는 종결이 아니라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중간 결정이며, 그 절차는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정리돼 있습니다.
이미 그만뒀는데 지금 신고해도 되나요?
됩니다. 퇴사나 계약 종료는 고소의 요건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만둔 뒤에 고소해 유죄가 나온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앞의 두 사건도 모두 일을 그만둔 다음에 진행됐습니다.
늦어진 이유를 캐묻는 질문은 조사에서 거의 반드시 나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무서웠다는 말이 아니라 왜 그때는 말하지 못했는지를 사실로 채운 설명입니다. 생계가 걸려 있었다는 사정, 시급을 받는 유일한 일자리였다는 사정, 사장이 다음 근무표를 짠다는 사정은 모두 구체적인 사실 항목입니다.
한 가지만 서두르시면 됩니다. 매장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아 며칠이면 덮어쓰이고, 근무표와 근태 기록도 정리되면 사라집니다. 고소를 결정하기 전이라도 영상 보존 요청과 자료 확보는 먼저 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합의하자는 연락이 먼저 왔습니다
가해자 쪽 연락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서두르면 금액이 낮게 굳습니다. 협상력이 가장 높은 시점은 처벌이 임박했을 때이지, 사건 초기가 아닙니다.
카페 사장이 업무 시간이 끝난 뒤 술자리를 제안해 피해자를 강제로 자기 옆에 앉히고 손을 만지작거렸고, 피해자가 밖으로 빠져나가자 따라와 손을 붙잡고 모텔이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가면서 성적인 말까지 했습니다. 피해자가 곧바로 강제추행으로 고소해 약식으로 벌금형이 내려졌습니다. 그러자 가해자는 억울하다면서 무죄를 받아 보겠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피해자는 선고를 앞두고 합의대행을 맡겼습니다. 가해자 측은 추행 부위가 경미하다며 500만 원 미만을 고집했지만, 심앤이는 결렬까지 각오하고 엄벌탄원서를 제출하며 강경하게 대응했습니다. 조급해진 가해자가 금액을 올려 왔고 선고 전날까지 협상을 이어간 끝에 공탁금 300만 원에 추가 400만 원을 더해 총 700만 원에 합의했습니다. 합의를 하고도 가해자는 벌금 200만 원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이수명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사건 보기).
19세 미만 알바생이면 절차가 달라집니다
행위 당시 19세 미만이었다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고 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사장과 미성년 알바생이라는 관계는 위력 판단에서도 더 무겁게 평가됩니다.
용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학생이 야간 근무를 마친 뒤 사장이 집에 태워다 주겠다고 해 차를 탔습니다. 집 앞에서 내리려는 순간 가해자가 끌어안고 입을 맞춘 뒤 곧바로 신체를 침해했고, 손목을 붙잡아 제지했는데도 더 강한 힘으로 눌렀습니다. 피해자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신고하고 해바라기센터에서 증거 채취까지 혼자 마쳤습니다.
심앤이는 폭행이나 협박의 흔적이 뚜렷하지 않은 사건임을 보고, 예고 없이 벌어져 저항할 틈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강제력이라는 점과 채용·급여·입퇴사를 좌우하던 사장의 지위가 위력이었다는 점을 카카오톡 기록으로 입증했습니다. 사건 당일 남긴 대화 기록까지 진술의 신빙성 자료로 붙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으로 검찰 송치를 받아냈습니다(사건 보기). 미성년 피해자에게 따로 붙는 절차는 미성년자 성범죄 피해에 정리돼 있습니다.
'알바가 유난 떤다'는 말에 대하여
이 말은 피해를 고용 형태의 문제로 바꿔 놓습니다. 짧게 일하니 덜 다치고, 시급을 받으니 덜 억울하다는 계산입니다. 법은 그렇게 나누지 않습니다. 고용 형태는 처벌 조문을 고르는 기준이 아니고, 신고 자격을 정하는 기준은 더더욱 아닙니다.
'가게 망하면 너도 손해'라는 말도 같은 종류입니다. 이 문장은 가해자가 저지른 일의 책임을 피해자의 생계로 옮겨 붙입니다. 가게 사정을 걱정해야 할 사람은 신고한 알바생이 아니라 범행을 저지른 사장입니다. 참는 대가로 돌아오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다음 피해입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단순합니다. 그만두기 전이라면 근무표와 매장 영상부터 남기시고, 거부 의사를 밝힌 기록과 피해 직후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를 지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다음 경찰 고소로 사실관계를 고정하고, 본사나 노동청 절차를 뒤에 붙이시면 됩니다. 사장이나 점장의 지위를 이용한 추행이 어떤 구조로 다투어지는지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에 더 자세히 정리돼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