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형량은 죄명과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 벌금형부터 무기징역까지 벌어지지만, 판사가 실제로 참고하는 양형기준의 권고 범위는 법정형보다 훨씬 낮은 구간에 그려져 있습니다. 강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데,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2025년 7월 1일 시행)이 권고하는 기본 범위는 2년 6개월에서 5년입니다.
성범죄 형량이 낮다는 체감은 착각이 아닙니다. 낮은 선고는 판사 개인의 온정 이전에 양형기준 안에 이미 설계돼 있고, 그 설계는 법정형 하한 아래로 내려가는 권고 범위와 집행유예의 선에서 시작합니다.
성범죄 형량 비교, 죄명별 법정형과 권고 범위
아래 표는 현행 성범죄 양형기준의 유형별 권고 범위를 법정형과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권고 범위는 모두 징역 기준이고, 특별양형인자를 따져 감경·기본·가중 가운데 한 구간이 선택됩니다. 유사강간은 기준이 일반강간 범위의 3분의 2로 정하고 있어 그 값을 계산해 적었습니다.
| 죄명(조문) | 법정형 | 감경 | 기본 | 가중 |
|---|---|---|---|---|
| 강간(형법 제297조) | 3년 이상 유기징역 | 1년 6월~3년 | 2년 6월~5년 | 4년~7년 |
| 유사강간(형법 제297조의2) | 2년 이상 유기징역 | 1년~2년 | 1년 8월~3년 4월 | 2년 8월~4년 8월 |
|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 1년 이하 | 6월~2년 | 1년 6월~3년 |
| 업무상 위력 추행(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 |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 8월 이하 | 6월~1년 | 10월~2년 |
| 청소년 강간(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1항) |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 2년 6월~5년 | 4년~7년 | 6년~9년 |
| 청소년 강제추행(같은 법 제7조 제3항) | 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1,000만~3,000만 원 벌금 | 1년~2년 | 1년 8월~3년 4월 | 2년 8월~4년 8월 |
| 13세 미만 강간(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1항) |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 | 6년~9년 | 8년~12년 | 11년~15년 |
| 13세 미만 강제추행(같은 법 제7조 제3항) | 5년 이상 유기징역 | 2년 6월~5년 | 4년~7년 | 6년~9년 |
| 친족관계 강간(같은 법 제5조 제1항) | 7년 이상 유기징역 | 3년 6월~6년 | 5년~8년 | 7년~10년 |
| 강간치상(형법 제301조) |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 2년 6월~5년 | 4년~7년 | 6년~9년 |
위 표에서 법정형에 하한이 있는 죄는 예외 없이 기본 범위의 아래쪽 끝이 법정형 하한보다 낮습니다. 강간은 3년 대신 2년 6개월, 13세 미만 강간은 10년 대신 8년, 친족관계 강간은 7년 대신 5년에서 기본 범위가 시작합니다.
양형기준 공통원칙: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가 법률상 가중/감경에 의한 처단형 범위와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 또는 하한에 따른다.
원칙만 보면 법정형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을 것 같지만, 판사가 정상참작감경을 하면 법정형 하한이 절반으로 내려가 처단형 자체가 낮아집니다(형법 제53조·제55조). 강간이라면 1년 6개월까지 내려간 처단형 안에서 권고 범위가 그대로 쓰이므로, 권고 범위의 아래쪽은 이 감경을 전제로 그려진 값입니다. 죄명별 성립 요건은 성폭행과 성추행에 정리돼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형량, 법이 오른 만큼 기준도 올랐나요?
