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고 아이가 동의했더라도 법이 강간으로 보아 처벌하는 죄입니다. 기준은 나이 하나입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상대가 누구든, 13세 이상 16세 미만이면 상대가 19세 이상 성인일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05조).
아이의 피해를 알게 된 부모님이 가해자 쪽에서 가장 먼저 듣는 말은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사귀는 사이였다, 아이가 먼저 연락했다, 용돈을 받고 한 일이다. 셋 다 이 죄에서는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법이 그 나이의 동의를 동의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의제강간의 뜻과 나이 기준, 형량, 동의가 통하지 않는 이유, 사귀는 사이였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부모가 고소하는 절차, 합의와 공소시효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의제강간 뜻, 무엇을 강간으로 본다는 건가요?
의제(擬制)는 실제로는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어도 법이 갖춰진 것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성립하지만, 의제강간은 그것이 없어도 강간과 똑같이 처벌합니다. 아이가 싫다고 하지 않았다는 사정, 제 발로 따라갔다는 사정은 따질 대상이 아닙니다.
성관계만 해당하는 것도 아닙니다. 조문의 제목부터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이고, 유사성행위는 의제유사강간으로, 신체 접촉은 의제강제추행으로 처벌됩니다.
조문 요지: 13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 그리고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19세 이상의 자는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등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형법 제305조 제1항·제2항).
의제강간 나이 기준, 13세·16세와 가해자 19세
나이는 모두 만 나이이고, 기준 시점은 고소한 날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진 날입니다. 아이의 생일과 사건 날짜, 가해자의 생일 세 가지만 있으면 어느 줄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사건 당시 피해자 나이 | 가해자 요건 | 동의했다는 주장 | 공소시효 | 폭행·협박·위계·위력이 있었다면 |
|---|---|---|---|---|
| 13세 미만 | 나이를 묻지 않음 | 통하지 않음 | 적용되지 않음 | 성폭력처벌법 제7조로 더 무겁게 |
| 13세 이상 16세 미만 | 19세 이상 | 통하지 않음 | 성년이 된 날부터 10년 | 아청법 제7조로 더 무겁게 |
| 16세 이상 19세 미만 | 의제 규정 없음 | 위계·위력 여부를 따짐 |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 | 아청법 제7조 |
표의 둘째 줄이 2020년에 새로 생긴 구간입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2020년 5월 19일 형법이 개정돼 의제강간 연령이 13세에서 16세로 올라갔고, 공포한 날 바로 시행됐습니다(법률 제17265호). 그 전에 벌어진 13세에서 15세 사이의 피해에는 이 조항을 소급해 쓸 수 없으므로,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이나 성매수, 성착취물 제작처럼 당시에도 있던 죄명으로 고소해야 합니다.
가해자가 19세 미만이면 둘째 줄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열다섯 살 피해자와 열여덟 살 가해자 사이라면 폭행·협박이나 위계·위력이 있었는지를 따로 봅니다. 셋째 줄의 19세 미만은 아청법의 아동·청소년 기준이고, 2024년 6월 27일부터는 단서 없이 19세 미만의 사람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연령 구간별로 걸리는 조문 전체는 (아청법 나이 기준 정리)에 매트릭스로 나와 있습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처벌, 형량은 강간과 같습니다
의제강간에는 따로 정해진 형이 없습니다. 행위에 따라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의 형을 그대로 가져다 씁니다.
| 행위 | 가져다 쓰는 죄 | 법정형 |
|---|---|---|
| 간음(성관계) | 강간(형법 제297조)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 유사성행위 | 유사강간(제297조의2) | 2년 이상의 유기징역 |
| 추행 | 강제추행(제298조)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
| 다치게 한 경우 | 강간 등 상해·치상(제301조) |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
| 범행을 준비한 단계 | 예비·음모(제305조의3) | 3년 이하 징역 |
돈이나 선물이 오갔다고 해서 죄가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대가를 주고 성관계를 했다면 성인끼리의 성매매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아청법의 성매수죄가 하나 더 붙고, 16세 미만이 대상이면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아청법 제13조). 대가를 받았더라도 법은 그 아이를 피해아동·청소년으로 봅니다(아청법 제2조 제6호).
