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열면 부재중 전화가 세 자리로 쌓여 있고, 메시지 창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소를 결심하고 앉으면 손이 멈춥니다. 전화 한 통, 메시지 한 줄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범죄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작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토킹범죄는 한 건으로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라 상대의 뜻에 반하는 접근과 연락이 지속되고 반복되었다는 사실이 성립의 축이므로, 흩어진 기록을 하나의 표로 세우는 일이 곧 고소 준비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증거가 하나 있느냐가 아니라, 흩어진 기록을 어떤 형태로 모아 내느냐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수사기관에 그 형태를 만들어 보여 주는 문서가 고소장에 붙이는 범죄일람표입니다.
아래에 스토킹 관련 죄명의 형량표와 함께, 일지에 적어 둔 기록을 범죄일람표로 옮기는 열 구성과 채워 넣은 예문을 그대로 적어 두었습니다. 빈 화면 앞에서 막막하시다면, 아래 항목을 그대로 옮긴 뒤 동그라미 자리에 내 사건의 날짜와 장소를 채워 넣는 것으로 첫 장을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스토킹 처벌 형량표, 죄명별로 얼마나 무거운가
스토킹 사건은 하나의 괴롭힘처럼 느껴지지만 법적으로는 여러 죄명이 겹쳐 있습니다. 죄명을 나눠 특정할수록 사건 전체의 무게가 제대로 평가되므로, 일람표를 만들기 전에 내 피해가 어느 조문에 걸리는지 먼저 배치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 죄명 | 근거 조문 | 법정형 | 이런 행위 |
|---|---|---|---|
| 스토킹범죄 | 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1항 |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 이하 | 거부 뒤 반복 연락·접근 |
| 흉기 휴대 스토킹 | 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2항 |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 원 이하 |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접근 |
| 잠정조치 위반 | 스토킹처벌법(불이행죄) |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 원 이하 | 접근금지 결정 뒤 다시 연락 |
| 긴급응급조치 위반 | 스토킹처벌법(불이행죄) |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 | 경찰 조치 뒤 100m 안 접근 |
| 협박 | 형법 제283조 제1항 | 징역 3년 이하, 벌금 500만 원 이하, 구류 또는 과료 | 자살 암시, 해악을 알리는 말 |
| 폭행 | 형법 제260조 제1항 | 징역 2년 이하, 벌금 500만 원 이하, 구류 또는 과료 | 붙잡고 밀치고 물건을 던짐 |
표에서 눈여겨볼 자리는 세 번째와 네 번째 줄입니다. 두 줄의 근거는 스토킹범죄 조문이 아니라 조치를 따르지 않은 행위를 따로 처벌하는 벌칙 조항입니다. 즉 접근금지가 내려진 뒤의 연락은 원래 사건에 딸린 부수적인 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별개의 범죄입니다. 보호조치를 받은 뒤에도 연락이 오면 그 기록 역시 일람표에 이어서 적어야 합니다.
마지막 두 줄의 법정형에는 징역과 벌금 외에 구류와 과료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폭행과 협박은 가벼운 처분으로 끝날 여지가 조문에 이미 열려 있다는 뜻이므로, 이 두 죄명만으로 사건을 접수하면 반복된 경위가 가려질 수 있습니다. 같은 행위라도 반복성이 드러나면 스토킹범죄로 함께 평가되므로, 일람표에 횟수를 세워 두는 일이 형량과 직접 이어집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스토킹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처벌이 가능한 범죄로 바뀌었습니다. 가해자가 사정하며 합의를 요구해도 고소를 유지할지 여부는 피해자가 안전을 기준으로 정하면 됩니다.
하루 한 줄로 쌓는 스토킹 일지
일람표의 재료는 결국 그날그날 남긴 메모입니다. 사건이 끝난 뒤 몰아서 복원하려 하면 시각이 흐려지고, 흐려진 시각은 나중에 통화 기록과 어긋나 진술의 신빙성을 깎습니다. 카카오톡의 나에게 보내기나 메모 앱에 발생한 날 바로 한 줄씩 적어 두시면 충분합니다.