오르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은 2026년 3월 30일 수정돼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아래 표의 권고 범위는 2023년 7월 시행 기준과 한 칸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수정에서 바뀐 것은 공탁을 피해 회복으로 볼지 따지는 문구였고, 형량 구간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 죄명(조문) | 법정형 | 감경 | 기본 | 가중 |
|---|---|---|---|---|
| 카메라등이용촬영(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 4월~10월 | 8월~2년 | 1년~3년 |
| 촬영물 반포(같은 조 제2항) |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 4월~1년 4월 | 1년~2년 6월 | 1년 6월~4년 |
| 촬영물 소지·시청(같은 조 제4항) |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 8월 이하 | 6월~1년 | 10월~2년 |
| 허위영상물 편집(제14조의2 제1항) |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 8월 이하 | 6월~1년 6월 | 10월~2년 6월 |
| 촬영물 이용 협박(제14조의3 제1항) | 1년 이상 유기징역 | 9월~1년 6월 | 1년~3년 | 2년~4년 |
| 통신매체이용음란(제13조) |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 6월 이하 | 4월~10월 | 8월~1년 6월 |
|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1항) |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 2년 6월~6년 | 5년~9년 | 7년~13년 |
| 성착취물 구입·소지·시청(같은 조 제5항) | 1년 이상 유기징역 | 6월~1년 4월 | 10월~2년 | 1년 6월~3년 |
허위영상물 편집의 권고 범위는 법정형이 5년 이하이던 때 만들어진 값이고, 기준의 적용 대상 정의에는 지금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할 목적'이라는 요건이 남아 있습니다. 법은 2024년 10월 16일 개정(법률 제20459호)으로 이 목적 요건을 지우고 법정형을 7년 이하로 올렸지만, 기준의 권고 범위와 목적 요건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행위별 처벌 조문은 딥페이크 성범죄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성범죄 형량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낮은 선고를 만드는 장치가 여러 겹이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앞에서 본 것처럼 법정형 하한 아래로 그려진 권고 범위와 정상참작감경입니다. 둘째는 집행유예의 선입니다.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는 집행을 유예할 수 있어(형법 제62조), 강간의 감경 범위 전체와 기본 범위의 아래쪽이 모두 실형을 피할 수 있는 구간에 놓입니다.
셋째는 합의입니다. 합의로 받아 낸 처벌불원은 특별감경인자로 감경 구간을 엽니다. 처벌불원이 양형에서 얼마나 무겁게 평가되는지는 (성범죄 양형기준 준수율)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넷째는 가해자 쪽 사정입니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것과 진지하게 반성한다는 것이 일반감경인자로 들어가 있어, 처음 적발된 가해자일수록 구간의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쉽습니다.
술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의 성폭력범죄에 형법상 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게 하고(제20조), 양형기준은 범행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만취한 경우를 오히려 가중인자로 삼으며 그 밖에도 만취를 감경인자로 반영하지 않는 경우를 넓게 정해 두었습니다.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는 말은 감경을 구하는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실제 선고에서 실형이 얼마나 나오는지는 (성폭력 통계 총람)에 출처와 함께 정리돼 있습니다.
강간 유죄에도 집행유예가 나온 사건
강간이 인정되고도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온 것을 심앤이가 2심에서 같은 3년 이하 구간 안의 실형으로 바꾼 사건이 이 구조를 양쪽에서 보여 줍니다.
상황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정도의 지체장애가 있던 피해자는 지인이 소개한 열 살쯤 많은 남성과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셨습니다.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자 남성은 쉬면서 술을 더 마시자며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강간했고, 힘에서 밀린 피해자는 빠져나오자마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가해자는 합의한 성관계였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1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합의조차 없던 사건에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대응심앤이는 담당 검사에게 곧바로 항소를 요청해 사건을 2심으로 가져갔습니다. 재판을 기다리던 피해자가 지하철역에서 목숨을 끊으려 할 만큼 무너지자 사건 유형에 맞는 엄벌탄원서 작성을 도왔고, 재판에도 직접 나가 발언 기회를 얻어 1심 판결 뒤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결과2심이 1심의 집행유예를 깨고 징역 2년 실형 선고
사건 전문 보기 →초범인데도 실형이 나온 불법촬영 사건
초범이라는 사정과 선고 직전의 공탁이 겹쳤는데도 감경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입니다.
상황성관계를 찍자는 남자친구의 요구를 번번이 거절했던 피해자는, 베개로 얼굴을 계속 가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주변을 살피다 자신을 향해 녹화 중인 휴대전화를 발견했고, 앨범에서 교제 기간에 동의 없이 찍힌 촬영물을 여럿 찾아냈습니다. 초범인 가해자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분위기였고 그 뒤에도 연애가 이어졌다며 선처를 구했습니다.
