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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지연 대표변호사

징역 3년 / 집행유예 5년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 / 사회봉사 120시간
취업제한 5년 / 합의금 3,500만 원

  •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는 고등학생 동갑 친구로, 1년 넘게 교제한 사이입니다.

    가해자는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성관계 영상을 찍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데이트를 할 때마다 대놓고 피해자의 가슴, 다리, 허벅지 등 신체 곳곳을 촬영하며 즐거워했습니다.

    단호하게 거절도 해보고 찍지 말아달라고 애원도 해봤지만, 가해자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갤러리에 저장된 피해자의 사진들을 캡쳐해서 보내며 주변 친구들에게 뿌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가해자가 보내온 사진에는 피해자 모르게 촬영된 성관계 동영상도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너무 무서웠습니다. 무조건 미안하다고 빌며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고 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냈습니다. 방으로 데려가서, 사진을 찍을 테니 옷을 벗으라고 했습니다. 피해자는 울면서 싫다고 했지만, 가해자는 피해자를 때리며 사진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이날 가해자는 피해자의 다리를 억지로 벌려 성기를 촬영하고, 나체사진까지 촬영했습니다. 피해자는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야 했습니다.

    피해자는 피해사실에 대해 부모님께도 말 못하고 혼자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또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할까봐 무서워서 헤어지자는 말도 못 하고 어떻게든 가해자의 비위를 맞추면서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어렵게 용기를 내서 피해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던 날, 가해자는 계속해서 전화를 걸더니 ‘앞으로 힘들게 해주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따져 물으니 아직 사진을 지우지 않았고, 앞으로 새로 누굴 만나든 사진을 보내 헤어지게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피해자는 엄청난 절망감과 무력감을 느꼈고, 더 이상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밤 불안함에 울며 잠도 잘 못자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제서야 어머니에게 사실대로 다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피해자는 남아있는 사진과 영상을 확실히 지우고 가해자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심앤이를 찾아오셨습니다.

  • 심앤이의 역할

    1. 압수수색 및 디지털 포렌식

    제일 급한 일은 압수수색이었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나체사진과 성관계 동영상 같은 촬영물들을 너무 많이 보관하고 있었고, 유포하겠다고 직접적으로 협박까지 한 상태였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기본 절차를 전부 생략하고 최대한 빨리 고소장을 써서 제출한 다음, 경찰조사에 가서 압수수색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다행히 경찰 수사관님도 사건의 심각성을 이해하셨습니다. 이렇게 빠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압수수색 영장 발부와 집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으로 가해자의 핸드폰에서 모든 증거물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가해자는 피해자도 찍힌 줄 몰랐던 성관계 동영상들까지 정말 많은 불법촬영물들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심각했습니다. 이 영상과 사진들이 정말로 유출되었다면, 이제 겨우 고등학생인 피해자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을 것입니다.

    2. 아청법 아동 성착취물제작 죄명 추가

    가해자는 제일 먼저 변호사부터 선임했고, 연인 사이에 합의해서 촬영했을 뿐이라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게다가 가해자는 학교에서 피해자를 더 악질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가 자신을 고소했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감옥에 다녀오면 그만이라면서 피해자를 모욕했습니다. 친구들이 이 일을 알게 되자 피해자는 학교생활도 정상적으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는 아무런 보호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심앤이는 피해자의 학교 친구들에게 진술서를 받아서 가해자가 학교에서 2차 가해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담당 검사님께 이야기하면서, 더 강한 죄명으로 처벌해달라고 계속 어필했습니다. 결국 담당 검사님은 죄명을 기본적인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 형량이 가장 높은 아청법의 아동 성착취물 제작으로 죄명을 변경해 주셨습니다.

    가해자는 디지털성범죄에서 대부분 실형이 나오고 형량이 높기로 유명한, 촬영물 유포 협박 및 강요와 아동 성착취물 제작이 전부 들어간 공소장과 함께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검사님은 재판에서도 가해자에게 엄벌이 내려져야 한다면서 이례적일 정도로 강하게 가해자를 비난하셨습니다. 검사님이 고등학생인 가해자를 상대로 징역 7년을 구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고, 재판부도 합의가 아니면 방법이 없다며 가해자측에 구속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 결과

    결국 가해자는 범행을 전부 자백하고 사과했습니다. 가해자의 부모들이 수시로 심앤이의 사무실에 찾아와서 울면서 빌 정도였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본인들이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며 통곡하는 모습과 자필로 쓴 사과문에는 꽤 진정성이 있었습니다. 거의 3개월이 넘게 가해자 가족의 노력이 이어지자, 정말 강경하셨던 피해자와 부모님의 마음도 누그러졌습니다.

    그러나 심지연 변호사는 그냥 쉽게 합의해주면 용서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선고기일을 앞두고 가해자와 부모들을 심앤이 사무실로 불러서 1시간 동안 직접 훈계했습니다. 어린 가해자에게 본인이 저지른 범죄들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범죄인지, 이대로 합의 없이 처벌을 받게 되면 아무리 어려도 최소 3~4년 이상 강도 높은 실형으로 법정에서 구속된다는 것을 하나하나 가르치고 이해시켰습니다. 또한 본인에게 내재된 폭력성을 스스로 다스려야 하고, 앞으로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이 일을 계속 되새기고 반성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훈계했습니다.

    가해자의 부모들에게도 자식의 잘못된 성정에는 부모의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고, 같은 부모된 심정에서 자식의 앞날을 걱정해서 용서해주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정말 큰 빚을 진 것이니 앞으로 자식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훈계했습니다.

    그리고 합의서에서도 2차 가해를 막는 조항과 가해자의 의무사항을 자세히 써서 가해자가 스스로 반성하고 잘못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합의 과정 자체에 큰 의미를 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가해자는 선처를 받기는 했지만 무려 5년의 집행유예와 취업제한, 총 200시간의 교육명령을 선고받았습니다.

    성범죄 합의에서 돈이 중요한 요소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사건들이 종종 있습니다. 때로는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용서받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가해자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가해자의 모습이 닫혀 있던 피해자의 마음을 돌리기도 합니다. 진실된 사과와 용서, 새로운 기회와 회복에도 피해자 변호사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배운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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