한 줄에 넣을 항목은 다섯 가지입니다.
- 날짜와 시각(정확하지 않으면 21시경처럼 폭을 두어 적습니다)
- 어디에서 있었던 일인지
- 어떤 경로로 왔는지(전화, 문자, 메신저, 직접 방문, 제3자를 통한 연락)
- 무슨 행위였는지 한 문장
- 그때 내가 어떻게 했는지(받지 않음, 차단함, 회사에 알림)
여기에 반드시 하나를 더 남겨 두셔야 합니다. 연락을 그만두라고 밝힌 시점의 기록입니다.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문장을 한 번은 지워지지 않는 형태로 남겨 두면, 그 뒤에 온 모든 연락이 내 뜻에 반한 것이라는 사실이 그 자리에서 정리됩니다. 차단은 그 기록을 남긴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무서워서 몇 번 답장했더라도 지워야 할 흠이 아닙니다. 응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어쩔 수 없었다는 사정을 그 줄에 함께 적어 두시면 됩니다.
스토킹 일지와 범죄일람표는 무엇이 다른가요?
일지는 나를 위해 쌓는 원자료이고, 범죄일람표는 수사기관이 읽도록 만든 정리본입니다. 두 문서는 목적이 다르므로 형태도 다릅니다. 일지에는 그날의 감정과 두려움이 함께 적혀 있어도 되지만, 일람표는 감정을 걷어내고 행위와 증거만 남긴 표여야 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증거 번호입니다. 일람표의 각 줄에는 그 행위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몇 번 증거인지 적히고, 고소장 본문의 범죄사실은 그 표를 불러 쓰는 방식으로 짧아집니다. 수사관이 표에서 줄 하나를 짚으면 곧바로 해당 자료로 넘어갈 수 있어야 표가 제 일을 합니다.
범죄일람표 열 구성과 채워 넣은 예
열은 네 개면 충분합니다. 연번, 일시, 행위, 증거입니다. 아래 예시는 스토킹이라는 한 죄명만 담았으므로 죄명 열을 따로 두지 않았습니다. 여러 죄명을 한 표에 넣어야 한다면 죄명 열을 더하는 대신 죄명별로 구간을 나누는 편이 읽기 쉽습니다. 아래는 이별 통보 뒤 열흘 사이의 기록 가운데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 줄만 옮겨 적은 예시입니다.
| 연번 | 일시 | 행위 | 증거 |
|---|---|---|---|
| 1 | 2025. 6. 3. 21 | 메신저로 재회 요구 메시지 12회 발송 | 증 제1호증 대화 내역 |
| 2 | 2025. 6. 4. 02~02 | 전화 31회 발신, 부재중 기록 표시 | 증 제2호증 통화 내역 |
| 3 | 2025. 6. 5. 08 | 주거지 공동현관 앞에서 대기 | 증 제3호증 현관 영상 |
| 4 | 2025. 6. 7. 19 | 직장 로비 방문, 면담 요구 | 증 제4호증 동료 사실확인서 |
| 5 | 2025. 6. 9. 23 | 동료 휴대전화로 우회 연락 | 증 제5호증 동료 진술서 |
| 6 | 2025. 6. 10. 20 | 주거지 문 앞에 선물 상자를 둠 | 증 제6호증 현관 사진 |
| 7 | 2025. 6. 11. 01 | 고소인 사진으로 사칭 계정 개설 | 증 제7호증 계정 화면 |
여섯째 줄과 일곱째 줄을 의아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건을 두고 가는 행위와 나인 척 계정을 만드는 행위는 스토킹처벌법이 스토킹행위로 직접 열거해 둔 항목입니다. 반대로 같은 기간에 있었던 자살 암시 사진 전송은 협박이므로 이 표에 넣지 않고 뒤에서 설명할 별도 표로 뺐습니다.