대응심앤이는 촬영 전에 두 번 분명히 거절했다는 사실은 진술조서와 통화 녹음으로, 찍힌 직후 지워 달라고 한 사실은 고소보충서와 당시 친구와 나눈 대화를 다시 내 뒷받침했습니다. 사과 한마디 없던 가해자가 선고를 앞두고 300만 원을 공탁하자 받을 뜻이 없다고 재판부에 밝히고, 그 공탁이 오히려 모욕이었다는 피해자의 자필 탄원서와 함께 사회복지사인 가해자에게 취업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결과초범에게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 범행에 쓴 휴대전화 몰수와 취업제한 3년·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사건 전문 보기 →일본 성범죄 형량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일본은 이미 한 걸음 앞서 있습니다. 2023년 형법 개정(2023년 7월 13일 시행)으로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동의하지 않는 의사를 형성하거나 표명하기 어려운 상태를 이용한 성교를 '부동의성교등죄'로 처벌하고,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유기 구금형입니다(일본 형법 제177조). 한국의 강간은 여전히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는 요건을 두고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정하고 있습니다.
일본 형법은 그런 상태의 원인으로 폭행·협박과 함께 알코올·약물, 수면, 놀람과 공포,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따른 불이익 우려까지 여덟 가지를 적어 두었고, 추행에 해당하는 부동의외설죄는 벌금형 없이 6개월 이상 10년 이하의 구금형입니다(제176조). 한국에서는 폭행·협박이 없으면 처벌의 문턱부터 넘기 어렵고, 형량이 낮다는 문제는 이 구성요건에서도 시작됩니다.
비동의간음죄를 도입하면 무고가 늘어난다는 반대론은 범죄를 증명할 책임이 여전히 검사에게 있다는 사실을 외면합니다. 바뀌는 것은 증명의 대상이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옮겨 가는 것뿐이고, 피해자가 겪은 현실에 맞는 쪽은 뒤의 기준입니다. 미국은 연방과 주마다 법이 달라 한 숫자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성범죄 형량 강화, 법정형은 어떻게 올라 왔나요?
법정형은 꾸준히 올라 왔습니다. 아래는 이 글의 표와 관련된 주요 개정을 시행일 순서로 정리한 것입니다.
| 시행일 | 바뀐 내용 | 근거 |
|---|---|---|
| 2013년 6월 19일 | 강간과 추행의 죄 친고죄 폐지, 유사강간죄 신설 | 형법 개정(법률 제11574호) |
| 2020년 5월 19일 | 13세 이상 16세 미만을 간음·추행한 19세 이상 처벌 | 형법 제305조 제2항(법률 제17265호) |
| 2020년 5월 19일 | 불법촬영 7년 이하·5,000만 원 이하로 상향, 촬영물 소지·시청 처벌 신설 | 성폭력처벌법 제14조(법률 제17264호) |
| 2024년 10월 16일 | 딥페이크 제작 7년 이하로 상향, 목적 요건 삭제, 소지·시청 처벌 신설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법률 제20459호) |
법정형이 오를 때마다 형량 강화라는 말이 나왔지만, 선고는 법정형이 아니라 권고 범위와 감경 장치 안에서 정해집니다. 앞의 두 표가 보여 주듯 그 구간의 아래쪽은 여전히 집행유예와 맞닿아 있습니다. 형량 강화가 판결문에 닿으려면 법정형과 함께 권고 범위의 하한과 감경의 문턱이 올라가야 합니다.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공소장의 죄명과 적용 조문을 앞의 표에서 찾아, 그 죄의 감경 구간이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로 내려가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내려간다면 선고 전에 피해가 지금도 이어진다는 기록을 내고, 가해자가 술에 취했던 사정을 감경 사유로 내세우면 성폭력처벌법 제20조를 들어 반박해야 합니다. 이 서면을 쓰는 방법은 엄벌탄원서에 정리돼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련 실제 사례
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