13세 미만 아이에게 폭행·협박이나 위계·위력까지 쓴 사건은 의제강간이 아니라 성폭력처벌법 제7조로 갑니다. 강간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 유사강간은 7년 이상,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고소장에 의제강간 조문만 적어 두면 사건의 무게가 실제보다 낮게 잡힙니다.
동의가 있어도 처벌되는 이유
이 조항은 위헌 시비를 이미 통과했습니다. 기소된 성인들은 이 조항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처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2022헌바106 등). 결정문에 따르면 청구인 가운데에는 자기 학원 수강생인 15세 피해자를 간음해 유죄가 확정된 52세 학원 운영자도 있었습니다.
결정 요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성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채 동의할 수 있고 상대의 행위가 성적 학대나 착취인지 평가하지 못한 채 성행위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 절대적 보호가 필요하며, 19세 이상의 성인에게는 미성년자의 성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아이를 지키는 권리이지, 성인이 아이에게 접근할 자격이 아닙니다. 아이의 동의를 방패로 내세우는 쪽은 언제나 어른이고, 그 동의를 만들어 낸 것도 그 어른입니다.
사귀는 사이였다는 주장은 왜 통하지 않나요?
16세 미만과 성인 사이에서는 교제도, 호감도, 누가 먼저 연락했는지도 범죄 성립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어른이 아이에게 연인처럼 굴며 신뢰를 쌓는 과정은 그루밍의 전형이고, 그 수법과 입증 방법은 그루밍·가스라이팅에 정리돼 있습니다.
| 가해자 측 주장 | 법의 답 | 반박에 쓰는 자료 |
|---|---|---|
| 사귀는 사이였다 | 16세 미만이면 성립과 무관 | 나이를 알고 접근한 대화 원본 |
| 아이가 먼저 연락했다 | 누가 먼저였는지는 요건이 아님 | 채팅 전체 기록 |
| 나이를 몰랐다 | 대화와 정황으로 인식을 판단 | 나이·학년을 묻고 답한 기록 |
| 돈을 받고 한 일이다 | 성매수죄가 추가됨 | 이체 내역, 대가를 제안한 메시지 |
| 부모와 합의했다 | 친고죄가 아니어서 처벌은 계속 | 합의 경위 기록 |
SNS로 알게 된 성인 남성들이 만 13세 아이에게 돈을 건네며 성행위를 요구한 사건에서, 가해자들은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거나 이성적인 호감으로 만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채팅에서 나이부터 물어본 쪽이 가해자들이었다는 점, 외모와 말투만으로도 학생임을 모를 수 없었다는 점, 만난 뒤에는 애정 표현도 연락도 없었다는 점을 의견서로 짚었고 전원이 구속됐습니다.
혐의를 인정하고 합계 1억 원에 합의한 두 명도 징역 3년 · 집행유예 4년에 신상정보 공개 2년과 취업제한 5년을 받았고, 끝까지 부인한 한 명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습니다(사건 보기). 호감이었다는 말은 대화 기록 앞에서 버티지 못했습니다.
16세를 넘긴 피해자에게도 교제 주장은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이 겉으로는 동의한 것처럼 행동했더라도, 그 동의가 속임수나 비틀린 신뢰 위에서 나온 것이라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2020년 8월 27일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고등학생 때 채팅 앱에서 만난 15세 연상의 남성과 교제하던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몰래 찍어 둔 성관계 영상으로 협박당하며 만남을 강요당한 사건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 약 7년 만에 고소했고, 가해자는 법정에서 연인 사이였다며 자기에게 유리한 대화 일부만 골라 냈습니다. 피해 무렵부터 써 온 일기와 고민글, 사과를 요구한 메시지가 진술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으로 맞섰고, 법원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가해자를 법정구속하고 5년의 취업제한을 명했습니다(사건 보기).
부모가 고소하는 절차, 아이가 원하지 않아도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부모는 법정대리인으로서 아이와 별개로 독립해 고소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25조 제1항), 대법원은 이 고소권을 아이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서도 행사할 수 있는 고유한 권리로 봅니다(대법원 99도3784). 의제강간은 친고죄도 아니어서 신고만으로 수사가 시작됩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고소장을 경찰에만 낼 수 있습니다(개정 내용 정리).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 아이를 다그쳐 같은 이야기를 반복시키지 말고 처음 들은 말을 그대로 적어 둡니다. ② 아이 휴대전화의 대화와 계정, 이체 내역을 지우지 않고 원본대로 둡니다. ③ 고소장에는 아이의 나이, 가해자가 그 나이를 알았던 정황, 행위별 죄명을 날짜와 함께 적습니다. ④ 조사 일정과 장소, 동석자를 요청합니다.