표를 붙였다면 고소장의 범죄사실 문단은 아래처럼 표를 가리키는 한 문장으로 줄여 씁니다. 이때 문장 안에 구성요건 문구를 빠짐없이 넣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이었다는 점, 그로 인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생겼다는 점이 문장에 없으면 표만 두껍고 범죄사실은 비게 됩니다.
“피고소인은 2025. 6. 3.경부터 2025. 6. 11.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회에 걸쳐, 고소인의 명시적 거부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반복적으로 고소인에게 전화와 메시지를 도달하게 하고, 고소인의 주거지와 직장 부근에서 기다렸으며, 고소인을 사칭한 계정을 만들어 고소인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켰습니다.”
세 번째 열을 쓸 때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행위를 그대로 적되 평가는 넣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집요하게, 악질적으로 같은 표현은 읽는 사람의 판단을 대신하려는 문장으로 보이지만, 몇 시에 몇 번이었는지가 적힌 줄은 그 판단을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반대로 범죄사실 문장에서는 평가어가 아니라 법이 쓰는 말을 그대로 가져와야 합니다. 표의 언어와 문장의 언어를 이렇게 나눠 두면, 수사관은 표에서 사실을, 문장에서 죄명을 각각 확인하게 됩니다.
수백 건을 한 표에 담는 방법과 흔히 놓치는 것
건수가 수백 건이면 한 줄에 한 건씩 적는 방식은 무너집니다. 이때는 두 가지 요령을 씁니다. 첫째, 같은 날 같은 경로로 반복된 연락은 한 줄로 묶고 회차를 숫자로 적습니다. 새벽 두 시부터 세 시 사이에 서른한 번 걸려 온 전화는 서른한 줄이 아니라 한 줄이면 됩니다. 둘째, 표의 맨 앞이나 맨 뒤에 유형별 합계를 붙입니다. 스토킹 몇 회, 협박 몇 회로 나눠 적은 요약 한 줄이 사건의 규모를 즉시 전달합니다.
성격이 다른 피해는 표를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반복 연락과 접근, 물건을 두고 가는 행위, 사칭 계정을 만든 행위까지는 스토킹 일람표에 담습니다. 해악을 알린 메시지는 협박 일람표로, 그 계정에 올라간 허위 글은 명예훼손 일람표로 빼면 죄명별로 행위가 정리되어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묻히지 않습니다.
건수가 많지 않아 표를 한 장으로 유지하고 싶다면, 표 안에서 죄명별로 구간을 나누고 구간마다 합계를 달아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켜야 할 것은 같습니다. 범죄사실 문장은 죄명마다 하나씩 써서, 표에 적힌 줄이 문장 어딘가에 반드시 대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앞의 스토킹 문장 뒤에 아래 한 문장을 이어 두면, 협박에 해당하는 줄까지 범죄사실이 덮입니다.
“피고소인은 2025. 6. 12. 22
별지 협박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고소인에게 자신을 해치겠다는 취지의 사진과 메시지를 보내 고소인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이 짝만 지키면 건수가 늘어도 구조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나중에 죄명이 추가로 확인되어도 줄과 문장을 한 세트로 덧붙이면 되므로, 이미 낸 고소장을 처음부터 다시 쓸 일이 줄어듭니다.
자주 놓치는 지점도 정해져 있습니다. 화면 캡처만 남기고 원본 데이터를 내려받아 두지 않는 경우, 시각이 불확실한데 하나로 특정해 적었다가 통화 기록과 어긋나는 경우, 제3자의 번호나 회사 메신저로 온 우회 연락을 내 사건이 아니라고 여겨 빼 두는 경우입니다. 특히 우회 연락은 빼야 할 자료가 아니라 거부 의사를 알고도 방법을 바꿨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고소장을 내면 그 뒤 절차는 어떻게 이어지나요?
고소장은 경찰서에 접수하고, 접수되면 담당 수사관이 배정되어 고소인 조사가 잡힙니다. 조사에서는 일람표의 줄을 따라가며 질문이 이어지므로, 표를 만들어 둔 것 자체가 진술 준비가 됩니다. 접수와 동시에 잠정조치를 먼저 결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전체 흐름은 수사절차(경찰·검찰)에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는 시점 하나가 더 중요해집니다.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하는 절차가 없어져 첫 경찰조사의 비중이 커지므로, 처음부터 일람표를 갖춰 접수하는 편이 그만큼 유리해진 셈입니다. 통지를 받은 뒤 무엇을 어떻게 다투는지는 불송치·불기소 대응에, 개정 내용 전반은 개정 내용 정리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일람표에 적어 둔 반복 횟수는 합의 협상에서 어떻게 쓰이나요?
가해자 측이 사실관계를 축소할 때 이를 막는 자료로 쓰입니다. 합의 제안이 오면 대개 "몇 번 연락한 것뿐"이라거나 "헤어진 직후 잠깐이었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데, 연번과 일시가 세워진 표는 그 축소를 그 자리에서 무너뜨립니다. 며칠 사이에 몇 회였는지, 거부 의사를 밝힌 뒤로 몇 회가 더 있었는지가 이미 숫자로 고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순서를 헷갈리지 않으셔야 합니다. 앞서 본 것처럼 합의를 해도 처벌 자체가 사라지지 않으므로, 합의서는 사건을 닫는 서류가 아니라 양형에 반영되는 자료입니다. 반복 횟수와 기간이 표로 정리돼 있으면 그 자료가 어느 정도 무게로 평가될지도 함께 드러납니다.
합의로 가더라도 합의서는 금액을 적는 종이가 아니라 이후의 안전을 정하는 문서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인이나 SNS 등 어떤 경로로도 연락하지 않는다는 조항, 위반하면 회당 배상액을 정한 조항이 들어갑니다. 이때도 일람표가 쓰입니다. 표에 적힌 우회 연락 경로를 그대로 금지 조항의 목록으로 옮기면, 합의 뒤에 같은 방식이 되풀이됐을 때 다툴 여지가 남지 않습니다. 금액의 기준과 조항을 짜는 방법은 합의금·합의대행에서 사건 유형별로 다룹니다.
일람표로 반복성을 입증한 사건 두 건
첫째, 회사 동기로 알게 되어 교제하다 헤어진 뒤 상대가 다시 만나 달라며 스스로를 해치겠다는 말을 반복한 사건입니다. 흩어져 있던 문자와 통화 기록, 회사 내부 메신저 내역을 한자리에 모아 분류하자 건수가 약 500건이었고, 스토킹 423회와 협박 54회로 나뉘어 하나의 표에 담겼습니다. 그 표를 붙인 120페이지 분량의 고소장을 수임 나흘 만에 접수하면서 잠정조치와 경고조치를 함께 요청했고, 결과는 기소 의견 송치였습니다(사건 보기).
둘째, 이별을 통보한 뒤 전 연인이 초 단위로 전화를 걸고 사칭 계정으로 허위 글을 올린 사건입니다. 범행이 이어진 기간이 일주일 정도로 짧아 상습성이 인정될지가 쟁점이었는데, 부재중 기록과 협박성 메시지, 게시글을 종류별로 나눠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반복성을 드러냈습니다. 결과는 스토킹과 상습협박, 명예훼손 및 모욕 세 죄목 모두 기소 의견 송치였습니다(사건 보기).
두 사건의 공통점은 건수나 기간이 아닙니다. 흩어져 있으면 개별 연락으로만 보였을 행위를 하나의 표 위에 시간순으로 세워 두었다는 점입니다. 기간이 짧아도, 건수가 아직 적어도 표는 만들 수 있습니다. 보호조치와 죄명별 대응을 함께 보시려면 스토킹·데이트폭력을 이어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