④가 중요합니다. 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은 영상으로 녹화해 보존하도록 돼 있고(성폭력처벌법 제30조), 진술조력인 참여와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할 수 있으며(제36조·제34조), 변호사가 없으면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해야 합니다(제27조 제6항).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받도록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장치들은 기다리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요청해야 움직입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오픈채팅으로 접근한 성인 남성에게 룸카페에서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 어머니는 다음 날 가해자와 통화하며 초등학생인 줄 알고도 그랬다는 시인을 녹음해 신고 때 제출했습니다. 그런데도 가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해 부인하면서 5개월이 지나도록 수사는 더뎠습니다.
녹음을 녹취록으로 만들어 앞뒤 맥락을 분석하고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아이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 의견서를 내자 사건이 송치됐고, 검찰은 추가 수사 없이 기소했습니다. 적용 죄명은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성폭력처벌법 제7조)입니다(사건 보기).
아이가 부모 앞에서 입을 닫는 일도 흔합니다. SNS로 접근한 성인이 만 13세 아이에게 5만 원에서 10만 원을 건네며 차 안에서 성관계를 한 사건에서, 가해자에 대해 아는 것은 SNS 아이디 하나였고 아이는 부모에게도 말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상황을 축소해 말하지 않도록 조사에는 부모가 아닌 변호사가 동석했고, 가해자가 재차 연락해 오자 부모와 수사관이 협조해 만남 현장에서 체포되게 했습니다. 가해자는 구속된 채 재판을 받았습니다.
5,000만 원에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법원은 징역 3년 · 집행유예 4년에 보호관찰 2년을 붙였고, 신상 공개·고지 2년과 취업제한 5년까지 명했습니다(사건 보기).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의 입증 방법과 보호 장치 전반은 미성년자 성범죄 피해에 단계별로 나와 있습니다.
의제강간은 합의하면 처벌되지 않나요?
처벌됩니다. 성범죄는 2013년 6월 19일부터 친고죄가 아니어서, 부모가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써 주어도 수사와 재판은 그대로 갑니다. 1억 원에 합의한 가해자들도, 5,000만 원에 합의한 가해자도 유죄 판결과 신상 공개를 피하지 못한 앞의 사건들이 그 예입니다. 합의가 움직이는 것은 형량뿐입니다(합의해도 처벌되는 이유).
가해자 측은 아이의 장래를 들먹이며 조용히 끝내자고 부모를 설득합니다. 그렇게 받아 낸 처벌불원서가 곧바로 감형으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성범죄 양형기준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의 처벌불원이 그 의미와 효과를 이해한 진실한 의사인지 세밀하고 신중하게 조사하도록 하고, 강요나 기망에 의한 것은 감경 사유에서 제외합니다. 합의를 하더라도 접근금지와 촬영물 삭제 같은 조건은 부모가 정하는 것입니다.
오래전 일인데 지금도 고소할 수 있나요?
대부분 가능합니다. 미성년자가 입은 성범죄 피해의 공소시효는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합니다(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1항). 의제강간과 의제강제추행의 시효는 10년이므로 13세 이상 16세 미만 때의 피해는 만 29세 무렵까지 고소할 수 있고, 현행법은 13세 미만 때의 피해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습니다(같은 조 제3항). 다만 아주 오래된 사건은 법이 바뀌기 전에 시효가 이미 끝났는지 따져야 하므로, 계산은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에서 단계별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말을 꺼냈다는 것은 가장 어려운 고비를 이미 넘겼다는 뜻입니다. 부모님이 하실 일은 아이를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그대로 두고, 나이와 날짜를 확인하고, 가해자 쪽 연락에 혼자 응하지 않는 것입니다. 동의했다는 말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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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앤이가 실제로 대리한, 이 주제의 사건 기록이에요. 결과는 사건마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